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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예배

씨앗을 심는 우리의 여정 ㅣ 김수산나 ㅣ 2025-06-15

by 이민하 posted Jun 20, 2025 Views 172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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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5-06-15

“씨앗을 심는 우리의 여정” 

(신 30:15-20 롬 5:1-5  막 4:1-9)

 
김수산나 목사
 
사랑하는 향린교회 구성원 여러분, 안녕하세요. 김수산나입니다. 이렇게 여러분과 함께 예배 드리게 되어 기쁩니다. 오늘 우리의 신앙과 현실 그리고 사랑과 평등의 씨앗을 심는 여정을 되새기며 함께 말씀을 나누고자 합니다. 
6월은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입니다. 어제 서울퀴어문화축제에 향린교회도 다양한 형태로 참여하셨지요. 옆 부스에서 새날을 만나 든든했습니다. 섬돌 역시 다양하게 퀴어명절을 잘 지나고 있습니다.
 
 
#1
우리 향린공동체는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평화와 생명, 평등과 정의를 향해 외치고 내딛어 왔습니다. 이번 겨울에도 우리는 시민들과 함께 광장에서 함께 목소릴 모았습니다. 2016-2017년 박근혜 퇴진, 2024-2025년 윤석열 퇴진, 이 두 번에 거쳐 ‘광장’에서 제시한 ‘사회대개혁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이 가운데 ‘차별금지법’은 반복해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미뤄져 왔고, 그동안 혐오와 차별의 목소리는 정치와 언론, 그리고 교회 안에서조차 힘을 키워 왔습니다. 특히 한국 보수개신교는 혐오정치를 주도하는 중심 세력이 되었고, 성소수자, 여성, 이주민, 장애인 등 많은 이들을 향한 혐오를 정당화하며 극우 세력의 기반이 되어왔습니다.
 
 
#2 
이런 상황 속에서 성소수자를 축복한 목회자들이 교단으로부터 출교당하는 사건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감리회 소속 목회자 다섯 명(이동환, 남재영, 윤여군[정직 10개월 확정], 김형국, 차흥도 목사)은 축복기도와 성명서 참여를 이유로 감리회 법(교리와 장정) 3조8항을 위반했다며 출교되었습니다.
 
이동환 목사는 2019년 인천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에게 축복을 했다는 이유로 2022년 10월 정직 2년 판결을 받았고, 추가 고발이 이어져 2024년 3월 출교당했습니다. 
남재영, 윤여군, 차흥도, 김형국 목사는 작년 서울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를 축복하고, 이동환 목사 출교가 부당하다는 성명서에 동참했다는 등의 이유로 각각 2024년 12월, 2025년 1월, 2월에 쫓겨났습니다. 다섯명 모두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교리와 장정’(감리회 법) 3조8항을 위반했다는 것입니다. 
쫓겨난 목사들과 재판중인 목사들과 그들의 동료, 연대인들은 차별과 혐오의 진앙지에서 재판을, 싸움을 끈질기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3
한국교회의 본격적인 교단 내 징계는 2017년 임보라 목사님에 대해 한국교회 8개 교단이 ‘이단성’을 발표하면서입니다.
2017년 9월 1일 한국교회 8개 주요 교단(예장합동, 예장통합, 예장대신, 예장고신, 예장합신, 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대한성결교, 기독교한국침례회)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들이 한국기독교장로회(PROK) 소속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에 대해 “이단성이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를 대응하기 위해 향린공동체 대책위가 생겼고, 이는 향린공동체 성정의위원회 구성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임보라 목사님에게 이단시비를 걸었던 그 시기는 2017년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 이후였습니다(3월 10일). “촛불의 열기가 평등한 사회로의 열망으로 이어졌”고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재출범하여(3월 23일) 차별금지법 제정촉구 서명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때입니다. 대통령 박근혜가 국정 농단으로 파면되었기에 살아남기 위해 ‘보수’로 연합했왔던 전선들이 재편되는 과정이 이어졌습니다. ‘보수’집회에 신도를 동원하며 입지를 다지고 세를 불려왔던 보수개신교는 세습, 부정부패, 성폭력 등의 내부 위기까지 겹쳤던 시기입니다[한두해가 아닙니다만]. 이들은 외부의 적을 만들어 내부결속을 꽤했고, 2000년대 들어 그 적은 “반공”+“반동성애”였고, 시작은 ‘임보라 목사에 대한 이단 시비’였습니다. 
임보라 목사님 다음으로 학생들이 타깃이 되었습니다. 예장통합의 장로회신학대학교 학생들이 2018년 5월 17일 ‘국제 성 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무지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징계당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예장통합의 최대 이슈였던 '명성교회 불법 세습'을 옹호하던 이들은 이 사건을 빌미 삼아 '세습 불가'를 천명했던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들을 '동성애 옹호' 프레임으로 공격했습니다. 학교와 교단 전체가 들썩였고, 결국 학교와 교수들은 학생들을 징계했습니다.
 
 
#4
교단으로부터 ‘동성애 옹호’를 이유로 출교 판결을 받은 첫 사례는 허호익 교수였습니다. 
 
