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삶은 관계로부터

by phobbi posted Dec 30, 2025 Views 192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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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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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2. 30.

 

어린 왕자의 여정에서 전환점은 여우와의 만남이다. 여우는 삶의 본질을 길들임이라는 관점에서 가르친다. 여우는 삶을 존재와 존재가 맺는 관계성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길들임은 서로가 시간과 마음을 쏟음으로써 형성되는 서로-존중, 서류-유일성이 되는 과정이자 훈련이다. 어린 왕자이야기의 전체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진정으로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어떤 특정한 대상을 의미한다기보다는 상호존중과 시간성이 만들어 낸 관계성의 과정이자 결과이다.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보면서도 저 너머 우주 어디에 피어 있을 나만의 장미를 떠올리며 설렘을 느끼는 것, 황량한 사막과 들판을 바라보면서도 어딘가에 있을 우물을 떠올리며 마음이 촉촉해지는 것은 관계가 만든 의미를 뜻한다. 그 의미가 나를 설레게 하고, 뿌듯하게 하고, 고립감에서 벗어나 살아 있게 한다.

 

행복은 고정적으로 사물화된 대상이나 조건이나 상태를 소유함으로써가 아니라, 타자와 함께 의미를 창조하는 나의 행위를 통해 발생하는 윤리적 사건이다. 어린 왕자가 자기 별을 떠나온 것은 까탈스러운 장미로부터의 탈출이기도 했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해서 어린 왕자가 탈출한 것은 장미가 아니라, 장미라는 타자와 맺는 관계의 과정, 장미와 관계 맺는 나였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뱀을 통해(죽음을 통해) 자기 별로 돌아오는 것으로 암시되는 마지막 귀향 장면은 장미를 다시 찾아가는 로맨스적 귀환이 아니라, 관계의 윤리를 깨달은 주체가 행한 행복을 향한 결단이라고 봐야 한다.

 

어린 왕자가 우주의 별을 떠돌며 만난 어른들이 하나같이 타자가 부재한, 관계성이 거세된 삶에서 허우적대는 나르시시즘적 인물이었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어린 왕자가 귀향한 별은 장미의 별이기도 하지만, 왕과 허영쟁이와 술꾼과 사업가와 지리학자와 가로등지기가 없는 별이라고 할 수도 있으리라. 이는 궁극적으로 행복의 필요조건과 충분조건, 과잉조건에 대한 이 시대의 오해를 교정한다.

 

사상계2025 겨울호 통권 209, 재창간 4(사상계 미디어, 2025. 12. 15.), 함돈균, 어린 왕자가 만난 어른들의 별, 대한민국, 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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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의 말대로

삶이 개체성이 아니라 관계성이라는 것을 주목할 때,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상호 존중과 시간성이다.

어린 왕자에서 길들임이라고 표현된 상호 관계에서

서로 관심을 가지고 마음을 쓰고 시간을 내어주는 사랑의 행위야말로

삶의 본질이다.

 

따라서 진정한 삶도 자아의 실현이라기보다,

매 순간 구성되는 관계의 질과 연결된다.

 

명령만 하는 ’, 인정 욕구에 시달리는 허영쟁이’, 우울증에 걸린 술꾼은 모두

함돈균의 말처럼 타자없는 세계를 산다.

그러니 관계가 형성될 리 없고,

그러하기에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절대로 행복할 수 없는 삶을 그저 버틸 뿐이다.

 

기쁨이 넘치는 생생한 삶은

결코 홀로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단숨에 이루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을 늘 기억해야 한다.

 

- 향린 목회 422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