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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묵상

28. 모르면서도 살아가는 삶

 

모세가 길을 가다가 어떤 숙소에 머물러 있을 때에, 주님께서 찾아 오셔서 모세를 죽이려고 하셨다. 십보라가 부싯돌 칼을 가지고 제 아들의 포피를 잘라서 모세의 발에 대고, “당신은, 나에게 피 남편입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래서 주님께서 그를 놓아 주셨는데, 그 때에 십보라가 피 남편이라고 말한 것은 바로 이 할례 때문이다. (출애 4: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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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말씀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어려운 대로 남겨 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우리네 삶에서 벌어지는 일 중에는 실제로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상당히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다 알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잘 모르면서도 살아가는 것이지요.

 

지진이나,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로부터, 화재나 건물의 붕괴, 또는 강도의 침입이나 교통사고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는 언제든 돌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가?”라고 탄식해 보지만 이 질문에 답은 없습니다. 반대로 왜 너에게만 그런 일이 생겨서는 안 되는가?”라도 물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유한한 몸을 가지고 있는 한 예기치 못한 고난과 역경은 피할 수가 없습니다.

 

모든 발생하는 일들의 원인을 하나님으로 돌렸던 신앙인들은 오늘 모세에게 발생한 어떤 일도 하나님이 그렇게 하셨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가지 않겠다는 모세를 그렇게 열심히 설득해서 보내놓고, 이제 그 명령에 순종해서 떠나는 모세를 죽이려고 하는 하나님을 우리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이 본문의 원문을 자세히 살피면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가능합니다. 하나님이 죽이려고 했던 사람이 모세가 아니라 모세의 아들, 게르솜일 수도 있고, 죽을 뻔한 남성을 살리는 것이 또 십보라라는 여성임에 주목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하나님께서 게르솜을 죽이려고 했다면 그것은 할례라고 하는 유대 신앙 전통의 강조가 이런 모양으로 드러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다른 한편 피를 발라서 생명을 구하는 일은 유월절 양의 피와 연결되기도 합니다. 히브리 백성이 겪은 몰살의 위기 속에서 아이들을 살려냈던 산파 십브라와 브아, 모세를 살린 여성들의 전통을 이어가는 십보라의 재치 있는 행위에서 배울 점도 있겠지요.

 

다른 한편 하나님의 사명을 수행하는 사람에게도 어김없이 죽음의 위협과 고난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닫습니다. 어쩌면 그런 위기의 순간들을 극복했을 때, 더 큰 일들을 해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본문에 대한 정답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도 한가지로 수렴되는 정답은 없습니다. 그렇게 잘 모르면서도 우리는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것입니다.

 

기도 : 하나님! 우리가 잘 모른다는 사실을 늘 기억하게 하여 주소서.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고 살면서, 안다고 착각하지 않게 하소서.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정직하게 말하며, 모르지만 잘 견디며 살게 하소서.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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