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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묵상

31. 예배와 노동

 

그들이 말하였다. 히브리 사람의 하나님이 우리에게 나타나셨습니다. 우리가 광야로 사흘길을 가서, 주 우리의 하나님께 제사를 드릴 수 있게 허락하여 주십시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주님께서 무서운 질병이나 칼로 우리를 치실 것입니다. 이집트의 왕은 그들에게 이렇게 대답하였다. “모세와 아론은 들어라. 너희는 어찌하여 백성이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느냐? 어서 물러가서, 너희가 할 일이나 하여라.” (출애 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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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와 아론이 애굽의 왕 파라오에게 요구한 것은 히브리 사람들을 광야로 사흘길을 가서 예배하게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정복으로 땅과 재물을 약탈하고 사람을 종과 노예로 삼아 거대한 제국을 유지하는 지배자 입장에서 아론과 모세의 요구는 가당치 않은 것이었습니다. 대제국을 지탱하게 하는 노동력을 낭비하게 하고 소모시키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사흘길을 걸어간다는 것은 꽤 먼 거리이고, 허락했다가 이들이 탈출을 하거나 반란의 기회를 잡게 된다면 더더욱 난감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실제 존재하는지 하지 않는지 알 수 없는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겠다는 것은 생산성 향상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초월과 은혜의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은 몇천 년 전과 같이 사람이 사람을 노예로 부리지도 않고, 패권국가가 제 맘대로 남의 나라를 침략해서 종을 삼는 것을 당연히 여기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더 많은 노동력을 투입해서 더 많은 이윤을 남기고자 하는 곳에서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께 예배한다든지, 쉼과 여유를 가지며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 자체를 쓸데없는 일로 여기기도 합니다.

 

자기가 자기를 착취하는 것을 성공이라 여기고, 스스로 몰아치며 바쁘게 살아가는 것이 자아실현인 것처럼 보이는 사회에서 홀로 기도하거나 예배하는 일, 명상하는 것은 마치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현대인들은 참다운 쉼을 누리지 못하고,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합니다. 자기를 소진하면서 우울증에 걸립니다. 계속 몰아치지만 여전히 뭔가 부족한 듯 하여 불안합니다.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줄 안다면 할 수 없는 것들에도 자신을 내맡길 줄 알아야 하고, 알면 알수록 모름 또한 많아진다는 것을 깨달아 모름도 견디며 수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가던 사람이 계속 가기 위해서 멈출 줄도 알아야 하고, 잘 멈추어서 볼 줄 알아야 올바른 방향도 잡을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예배는 노동의 길을 찾아 주고, 노동은 예배를 통해서 완성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도 : 하나님! 하나님께 참으로 예배하는 자가 되게 하소서. 하나님 앞에 나 자신을 세우고 우리들의 자리를 찾게 하소서. 몰아치는 삶 속에서도 잠시 멈출 줄 알게 하소서. 그리하여 우리의 삶과 몸짓이 더욱 찰지게 하소서.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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