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21.
현실감
한 도박사가 스승에게 와서 말했다.
“어제 카드놀이에서 속임수를 쓰다가 들켰습니다. 그러자 상대방이 저를 때려 눕혀서는 창문 밖으로 내던졌습니다. 저에게 무슨 충고를 해 주시겠습니까?”
스승은 그를 똑바로 쳐다보고는 말했다.
“내가 만일 자네라면, 이제부터는 일층에서만 카드놀이를 하겠네.”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란 제자들이 따지고 들었다.
“왜 도박을 그만두라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만두지 않으리라는 것을 아니까.”
스승의 현자다운 간단한 설명이었다.
앤소니 드 멜로 지음/이미림 옮김, <일분 지혜>(분도출판사 1996년 신정판[2002 10쇄]),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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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서울노회 목사임직식이 있었다.
우리 교회 유영상 전도사님을 비롯하여
다른 두 교회의 전도사님까지 세 분이 목사가 되셨다.
예배와 임직예식에 함께 참여하면서
17년 전 내가 목사 안수를 받을 때를 떠올리기도 했다.
당시 내게 목회자 가운을 입혀 준 분은 임보라 목사였다.
당시 안수 직전까지도 머릿속은 복잡했는데,
실은 아직까지도 내가 어쩌다 목사가 되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렇게 뭘 모르면서도 목회하고 있다.
모두 주님의 은혜일 것이다.
이러다가 어느 날이 되면 나 또한 누군가의 목사 임직 예식에서 설교를 하거나,
권면사를 하거나, 축사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때 무슨 말을 해 주면 좋을까?
목회는 현실감이 있어야 한다.
현실감은 끊임없는 시도와 실패, 그리고 상처 속에서 얻은 깨달음에서 생긴다.
많은 초짜 목사는 뭣 모르고 교인들을 바꾸려고 하다가 쫓겨나기도 한다.
그러나 목사가 지녀야 하는 현실감은
남을 바꾸기 전에 자기가 바뀔 수 있는가를 묻는 것이며,
하나님이 하실 일을 자기가 한다고 나서지 않는 것이다.
위 이야기의 스승이 현자가 되신 이유는
도박사가 도박을 그만두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고,
도박을 하면서 계속 속임수를 쓸 것도 알고 있다는 점이며,
그러면서도 스승으로 해 줄 수 있는 조언을 했고,
그 조언이 도박사가 실천해 볼만한 가장 가능성 있는 것이었으며,
다른 제자들이 왜 그렇게 답했는지를 물었을 때 해 줄 답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감은 하루아침에 얻는 것이 아니다.
새로 목사가 된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하나님만 믿고 끊임없이 시도하고, 실패해도 끝까지 견디며 배우면
언젠가는 현실감각이 몸에 밸 날이 올 것이다.
그때에서야 목회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 향린 목회 383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