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9. 26.
디지털화의 초기에 일각에서 미래의 민주주의로 꿈꾸었던 실시간 민주주의는 터무니없는 환상임이 드러나고 있다. 디지털 떼거리들은 책임 있는, 정치적으로 행위하는 집단을 형성하지 못한다. 소셜미디어의 새로운 예속자인 팔로워들은 스마트한 인플루언서들에 의해 소비 가축으로 길든다. 그들은 탈정치화된다. 알고리즘이 조종하는 소셜미디어상의 소통은 자유롭지도 않고 민주주의적이지도 않다. 그 소통은 새로운 미성숙을 유발한다. 예속 장치로서의 스마트폰은 움직이는 의회와는 영 딴판이다. 스마트폰은 움직이는 쇼윈도로서 끊임없이 사적인 것을 공개함으로써 공론장의 파열을 가속한다. 스마트폰은 성숙한 시민을 만들어낸다기보다는 오히려 소비 및 소통 좀비를 만들어낸다.
디지털 소통은 정보 흐름의 경로 변환을 일으키고, 그 경로 변환은 민주주의적 과정에 파괴적으로 작용한다. 정보들은 공적 공간을 거치지 않고 퍼져나간다. 정보들은 사적 공간들에서 생산되어 사적 공간들로 전송된다. 따라서 인터넷은 공론장을 이루지 못한다. 소셜미디어는 이 같은 공동체 없는 소통을 강화한다. 인플루언서들과 팔로워들은 정치적 공론장을 형성하지 못한다. 디지털 커뮤니티는 공동체의 상품 형태다. 실제로 디지털 커뮤니티는 상품(commodity)이다. 디지털 커뮤니티는 정치적 행위를 할 능력이 없다.
한병철 지음/전대호 옮김, <정보의 지배: 디지털화와 민주주의의 위기>(김영사, 2023. 2. 27.), 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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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커뮤니티가 실제로 정치적 행위를 할 능력이 없다”는 저자의 주장은 좀 더 면밀히 검토되어야 하겠지만, 가상 세계, 디지털 공간에서의 소통과 행위에 대해서는 정말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모든 인식 행위는 실재하는 세계와 각자가 지닌 신념이 합쳐지면서 이루어진다.
즉 인간은 저마다의 프레임을 가지고 있다. 같은 것도 다르게 보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와 ‘신념 세계’의 조합에 더하여 오늘날은 디지털 공간이라고 하는 ‘가상 세계’가 실제 세계 못지않은 현실성을 가지고 등장했다.
“신념”은 끊임없이 실제 세계와 상호 교류하면서 형성되어가고,
또 신념에 따라 실제 세계가 또한 새롭게 창조되기도 하는데,
여기에 가상 세계라는 또 하나의 공간이 등장하면서
현대인들의 신념과 실제 세계를 바꾸고 있다.
가상 세계에서의 소통과 행위가 민주주의를 향상시키고,
책임성 있는 성숙한 인간으로 인도할지,
아니면 한병철 교수의 판단과 우려처럼 그냥 사적 인간들의 배설의 장이나,
소비 좀비들만을 양산하는 장이 될지 아직은 확정하기 힘들다.
인류는 지금 매우 낯선 모험을 하고 있고,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낯선 도전의 불확실성은 더욱 깊고 넓어졌다.
분명한 것은 있는 가상 세계를 없는 것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는 것이고,
이제 과제는 어떤 균형감각으로 가상 세계를 실제 세계와 조율할 것인가이다.
정보가 쓰레기 더미에 불과하지 않도록,
몸과의 접선을 통해 꿰어내는 일이 절실하다.
- 향린 목회 327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