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9. 10.
매해 여름 여기 수도원에서 보내는 일주일은 나에게 은총의 시간이다. 무엇보다 찬미와 감사기도, 청원 기도를 드리는 행복한 기도의 시간이다. 이 책을 쓰는 것 또한 기도의 한 형태로 체험한다.
청원 기도란 무엇이고 그 의미는 무엇일까? 인간의 요청에 하느님이 정보를 주는 것인가? 이것은 좀 이치에 맞지 않는 것 같다. 타자의 고통과 세상의 아픔을 “하느님, 당신이 좀 돌보시오!”라는 문구와 함께 피안의 저편에 보내는 것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부재의 증거, 마술과 미신 형태의 자기기만일 것이다. 그러니까 그리스도교 기도의 참 의미와 정신을 전혀 모르는 이들, 즉 기도를 조롱하는 무신론자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런 식으로 ‘실제로’ 기도하고 추천하는 많은 신앙인이 ‘청원 기도에 대해’ 그렇게 상상하는 건 아닐까?
청원 기도는 나의 아픔으로 느끼는 타자의 고통에 대해 하느님과 나누는 대화다. 이 대화에서 나의 일차원적 감정, 소망과 생각 들에서 조용히 거리를 두고 복음 말씀과 대면한다. 그러면서 고귀한 기도의 성령 안에서 나는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는 법을 배운다.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배우며 적어도 어떻게든 거기에 참여할 수 있다. 기도 안에서 나는 피하지 않고 미루지 않고 잊지 않고 눈을 감아 버리지 않는 용기와 힘을 청한다.
또한 내가 변화시킬 수 없는 사람을 정말로 ‘놓아주고’ 포기하는 것, 즉 겸허히 그리고 현실적으로 나의 한계를 인식하고, 자신이 ‘전능’하다는 망상과 환상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대평가와 과부하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을 배운다. 이를 통해 나는 또한 죄책감, 부당함, 분노, 무능이라는 스스로에게 부과한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나는 하느님이 아니므로, 내가 많은 과제를 하느님 그리고 그분이 이러한 일들이 위해 찾아낸 이들에게 넘겨야 한다는 사실에 직면할 때 느끼는 걱정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느님은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일 냉정함,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일들을 변화시킬 용기 그리고 이것을 분별하는 지혜를 주셨다.
토마시 할리크/오민환 옮김, <상처 입은 신앙>(분도출판사, 2018. 7. 5.), 127-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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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성령 안에서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는 법을 배우게 하소서.
피하지 않고, 미루지 않고, 잊지 않고, 눈을 감지 않게 하소서.
또한 ‘전능’하다는 망상과 환상을 벗어던지고,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나 과소평가로부터 자유롭게 하소서.
바꿀 수 없는 것들은 차분하게 받아들이고,
바꿀 수 있는 것들은 용기를 가지고 나서게 하소서.
- 향린 목회 311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