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다윗

by phobbi posted Dec 31, 2025 Views 187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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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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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2. 31.

 

고대 이스라엘에서 춤을 추는 사람은 언제나 여자들이다. 남자들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올 때 여자들이 길거리로 뛰어나와 북을 치며 춤을 춘다. 성경에서 남자가 춤추었다는 말은 없다. 다윗이 춤을 춘 유일한 남자이다. 아니 춤을 춘 유일한 왕이다. 그리고 다윗이 춤을 출 때 베옷을 입었다.

 

다윗이 여호와 앞에서 힘을 다하여 춤을 추는데 그 때에 다윗이 베 에봇을 입었더라.”(삼하 6:14)

 

왜 사무엘서 저자는 다윗이 베옷을 입고 있었다는 정보를 주는 것일까? 구약 내러티브에는 ‘TMI’가 없다. 성경 저자가 알 필요 없는 정보를 주는 법이 없다. 다윗이 춤출 때 베옷을 입었다는 것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베옷은 제사장의 의복이다. 일부 해석가들은 베옷을 속옷으로 해석하고 다윗이 춤을 출 때 거의 벌거벗은 상태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중에 미갈이 몸을 드러냈다고 꾸중한 것과 연결시킨다. 하지만 베옷을 언급한 진짜 이유는 노출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다윗이 춤을 출 때 왕의 의복을 벗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고대 왕정에서 제사장은 왕의 신하에 불과했다. 고대 근동 종교에서 왕은 참된 유일의 제사장으로 신과 인간들을 중보했다. 하지만 왕이 전국의 신전으로 출근하여 일할 수 없기 때문에 그의 대리인들을 고용했는데, 그들이 바로 제사장이었다. 그들은 왕의 녹을 먹는 일꾼에 불과했다. 당연히 왕의 의복과 제사장의 의복은 달랐다. 그런데 다윗이 제사장 의복을 입고 춤을 추었다는 것은 다윗이 나는 왕이 아닙니다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호와 앞에서 춤을 추었다는 것은 여호와가 참된 왕입니다라는 고백이다. 본래 언약궤를 예루살렘에 옮기려던 목적은 다윗 왕의 위엄을 백성들 앞에서 높이기 위함이었지만, 이제 다윗은 온 백성 앞에서 자신은 참된 왕 여호와 하나님의 종에 불과함을 몸으로 선포한 것이다.

 

이것이 다윗이 춤을 춘 진짜 이유이다. 춤을 추던 다윗의 마음에는 내가 왕이 아니라 하나님이 왕입니다라는 고백이 있었다. 다윗의 춤이 단순히 기쁨의 표현이 아니라 낮아짐의 표현이라는 사실은 창문에서 다윗을 내려다본 아내 미갈의 반응에서도 드러난다.

 

미갈은 다윗에게 이스라엘의 왕이 오늘 얼마나 영화로우신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했다(삼하 6:20). 물론 반어적인 어법이다. 비꼬는 말이었다. 왕이 체통 없이 왜 종들처럼 행동하느냐는 뜻이었다.

 

미갈의 입장에서는 다윗이 답답했을 것이다. 언약궤를 가져온 다윗이 무대의 중심에서 왕으로서 위엄을 보여야 하는 날에, 다윗이 왕의 모습이 아니라 종처럼 춤을 추었기 때문이다. 마치 시상식에서 주인공이 무대 뒤로 숨어 버린 것 같았을 것이다. 그러자 다윗은 22절에서 내가 이보다 더 낮아져 비천하게 보여도 상관없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다윗의 춤은 그의 낮아짐을 의미한다. 왕권을 내려놓고 하나님 앞에 미천한 종으로 서는 겸손의 표현이었던 것이다.

 

김구원 지음, <구약, 다소 의외의 메시지>(홍성사, 2025. 9. 25. 초판 1쇄 발행), 286-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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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송년주일(28) 오후에 교인들과 송년 정담회라는 이름으로

교우부가 주관하는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교인들이 모둠별로 모여 앉아

각자 자신의 이모저모를 소개하며 서로 알아가는 시간이 있었다.

자기를 소개하기 위해 적어야 하는 항목 중에

성경의 최애 인물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있었다.

 

나는 열정적이며, 평생을 선교에 헌신한 바울을 적었다.

그런데 우리 조에 있던 교인들은 다섯 명이나 다윗을 적었다.

각자 다윗을 적은 이유가 재미있었다.

어떤 분은 그가 시인이자, 하프 연주가여서,

어떤 분은 예언자 나단을 통해 하나님의 꾸지람을 들었을 때 다윗이 베개가 젖도록 울어서,

어떤 분은 골리앗에 맞서 싸우는 그의 믿음과 용기에 감동해서,

어린이 교우는 성경 이야기에서 처음 배운 인물이 다윗이라서 등등.

 

김구원 교수는 다윗이 언약궤 앞에서 춤춘 사건을 두고,

다윗의 겸손한 자세에 대해 언급한다.

 

모든 인물이 양면이 있듯이, 다윗 또한 그러하다.

공과가 있고, 잘하고 뛰어난 면이 있는가 하면, 못나고 약한 부분이 있다.

다윗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왕이면서도 이렇게 하나님 앞에서 이렇게 겸손할 수 있었다는 점은 매우 훌륭하다.

하나님의 이름을 들먹거리는 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이 하나님이 된 듯 행동하고 말하기 쉽다.

다윗도 왕으로서 충분히 그럴 수 있었고,

하나님을 위한 집을 짓는다면서 자기 권력을 강화하려고도 했었다.

그런데 이런 다윗도 있지만,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내려놓는 다윗도 존재하는 것이다.

하나님이 다윗에게 영원한 계약을 허락하신 이유는 바로 이런 겸손함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지녀야 할 지혜는 인간의 다면성을 볼 줄 아는 것,

가능한 그의 장점을 살려 주는 것이다.

 

- 향린 목회 423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