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뿌리
이스라엘은 죽을 날을 앞두고, 그의 아들 요셉을 불러 놓고 일렀다. “네가 이 아버지에게 효도를 할 생각이 있으면, 너의 손을 나의 다리 사이에 넣고, 네가 인애와 성심으로 나의 뜻을 받들겠다고 나에게 약속하여라. 나를 이집트에 묻지 말아라. 내가 눈을 감고, 조상들에게로 돌아가면, 나를 이집트에서 옮겨서, 조상들께서 누우신 그 곳에 나를 묻어다오.” 요셉이 대답하였다. “아버지 말씀대로 하겠습니다.”(창세 47: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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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은 조건을 따지지 않는 하나님의 보편적 사랑을 믿습니다. 하나님은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해를 떠오르게 하시고 옳은 자에게나 불의한 자에게도 비를 내리십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부모가 있고, 민족이 있습니다.
평생을 떠돌이로 살아야 했던 야곱은 요셉에게 자신이 눈을 감으면 자기 몸을 조상들께서 누운 고향에 묻어 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죽음 이후의 삶이 어떨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 때라도 조상들과 함께 하고 싶은 야곱의 마음이 절절하게 드러납니다.
눈에 보이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것이 거짓이듯이 가장 가까운 가족과 친구, 동료들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세상을 보편적으로 사랑한다는 건 헛된 말입니다. 맹자는 가까운 가족들을 사랑하고 거기로부터 나아가 이웃을 어질게 대하며, 모든 사물을 아끼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親親而仁民, 仁民而愛物. 「盡心」 上. 45). 그리스도교의 사랑도 가장 가까운 자기 주변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뿌리를 잊은 나무는 결실을 내지 못합니다. 우리 삶과 정신의 뿌리로부터 한국 그리스도인은 어떤 고유함과 독특성을 생성할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도: 주님, 우리의 부모, 우리의 조상, 우리 민족의 역사와 삶에 무지하지 않게 하여 주소서. 가까운 이들에게 무심하지 않게 하여 주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