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9. 17.
학기 초 첫 수업에는 학생들이 ‘자기소개’하는 시간이 있다. 물론 강의실에서의 자기소개란 늘 일정한 틀 속에서 진행되곤 한다. 자신의 이름, 현재 공부하고 있는 과정, 이 학교에서 공부한 시간, 현재 하고 있는 일 정도로 자신을 소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틀에 박힌 자기소개로 내가 정작 그 학생을 알 길은 없다. 그래서 종종 쓰는 자기소개 방식이 하나 있다. 그것은 다음 물음에 답하는 방식으로 자기를 소개하는 것이다. “내가 현재 씨름하고 있는 물음이 무엇인가?”
한 인간으로서의 ‘나’를 소개한다는 것은 단순한 듯하지만 사실상 참으로 복잡한 일이다. 그런데 한 사람이 씨름하고 있는 물음들, 타자에게 건네는 질문들을 통해서 나는 그 사람이 지니고 있는 한 인간으로서의 내면세계의 내음을 느끼게 된다. 자신이 씨름하고 있는 물음들, 자신이나 이 세계에 던지는 질문들이 그 사람이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새로운 변화는 ‘답’을 가져오는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물음’을 묻는 이들에 의해서 가능했다는 것, 그래서 배운다는 것은 ‘해답’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좋은 물음 묻기’를 배우는 것이라는 점, 내가 학생들을 가르치며 늘 강조하는 것이다.
나는, 또 우리는 지금 어떠한 물음과 대면하고 씨름하고 있는가.
강남순 지음, <배움에 관하여: 비판적 성찰의 일상화>(동녘, 2017. 7. 31.), 125-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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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오는 과제들을 처리하느라 허둥대는 일상이 다반사이다.
물음을 품을 새도 없이 이미 주어진 일들을 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한참 부족하다.
새로운 물음을 간직할 수 있는 시간이 보장된 이들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그런 시간이 주어졌는데도 좋고 올바른 물음을 던지지 못하는 우리들은 또 얼마나 게으르며 어리석은가!
숨을 깊게 한 번 들이마시고 잠시 생각해 본다.
나는 지금 어떤 물음을 품고 있는가?
- 향린 목회 318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