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7. 17.
사상계 헌장(한글 번역본, 1956년 4월호)
자유와 평등을 근본 이념으로 하는 근대적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봉건사회에서 직접 제국주의 식민지 사회로 이행한 우리 역사는 세계사의 조류와 격리된 채 36년간 암흑 속에서 제자리걸음을 하였다. 그것은 자기 말살의 역사요, 자기 모독의 역사요, 노예적 굴종의 역사였다.
다행히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로 이 참담한 이민족의 겸제(箝制)에서 해방은 되었으나 자기 광정(匡正)의 여유를 가질 겨를도 없이 태동하는 현대의 진통을 자신의 피로써 감당하게 된 것은 진실로 슬픈 운명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모든 자유의 적을 쳐부수고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를 이룩하기 위하여, 또다시 역사를 말살하고 조상을 모욕하는 어리석은 후예가 되지 않기 위하여, 자기의 무능과 태만과 비겁으로 말미암아 자손만대에 누를 끼치는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하여, 우리는 이 역사적 사명을 깊이 통찰하고 지성일관(至聖一貫) 그 완수에 용약매진(勇躍邁進)해야 할 줄로 안다.
이 민족 사생(死生) 관두(關頭)에서 우리는 과연 유신(維新) 창업(創業)의 기백과 실천이 있었던가? 사(私)를 위하여 공을 희생한 일은 없었던가? 정치인은 과연 구국대업에 헌신하고 발분망식(發憤忘食)하였던가? 민은 과연 대를 위하여 소를 버릴 용의가 있었던가? 우리는 서슴지 않고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음을 지극히 유감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이 지중(至重)한 시기에 처하여 현재를 해결하고 미래를 개척할 민족의 동량은 탁고기명(托孤寄命)의 청년이요, 학생이요, 새로운 세대임을 확신하는 까닭에 본지는 순정무구한 이 대열의 등불이 되고 지표가 됨을 지상의 과업으로 삼는 동시에 종(縱)으로 5천 년의 역사를 밝혀 우리의 전통을 바로잡고, 횡(橫)으로 만방(萬邦)의 지적 소산을 매개하는 공기(公器)로서 자유, 평등, 평화, 번영의 민주 사회 건설에 미력을 바치고자 하는 바이다.
오직 강호의 편달을 바랄 뿐이다.
장준하.
<사상계>, 2025년 여름호/ 통권 207호, 재창간 2호(사상계 미디어, 2025. 7.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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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식민지로 인한 전통의 단절과 자유 정신의 훼손,
한국전쟁의 파국적 혼돈으로 인한 문명의 후퇴 속에서도
사상계라는 잡지 하나 있어서 그나마 우리 사회가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닌가 한다.
기후 재앙과 인공지능의 급격한 변화, 세계를 이끌 도덕성의 부재 등
지금 또한 지중(至重)한 시기인데,
현재를 해결하고, 미래를 개척할 동량(棟梁)은 어떻게 길러지는 것인가?
- 향린 목회 256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