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13.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문제는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나 자신과의 문제이고, 둘째는 다른 사람들과의 문제이며, 셋째는 사물 혹은 사건(일)과의 문제다. 세 가지 범주는 여러 언어에서 1인칭(나), 2인칭(나와 관계 맺고 대화하는 너), 3인칭(그것들) 등의 구분으로 나타난다. 세 가지 범주는 인간 존재의 기본적인 영역이며 인간 의식의 기본 틀이기도 하다. 많은 철학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 세 가지 범주에 대해 논의했다.
위대한 기호학자이자 철학자인 찰스 샌더스 퍼스 역시 ‘나’를 일차적인 것(Firstness), ‘너’를 이차적인 것(Secondness), ‘그것’을 삼차적인 것(Thirdness)으로 구분한 바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구분은 퍼스의 이론체계의 출발점이다. 퍼스에 따르면 일차적인 ‘나(I)’는 추상적인 세계로 신학의 영역이다. 이차적인 ‘너(Thou)’는 정신의 세계를 나타내며 심리학과 신경학의 대상이다. 그리고 삼차적인 ‘그것(It)’은 감각적인 물질의 세계를 가리키며 우주론의 궁극적인 대상이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세 가지 범주의 존재를 각기 잘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강한 마음근력을 지닌다는 것은 세 가지 범주와 각각 좋은 관계를 맺고 잘 다스릴 수 있다는 뜻이며,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세 가지 범주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므로 이를 다루는 마음근력도 각기 다르다. 먼저 ‘나’를 잘 조절하고 다스리는 능력은 ‘자기조절력’이다. 그다음 ‘너’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능력은 ‘대인관계력’이다. 그리고 ‘그것’, 즉 여러 가지 세상일을 스스로 동기부여를 해서 열정을 갖고 해내는 능력은 ‘자기동기력’이다.
세 가지 마음근력은 세 가지 범주를 대상으로 하지만 결국에는 모두 나(I)가 하는 소통이기도 하다. 나(I)가 자기 자신과 잘 소통하는 것이 자기조절력이고, 나(I)가 타인과 잘 소통하는 것이 대인관계력이며, 나(I)가 세상일과 잘 소통하는 것이 자기동기력이다.
모두 ‘나(I)’에 관한 것이기에 세 가지 범주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자기조절력이다. 자기조절력이야말로 모든 마음근력의 핵심이다. 자기조절력이 타인에게 투사된 것이 대인관계력이고, 사물에 투사된 것이 자기동기력이라고 할 수 있다.
김주환 지음, <내면소통>(인풀루엔셜, 2025. 5. 30. 초판 54쇄), 7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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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다스리는 문제,
동양에서는 극기(克己)라고 부른 자기조절력이야말로 삶의 중요한 과제이다.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나 자신을 어떻게 성찰하고,
나와의 관계를 어떻게 맺고 소통하는가 하는 문제는
모든 종교의 핵심 문제이기도 했다.
그래서 퍼스가 “나(I)”의 문제가 신학의 영역이라고 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아우구스티누스도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 자기의 내면을 파고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극기(克己)는 나에게서만 멈출 수 없고 결국 모든 관계의 문제(復禮)로 나아가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도 새롭게 또 구성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구성되는 나를 되돌아보고 또 새롭게 구성하고, 또 되돌아보는
무한반복의 여정이 곧 삶의 기술(The art of life)인 것이다.
- 향린 목회 405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