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성서묵상

14. 무르익는 시간

 

십보라가 아들을 낳으니, 모세는 내가 낯선 땅에서 나그네가 되었구나!” 하면서, 아들의 이름을 게르솜이라고 지었다. 세월이 많이 흘러서, 이집트의 왕이 죽었다. 이스라엘 자손이 고된 일 때문에 탄식하며 부르짖으니, 고된 일 때문에 부르짖는 소리가 하나님께 이르렀다. 하나님이 그들의 탄식하는 소리를 들으시고,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세우신 언약을 기억하시고, 이스라엘 자손의 종살이를 보시고, 그들의 처지를 생각하셨다.(출애 2:22-25)

 

=====================

 

살인에, 사체유기까지 한 모세는 수배자의 신세로 미디안의 척박한 광야에 터를 잡게 됩니다. 그는 지금 고향을 잃어버리고, 나그네가 되었습니다. 그의 신세는 미디안에서 얻은 아들의 이름에 잘 드러납니다. 맏아들 게르솜황폐한 나그네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모세가 미디안에 정착하는 동안 세월이 많이 흘렀고, 수배 명령을 내렸던 이집트의 왕도 죽었습니다. 제국에서 왕의 죽음은 큰 사회적 변동이 일어날 계기가 됩니다. 내부자들의 권력 투쟁으로 사회가 잠시 혼란에 빠지기도 하고, 새 집권자의 등장 과정에서 새로운 개혁 세력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 동안 강제 노동에 시달리는 이스라엘 자손의 고통스러운 현실은 전혀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들은 탄식하고 울부짖습니다. 그런데 그 절규가 하나님에게 이르게 됩니다. 오늘 성서는 하나님께서 탄식의 소리를 들으시고, 자신이 이들 조상에게 했던 약속을 기억하시고, 이들의 종살이를 보시고, 그들의 처지를 생각하셨다고 보도합니다.

 

이제 무엇인가 때가 이르렀다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큰 사건이 터지기 전에 언제나 작은 일들이 반복되는 것처럼, 이제 절망과 좌절, 끝없는 어둠의 횡포를 벗어나 새로운 빛이 동터 올 날이 머지않아 보입니다. 백성들은 절규하였고, 하나님은 들으셨기 때문입니다.

 

외세에 갈팡질팡 흔들리는 왕실의 모습 속에서 지방 관리들의 착취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민중들의 설움들이 깊어지자 동학혁명이 일어났고, 군부 독재가 깊어지자 876월 항쟁의 횃불이 타올랐습니다. 독재의 잔재 세력이 국정농단을 하여 어린 학생들이 목숨을 잃고 이게 나라인가 하는 시름이 깊어질 때 촛불이 세상을 뒤덮었습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 검찰이 언론과 한패가 되어 무소불위의 힘을 가지자 이제 또 민주시민들이 들고 일어납니다.

 

하나님께서는 언제나 무르익는 시간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십니다. 충분히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면, 조금만 더 견딜 수 있다면 반드시 어두운 구름은 물러가고 밝은 햇빛이 비치게 될 것입니다.

 

기도 : 하나님, 좌절하거나 절망하거나 먼저 포기하지 않게 하여 주소서. 시간이 무르익을 동안 견딜 힘을 주시고, 새 시대를 준비하는 지혜를 주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36 한문덕 목사의 출애굽기 묵상 31. 예배와 노동(출애굽기 5:3-4) phobbi 2025.10.31 132
235 한문덕 목사의 출애굽기 묵상 30. 벽도 밀면 문이 된다(출애굽기 5:1-2) phobbi 2025.10.30 140
234 한문덕 목사의 출애굽기 묵상 29. 주연과 조연(출애굽기 4:27-31) phobbi 2025.10.29 146
233 한문덕 목사의 출애굽기 묵상 28. 모르면서도 살아가는 삶(출애굽기 4:24-26) phobbi 2025.10.28 150
232 한문덕 목사의 출애굽기 묵상 27. 누구를 섬기는가?(출애굽기 4:21-23) phobbi 2025.10.27 143
231 한문덕 목사의 출애굽기 묵상 26. 하나님의 지팡이(출애굽기 4:17-20) phobbi 2025.10.25 143
230 한문덕 목사의 출애굽기 묵상 25. 하나님의 도움(출애굽기 4:13-16) phobbi 2025.10.24 148
229 한문덕 목사의 출애굽기 묵상 24. 하나님 말씀에서 나오는 사람의 말(출애굽기 4:10-12) phobbi 2025.10.23 148
228 한문덕 목사의 출애굽기 묵상 23. 모세의 믿음(출애굽기 4:1-4) phobbi 2025.10.22 149
227 한문덕 목사의 출애굽기 묵상 22. 험난한 줄 알면서도 가는 길(출애굽기 3:18b-19) phobbi 2025.10.21 132
226 한문덕 목사의 출애굽기 묵상 21. 하나님의 이름(출애굽기 3:13-14) phobbi 2025.10.20 146
225 한문덕 목사의 출애굽기 묵상 20. 그의 이름이 무엇인가?(출애굽기 3:13) phobbi 2025.10.18 137
224 한문덕 목사의 출애굽기 묵상 19. 주님께서 부르실 때(출애굽기 3:11-12) phobbi 2025.10.17 127
223 한문덕 목사의 출애굽기 묵상 18. 보내신 분과 보냄 받은 사람(출애굽기 3:9-10) phobbi 2025.10.16 149
222 한문덕 목사의 출애굽기 묵상 17. 보았고 들었고 안다.(출애굽기 3:6-7) phobbi 2025.10.15 124
221 한문덕 목사의 출애굽기 묵상 16. 거룩한 땅에서는 신을 벗어라!(출애 3:4-5) phobbi 2025.10.14 118
220 한문덕 목사의 출애굽기 묵상 15. 태우는 불과 보호하는 불(출애굽기 3:1-2) phobbi 2025.10.13 134
» 한문덕 목사의 출애굽기 묵상 14. 무르익는 시간(출애굽기 2:22-25) phobbi 2025.10.11 128
218 한문덕 목사의 출애굽기 묵상 13. 미디안의 모세(출애굽기 2:16-17) phobbi 2025.10.10 152
217 한문덕 목사의 출애굽기 묵상 12. 폭력의 자중지란(출애굽기 2:13-15) phobbi 2025.10.09 143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