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살인에 대한 처벌
사람을 때려서 죽인 자는 반드시 사형에 처하여야 한다. 그가 일부러 죽인 것이 아니라 실수로 죽였으면, 내가 너희에게 정하여 주는 곳으로 피신할 수 있다. 그러나 홧김에 일부러 이웃을 죽인 자는, 나의 제단으로 피하여 오더라도 끌어내서 죽여야 한다.(출애 21:12-14)
=======================
십계명에서 살인 금지 명령이 있음에도 생명을 유린한 자가 있을 경우 성경은 동일하게 사형에 처할 것을 명령합니다. 고의적 살인은 어떤 경우에도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공동체의 약속인 법을 어겨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 공동체의 이름으로 그에게 일정한 형벌을 내릴 때, 저지른 죄와 그에 합당한 벌의 형량을 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늘날 형사법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국가의 법을 어겨 그에 따른 벌을 받아도, 여전히 피해자가 입은 피해를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습니다.
국가는 형벌을 통해 가해자가 저지른 죄의 대가를 치르게 하고, 사회로부터 격리시켜 또 다른 범죄 발생을 막고, 처벌 기간 동안 지난날의 잘못을 회개하고 더 올바른 사람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형법 제도를 통해 가해자가 실로 자신의 죄를 반성하며 피해자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구조가 되고 있느냐를 묻는다면 매우 불만족스런 대답을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 가해자는 가해 사실에 대해 진정성을 가지고 책임지려 하지 않고, 국가가 내린 형벌을 마지못해 실행하며,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가 진정으로 용서하기도 거의 불가능합니다. 또한 가해자는 이 사회에 의해 죄인으로 낙인찍히고, 또 좋지 않은 구금 환경에서 삶을 보내기 때문에 가해자가 정상적인 삶을 살게 될 확률은 극히 낮아 보입니다.
특별히 살인의 경우, 생명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이것은 원칙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보상 그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사형제도가 사건의 재발 방지에 별 도움이 되지 않기에 많은 나라들이 폐기하거나 실제로 실행하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죽임을 당한 자의 한과 피해자 주변의 사람의 분노와 억울함은 고스란히 남게 됩니다. 어쩌면 살인자를 사형으로 처벌하는 고대의 법이 더 정당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다만 의도하지 않은 살인의 경우는 고대의 법도 다르게 다루고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실수로 인해 사람의 목숨을 잃게 한 사람을 의도적으로 죽인다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때에도 죽은 사람은 자기 죽음에 대해 어떤 말도 할 수 없습니다. 죽은 이의 생명을 깊이 생각한다면, 가해자는 자신의 실수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늘 조심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기도: 하나님, 어떤 이유로든지 생명을 해치는 일들이 발생하지 않게 하여 주소서. 살인에 이르게 하는 분노와 폭력이 줄이는 일에 우리가 나서게 하여 주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