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태우는 불과 보호하는 불
모세는 미디안 제사장인 그의 장인 이드로의 양 떼를 치는 목자가 되었다. 그가 양 떼를 몰고 광야를 지나서 하나님의 산 호렙으로 갔을 때에, 거기에서 주님의 천사가 떨기 가운데서 이는 불꽃으로 그에게 나타났다. 그가 보니, 떨기에 불이 붙는데도, 그 떨기가 타서 없어지지 않았다.(출애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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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는 자기 힘으로 세상을 바꾸려다가 실패하고 지금은 메마르고 황량한 미디안 광야에서 평범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한편 애굽 땅에서의 신음 소리와 아우성은 멈추지 않았고, 하나님은 그 소리를 들으시고 이제 모세를 부르십니다. 목자로서 평범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모세에게 일상을 흔드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모세는 양 떼를 몰고 하나님의 산 호렙으로 올라가는데, 호렙의 뜻은 ‘황량한 곳, 불모지, 내버려진 땅’을 의미합니다. 젊을 때의 열정은 사라지고, 고통받고 있는 형제들에게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는 무력감으로 황량해진 모세에게 하나님이 찾아오십니다. 그런데 형상이 없는 하나님은 천사를 보내어 떨기에 이는 불꽃의 모습으로 모세를 만납니다.
성서에 떨기라고 되어 있는 이 식물은 “루부스 상투스”라는 학술명을 가진 것으로 약 1미터 정도 자라는 가시덤불입니다. 이 나무는 헬몬산의 백향목처럼 고상하고 당당한 나무들과 대조되는 앙상하고 볼품없이 생긴 관목류의 나무입니다. 광야에서 뜨거운 여름날 태양에 의해 사막의 열기가 더욱 가열되면 누가 일부러 불을 붙이지 않아도 자연 발화해서 즉시 소멸해 버리는 아주 연약한 나무입니다. 그러므로 목자인 모세가 볼 때, 가시떨기에 불꽃이 이는 데도 타서 소멸되지 않는 현상은 매우 경이로운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모세는 타지 않는 가시떨기에서 무엇을 본 것일까요? 야훼의 불꽃은 연약하고 보잘것없는 가시떨기를 태우는 불꽃이 아니라 오히려 그를 보호하는 불꽃임을 알게 된 것입니다. 애굽이 섬기던 태양신 라(Ra)는 미천한 히브리 백성들을 가차 없이 태워 소멸시켜 버리고, 인권은 아랑곳하지 않고 강제노동에 살인을 식은 죽 먹듯이 하는 제국의 신입니다. 그러나 야훼 하나님, 즉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의 하나님은 억압에 괴로워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그들의 고생을 알고 그들을 구원하시려고 오시는 하나님이라는 것입니다. 바로 그 하나님이 가장 약하디약한 히브리 백성과 함께하신다는 사실, 이 놀라운 사실을 모세는 깨달았던 것입니다.
기도 : 우리에게 힘을 주신 하나님! 우리에게 뜨거운 열정을 주신 하나님! 우리가 가진 힘과 열정이 약하디약한 이들을 향하게 하여 주소서. 강한 자의 편에 빌붙지 않게 하시고, 맘몬의 속임수에 들뜨지 않게 하소서. 거짓과 불의를 태워 소멸시키는 불이 곧 춥고 그늘진 곳을 따뜻하게 비치는 불이 되게 하여 주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