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 한 알의 추석 풍경

by phobbi posted Oct 05, 2025 Views 244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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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5-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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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0. 05.

 

대추 한 알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장석주 시집, <붉디 붉은 호랑이>(애지, 2005,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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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되면 의례처럼 늘 하던 것들이 있다.

송편 빚기, 전 부치기, 밤 까기 등등

대개 제사를 지내기 위해 준비하던 것들이다.

대개의 평범한 집들처럼 우리 집도 설과 추석,

나는 뵙지도 못했던 할아버지 기일이 돌아오면 제사 음식을 준비하곤 했다.

지금은 내가 목사가 되어서 한가위 감사 예배를 드리지만.

 

추석명절을 보낼 때 늘 하던 것 중 하나는,

집 앞마당 제법 크게 자란 대추나무에서 대추를 따는 일이다.

마당에 천막을 펼쳐 놓고, 나무를 흔들거나 긴 장대를 가지고 나뭇가지를 치면,

잘 익은 대추 알들이 우르르 쏟아지곤 했다.

어린 동생들이 신나서 떼구르르 굴러가는 대추를 쫓아가 집어 오기도 하고,

담장을 넘어 이웃집 뒤꼍으로 넘어가거나, 시궁창에 빠지기도 하고,

알이 굵고 좋은 것은 먼저 한 입 베어 물기도 했다.

 

이제는 아련한 추억으로만 남아 있는, 추석 전날의 풍경들이다.

 

시인은 대추 한 알에서 우주의 조화를 보고, 인내와 성숙의 시간을 읽어낸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한가위 저녁,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기도하고, 무엇을 바랄 것인가?

 

- 향린 목회 336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