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8. 26.
기독교 신앙이 교회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장 분명한 확신은, 교회는 교회 자신을 목표로 삼거나, 자신을 모든 행위나 실천의 주체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느님은, 자신과 피조물 사이에 그리고 인간을 포함한 모든 피조물 사이에 화해를 이루기 위해서, 교회가 있기 이전에도 창조 세계와 함께해왔고, 지금도 교회라는 울타리에 구속당하지 않고 활동하신다는 확고한 믿음 안에서 교회를 이해한다. 기독교 신앙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확신은 교회는 사람들이 자신의 한계와 울타리를 넘어서 하느님의 뜻과 일을 찾아 참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지, 교회가 먼저 만들어지고 그 교회를 통해서만 하느님의 일이 이루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 속에서 교회는 끊임없이 교회와 하느님의 위치를 역전시켜 왔고, 그래서 하느님과 창조 세계의 화해가 아니라, 교회 그 자체를 목표로 삼아왔다.
이처럼 창조 세계의 화해를 위한 하느님 선교가 아니라 교회 그 자체의 성공을 위한 선교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교회는 모아서 가두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그렇게 모아 가둔 사람들을 더욱더 철저하게 그 교회 발전을 위해서 봉사하도록 관리할 수 있는 성직자 중심적인 관리 질서를 장착하게 되고, 그와 같은 내부의 동원 질서를 정당화하기 위해 예배와 건물로 대표되는 강력한 상징 질서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이처럼 자기 내부의 결속과 외부를 향한 자기 확장을 목표로 하는 교회는 자신이 가진 물질적이고 상징적인 가치와 질서를 땅끝까지 확장해야 한다는 과도한 자기 확신을 내세우고, 정복적·승리주의적·식민주의적 선교 실천을 통해서 자신의 울타리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고 싶어 한다. 교회들이 거룩한 도시 혹은 거룩한 국가를 향한 배타주의적인 정치적 상상을 계속 생산해 내고, 그와 같은 자신들의 도착적 이상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교회 안팎의 적들을 이단시하고 배척하는 배제와 혐오의 논리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것도 같은 자기중심적 욕망에 의해서 추동되고 있다.
한국교회가 직면한 위기의 근본 원인은 하느님의 화해 의지를 외면한 교회의 자기중심적인 삶의 행태에 있다고 할 것이다.
권지성/김진호/오제홍/조민아 엮음, <바이러스에 걸린 교회>(삼인, 2021. 08. 10.), 30-32.
=======================================
더불어 살 수밖에 없는 삶인데,
홀로 자기 확장을 하려는 것은 결국 남도 죽이고, 자기도 죽게 한다.
암(癌)이란 놈이 그러하다.
교회가 자기 존속과 자기 확장만을 위해 몸부림친다면
스스로 사회의 암(癌)적 존재가 되는 것이다.
covid 19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서로를 배려하여 가장 조심하고 신중해야 할 때에,
교회는 자기 살길을 먼저 찾으면서 오히려 죽음의 길로 들어섰다.
그래서 교회가 부활하는 유일한 길은 역시 자기를 내어줌에서 찾아야 한다.
하나님의 손길에 맡겨야 하고,
세상의 필요에 응답하며,
무엇보다 가장 낮은 곳에서 고통을 당하는 이들 곁에 있어야 한다.
- 향린 목회 296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