2026. 01. 17.
종교적 인성의 지표를 나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종교도 문화·역사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고 인간도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 양자의 만남이 빚는 영향을 드러내기 위한 이른바 ‘복합성의 구조’를 투명하게 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상식적인 인식’을 다듬는 일이 무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종교적 인성의 몇 가지 특성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듯합니다. 첫째,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고 들리지 않는 소리도 들을 수 있는 통찰력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더 적극적으로 말한다면 보이는 것에 가려 보이지 않는 것을 투시하는 힘입니다. 둘째, 역동성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충동적인 적극성이 아니라 기능적 자율성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러한 활력입니다. 셋째,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나 그 실천에서 현저하게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도덕적 감성이나 의식을 생활화하는 것입니다. 넷째, 자신의 생활에 칩거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삶을 미루어 타인의 삶의 정황에 대한 직접적인 관심을 기울인다는 사실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사랑이나 자비로 표현되는 이타적인 삶이 그러합니다. 다섯째, 삶 속에서 겪는 여러 가지 역설적인 정황마저도 하나로 통합하여 단일한 의미 체계 안에 수렴하는 태도를 지적할 수 있습니다. 고통과 행보, 선과 악, 죽음과 삶, 이 세상과 저 세상을 정연하게 다듬습니다. 여섯째, 그렇다고 해서 늘 스스로 완전의 경지에 머무는 것은 아닙니다.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태도가 현실화할 수 있음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점진적인 발견적 태도를 지니며 성숙에의 과정을 겸허하게 승인한다는 사실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종교적 인성이란 가장 성숙한 인성의 이상형이라고 해도 좋을 듯합니다. 실제로 역사 속에서 발견할 수 있고 또 일상 속에서 커다란 감동을 전해 주는 ‘종교인’의 모습은 대체로 이러합니다. 이러한 인성이 곧 ‘존재양태의 변화’를 실현한 인성이기도 합니다.
정진홍 지음, <경험과 기억>(당대, 2003. 2. 15. 제1판 제1쇄 발행), 196-197.
=====================================
종교가 주는 장점은 위와 같다.
그런데 종교가 사적 욕망이나 왜곡된 신념의 도착으로 변질되면
정반대의 특성을 지니기도 한다.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하기 위한 다른 종교에 대한 저주,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오히려 자신의 행운을 확인하는 계기로 삼는 독선적 감사,
권위에 귀속되어 이루어진 문자주의에 집착하는 기계적 태도,
신앙대상에게 헌신이라는 이름으로 노예적으로 의존하는 정서,
모든 편리한 환상에 탐닉하면서 자신의 역할이나 책임을 간과하고 그것을 해답으로 여기는 일,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택일적 이분법으로 삶의 모든 현실을 재단하는 일,
강박적인 죄의식이나 완전주의자적인 긴장을 도덕적인 성숙으로 인식하면서 그러한 자신을 누리는 일그러진 자의식 등.”(같은 책 197-198.)
한국 개신교인들의 인성은 어느 쪽일까?
아니 나는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
- 향린 목회 440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