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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묵상

16. 거룩한 땅에서는 신을 벗어라!

 

모세가 그것을 보려고 오는 것을 보시고, 하나님이 떨기 가운데서 모세야, 모세야!” 하고 그를 부르셨다. 모세가 대답하였다. “, 제가 여기에 있습니다.”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이리로 가까이 오지 말아라.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너는 신을 벗어라.” (출애 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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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떨기를 보존하면서 불이 타는 현상은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 사실은 아닙니다. 불이 붙은 나무가 타서 없어지지 않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고, 기이한 일이기 때문에 모세는 좀 더 자세히 보고 그 원인을 알아보려고 다가갑니다. 사물과 사건에 나아가야만 참된 앎에 이르기 때문입니다(格物致知).

 

그때 하나님께서 나타나셔서 모세를 두 번 부릅니다. 모세는 자신이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 가시떨기로 다가갔지만, 그렇게 다가오는 모세를 하나님은 실존적 차원에서, 전 인격적 층위에서 부르시고 계십니다. 그리스도교가 말하는 하나님 체험, 더 폭넓게 종교 체험이란 객관적 사실에 대한 앎에서 멈출 수 없습니다. 머리로만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을 뿌리로부터 흔드는 지진과 같은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안전하다고 느꼈던 땅이 무너지고, 모든 것이 고정되지 못하고 흘러내리는 경험에서만 종교적 물음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실존적 경험이 바른 믿음을 형성하고 그 신념으로 세계의 변혁을 이루려면 바른 앎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진지하고도 정직하게 묻고 캐어내려는 앎의 추구 속에서만 진정한 믿음으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습니다. 모세는 알아보려고 나아갔고, 하나님은 그런 모세를 찾아옵니다. 나아갔기에 찾아오셨고, 불렀기에 대답합니다. 믿음의 자리는 바로 하나님과 사람이 상호 소통하는 자리이고, 둘 모두가 함께하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오늘 하나님은 모세에게 신을 벗으라고 합니다. 돌아온 탕자에게 아버지가 신을 다시 신겨 준 이야기에서처럼 고대의 의복과 신은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를 드러냅니다. 모세에게 신을 벗으라고 하신 이유는 어떤 사회적 외피 없이 맨몸으로 서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만나는 자리, 역사의 소명을 듣는 자리, 두렵고 떨리는 거룩함 앞에서 거추장스러운 가면은 필요 없습니다.

 

오늘 세상 사람들이 놀라운 물질문명의 발달 속에서도 불안과 두려움, 혐오와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거룩한 체험을 잃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바른 앎과 존재를 거는 믿음, 맨 얼굴 맨 정신으로 대결하려는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되찾아야 할 것입니다.

 

기도 : 거룩하신 하나님! 우리가 주님 찾아오시는 거룩한 땅에 서게 하소서. 홀로 주님 앞에 서게 하소서. 맨 발, 맨 손으로 꾸미지 않고 서게 하소서. 한 눈 팔지 말고 두 마음 품지 말고 오로지 주님을 진지하게 찾게 하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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