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하나님의 법규
“네가 백성 앞에서 공포하여야 할 법규는 다음과 같다. 너희가 히브리 종을 사면, 그는 여섯 해 동안 종살이를 해야 하고, 일곱해가 되면, 아무런 몸값을 내지 않고서도 자유의 몸이 된다.”(출애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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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애굽기 21장부터는 야훼 하나님과 계약을 맺은 신앙공동체가 준수해야 할 법규들이 등장합니다. 여기에서 법규라고 번역된 ‘미쉬파팀’은 ‘심판하다’, ‘재판하다’라는 동사 ‘샤파트’에서 파생된 명사이고, ‘정의’, ‘관습’, ‘법’등으로 번역할 수 있는 단어입니다. 따라서 오늘 모세가 공포하는 법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반드시 지켜야 하고, 지키지 않을 경우 하나님의 심판이 임할 것이라는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법규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내용으로 되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십계명 이후 다양한 법 규정을 다루는 본문에서 첫 번째 법규가 종살이하는 이들의 해방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고대 근동 사회에서 종은 일반적인 것이었습니다. 히브리 사람들은 애굽에서 종살이를 했는데, 히브리 사람들 사이에서도 종이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대부분 빚으로 인해 종이 된 사람들입니다. 예언자 아모스가 신랄하게 비판했듯이, 신 한 켤레 값에 가난한 이들을 종으로 팔아넘긴 일들이 히브리 백성들 내에서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복잡다단한 삶의 여정에서 피치 못할 사정으로 종이 된 사람도 6년간 주인을 위해 일했다면 자유인이 되어야 한다는 이 법규는 매우 파격적입니다. 값을 치르고 산 종을 어떤 몸값도 받지 않고 자유인으로 내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법이 실행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같은 법규를 다루고 있는 신명기는 한술 더 뜹니다. 새 생활을 위한 밑천을 마련해 주라고 합니다. “당신들 동족 히브리 사람이 남자든지, 여자든지, 당신들에게 팔려 와서 여섯해 동안 당신들을 섬겼거든, 일곱째 해에는 그에게 자유를 주어서 내보내십시오. 자유를 주어서 내보낼 때에, 빈손으로 내보내서는 안됩니다. 당신들은 주 당신들의 하나님으로부터 복을 받은 대로, 당신들의 양 떼와 타작마당에서 거둔 것과 포도주 틀에서 짜낸 것을 그에게 넉넉하게 주어서 내보내야 합니다.”
오늘날 공식적으로 노예나 종은 없습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종과 같이 삽니다. 갑과 을 사이에서 벌어지는 온갖 비인간적인 일들도 있습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우리 모두는 자유인으로 살아가야 하고, 모두가 그렇게 자유의 몸이 되게 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직급과 업무, 사회적 지위 고하, 경제적 빈부의 차이는 있지만, 그것이 인간의 존엄을 해쳐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기도: 하나님, 우리가 주님의 법규에 따라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는 세상 가꾸게 하여 주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