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불한당(不汗黨)
도둑질하지 못한다.(출애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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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계명의 8계명과 10계명은 모두 탐욕을 경계하며 남의 것을 훔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살인이나 간음 금지 계명보다 더 중요한 것도 아닌 절도 금지 관련 계명이 두 번이나 언급된다는 것이 의아한데, 성서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8계명은 특별히 인신매매를 금지하는 규정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인류는 오랜 시간 동안 노예제도를 통해 다른 사람을 소유할 수 있었으며, 사람을 상품으로 사고팔았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팔아먹기 위해 유괴와 납치가 빈번히 일어났는데, 8계명은 바로 이것을 금지하는 계명이었다는 것입니다. 노예제도가 없는 우리 사회에서도 인신매매와 같은 흉악한 범죄들이 종종 일어나지만, 8계명은 사람을 목적으로 대하지 않고 수단과 도구로 이용하려는 모든 행동에 대한 경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상품으로 탈바꿈하기에 사람마저도 자신의 이익과 욕구를 채우기 위한 수단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가족과 친구 사이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신학자 아우구스티누스는 어떤 것 자체를 사랑하는 것을 향유라고 하고, 그것 자체 아닌 다른 것을 위해서 사랑하는 것을 이용이라고 했는데, 사람은 향유의 대상이지 이용의 대상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돈을 향유하고 사람을 이용합니다. 이런 풍조에 물들지 않도록 우리는 늘 주의해야 합니다.
동시에 도둑질하지 말라는 계명을 통해서 생각해 볼 것은 우리가 남의 노동을 착취해서 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 묵상에 단 제목처럼 불한당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주식 열풍이라고 하지만 투자가 아닌 투기가 되고, 노동 없이 얻으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는 도둑질할 필요가 없는 세상을 꿈꾸어야 합니다.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사회의 불평등을 줄이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모두가 최소한의 생계를 꾸려갈 수 있도록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주어야 합니다. 도둑질하지 못한다는 계명은 도둑질 자체가 필요 없는 세상을 가꾸라는 것으로 읽어내야 할 것입니다.
기도: 하나님, 더 많이 가지려는 욕심을 버리고, 자족하는 마음을 주소서. 가난하기 때문에 주님을 원망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더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데 애쓰는 우리가 되게 하여 주소서. 땀 흘린 보람을 맛보게 하시고, 이웃에게도 나누는 행복을 누리게 하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