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뜻나눔

악(惡)에 대하여

by phobbi posted Aug 30, 2025 Views 234 Replies 0
Extra Form
날짜 2025-08-30

2025. 08. 30.

 

선악에 문제를 생각하는 데 있어서는 마태복음1324~30절에 있는 예수님의 깜부기 비유를 주의해 읽을 필요가 있다. 거기는 여러 가지 깊은 교훈이 들어 있다.

 

첫째 사람의 본바탈은 선하다는 것이다. 성선(性善)이냐, 성악(性惡)이냐 하는 토론은 맹자 이래 오늘까지 끊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지만 그것은 벌써 시비는 판명이 된 것이다.

 

악은 우리말로는 모진 것, 나쁜 것, 미운 것인데, 그것은 어진 것, 된 것, 좋은 것, 고운 것이 있고서야 나오는 말이다. 첨부터 모질고, 안됐고, 나쁘고, 미운 것이었다면 거기서 어질다. 됐다, 좋다, 곱다는 나올 리가 없다. 그러므로 하늘나라는 어떤 사람이 자기 밭에 씨를 뿌린 것에 비할 수 있다할 때의 씨는 하나님의 씨, 곧 하나님의 모습이다.

 

중요한 것은 선하자고 악에 대해서 싸우는 싸움인데, 그 싸움에서 우선 먼저 할 것은 본래 사람은 어질었는데, 잘못되어서 악이란 것이 있게 됐다 생각하는 일이다. 그래야 이긴다. 싸워가지고 이기는 것이 아니라 첨부터 이겨 놓고, 이긴 것이기 때문에, 싸우는 것이다. 이 점에서는 동서고금의 모든 어진 이들의 말이 다 일치한다. 다만 거기 반대하는 것은 남을 지배하자는 욕심에 눈이 번한 사람들이다. 사람은 첨부터 정치를 한 것은 아니다.

 

악이란 글자의 뜻이 그것을 증명한다. ()은 본래 아()로 썼는데 그것은 사람의 등뼈가 꼬부라진 것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 곧은 것이 근본이고 꼬부라진 것은 잘못된 것이다. 우리말의 모질 악하는 것은 못됐다는 말에서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는 처음에는 보기 싫은 것, 흉한 것, 미운 것을 가리키는 글자였는데 후에 그것을 도덕에 붙여서만 쓰게 되면서 심()을 더했다. 그것은 마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히브리 말에서 악은 본래는 병이라는 뜻의 말이었다고 한다.

 

사람의 사람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꼿꼿이 일어서는 것인데, 그것을 위해서는 등뼈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등뼈가 꼬부라진 것이 무엇보다도 더 흉칙하고 밉고 못되게 보인다. 그러면 그것을 정신의 등뼈에 적용하며 악으로 쓴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면 정신적으로 뼈가 굽은 것이 무엇일까? 제가 하늘의 아들인 것을 잊고 허리를 꼬부려 누구에게 절을 하는 일이다. 악은 지배·피지배에서 시작됐다. 그렇기 때문에 그 모든 악의 근본인 그 병을 고치려면 나는 본래 꼿꼿했느니라하는 생각을 가지는 일이다.

 

함석헌, <함석헌 전집 5, 서풍의 노래>(한길사, 1984. 9. 30. 2), 233-234.

 

====================================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와 회담을 할 때,

의자 끝에 걸터앉는 모습이 자주 포착된다.

그렇게 앉으면 허리가 곧추세워진다.

키는 트럼프가 크지만, 앉은키는 구부정한 트럼프보다도 이 대통령이 훨씬 커 보인다.

트럼프는 두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아 허리를 굽히지만

이 대통령은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 가지런하게 하면서도 곧추세운 허리로

트럼프보다는 높은 위치를 차지한다.

겸손하지만 당당하다.

상대를 배려하지만 굽힘도 구김도 없다.

 

나는 예배 파송사에서 언제나 이렇게 말한다.

 

오늘도 어깨를 쭉 펴고 똑바로 서십시오. 세상으로 당당하게 그리고 힘차게 나아가십시오.”

 

세상으로 당당하고도 힘차게 나아가려면 어깨를 쭉 펴고 허리를 곧게 세워 똑바로 서야 한다.

 

함석헌 선생은 사람의 사람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꼿꼿이 일어서는 것이라 하는데,

정말 그렇다.

직립 인간으로 하늘을 향해 머리를 들 때부터,

멀리까지 보는 눈을 갖게 되고,

손이 자유로워졌을 때부터 인간은 본격적인 인간일 수 있었다.

 

()가 사람의 등뼈가 구부러진 것을 그린 모양이라 한 것은 설문해자(說文解字)의 설명이다. <說文> 醜也, 象人局背之形.

 

, 죄악을 뜻하는 히브리어 중 아본(avon, עון)은 구부러지다는 뜻이 있다.

 

- 향린 목회 300일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