2020년 3월 5일 예장통합에서는 허호익 교수가 ‘동성애’를 옹호하는 책을 쓰고 강연했다며 고발당해 기소됐고, 2020년 8월 19일 면직·출교 당한 것입니다. (*이동환 목사는 2022년 정직 2년, 2024년 출교) 허호익 교수는 이미 대전신대 교수직에서 은퇴한 상태였고, 이때 목사직 역시 조기 은퇴했는데도 교단은 중한 처벌을 내린것입니다. 그리고 2024년 6월 21일, 예장통합에서는 엄기봉 목사를 ‘출두’시켜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작년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들에게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였습니다. 한국의 주요 개신교단은 사랑과 환대를 죄로 규정하며, 점점 더 닫힌 공동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오늘 성서에서 모세는 가나안을 앞둔 이스라엘 백성에게 말합니다: “내가 오늘 당신들 앞에 생명과 번영, 죽음과 파멸을 내놓았습니다.” (15절) 그리고 이렇게 권면합니다: “당신들과 당신들의 자손이 살려거든, 생명을 택하십시오.” (19절)
이 ‘생명’은 단순히 숨 쉬는 생존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고, 사랑을 실천하며, 정의와 포용의 길을 걷는 삶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분의 길을 따를 때 우리가 ‘잘 되고 번성할 것’이라 약속하십니다. (16절) 고대 이스라엘에서 축복, 번성의 실질적인 내용은 첫째, 해당 공동체가 생존하며 거주할 땅이 주어지는 것 둘째, 공동체의 후손이 끊기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생명을 택하라는 선택이 우리 앞에 놓여 있으나 생명이 아닌 죽음, 개인만의 복과 상대를 향한 저주, 포용이 아닌 배제, 특정 계층이나 집단만을 위한 왜곡된 정의나 불의를 선택하고 있는게 아닐까, 저와 우리 모두는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가 곰곰히 돌아보게 됩니다.
 
 
#5
고민하며 내딛어가는 다양한 그리스도인들은 그간 차별금지법 즉각 제정에 대한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왔습니다. 
2007년, 사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때 성소수자 그리스도인 모임 <차별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교인 연대>(차세기연)가 구성됐고, 이 모임이 2016년 <무지개예수>(무예)라는 연대체로 이어졌습니다.  2021년에는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평등세상)이 만들어졌고 오늘에까지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6
2013년 섬돌향린교회가 시작된 그해에 참으로 아름다운 청년 하나를 잃었습니다. 그를 기억하며 청소년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이 문을 열었습니다. 청소년성소수자의 위기상황을 인식하고 성소수자 단체와 함께 인큐베이팅 과정에 섬돌향린교회도 참여하고 있던 터 였습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청년들의 안타까운 소식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임보라 목사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누군가는 가족들도 고인이 성소수자였음을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알고 있다고 해도 가족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커뮤니티에서는 결혼식보다 장례식장에 가는 횟수가 훨씬 더 많다는 이야기, 장례식장에서 못만나던 사람들까지 만난다는 이야기가 유명한데 저 역시도 꼭 같은 경험을 합니다.” 
 
 
#7
2024년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집회에서, 9월에 우리 곁을 떠난 이를 함께 추모했습니다. 그녀는 섬돌의 교인이었고, 오픈리 활동가였습니다.
(집회 영상: 노래와 구호)
우리는 더이상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소중한 목숨을 잃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할 수 있는 최선의 활동을 이어가려고 시민사회, 종교 등 다양한 분들이 곳곳에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나 혼자라고 생각하고 우울감과 상실감 속에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더이상 없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바울은 로마서 5장에서 이렇게 선언합니다: “우리는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았으므로...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게 될 소망을 품고 자랑합니다.” (1-2절) 그리고 이어 말합니다: “우리는 환난도 자랑합니다.” 왜냐하면,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낳기” 때문입니다. (3-4절)
성소수자 그리스도인들이 겪는 고난, 성소수자가 겪는 고난, 그리스도인들이 겪는 고난, 차별, 배제는 ‘환난’이라 여겨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그 환난이 우리를 꺾지 않는다 말합니다. 인내하게 하며, 연단하게 하고, 마침내 참된 희망을 낳는다 합니다. 
그렇습니까? 정말입니까? 
사실, 환난은 우리를 꺾기도 합니다. 낙담하고 좌절하여 절망의 구덩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절망하고 넘어졌더라도 이 여정이 지난한 여정이라 할지라도 이어가는 것입니다. 또 인내하게 한다는 것은 인내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을 내포하는 건 아닐지 생각해봅니다. 연단은 결과론적으로 자기 자신에게만 적용하여 말 할 수 있을 뿐이지, 그 고난과 고통과 상실과 절망이 당신을 연단하기 위해 있다는 것이 명제가 될 수 없고 성립되지도 않습니다. 
연단을 통해 마침내 참된 희망을 낳을 수 있던 것은, 너무나 절박하고 절실했던 삶의 자리들로부터 더 나은 오늘, 내일을 위해 애써가는 걸음을 일컫는 다른 말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이 모든 여정을 하느님께서는 당신 곁에서 함께 겪고 계신다는 것, 우리에게 보내내주신 성령님을 통해 당신의 사랑을 우리 마음 속에 부어주셨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기억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 여깁니다.
 
 
#8
2025년 5월 말, 방콕에서 열린 Inclusive Church Asia Connection (ICAC) 2025: Let’s Go!에 한국 교계의 상황, 섬돌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발표하러 다녀왔습니다. 이 사진은 각각 다른 아시아 지역의 구성원들의 발표 장면들입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공통점이 몇가지 있었습니다. 첫째로 우리가 그리스도인이라는 점, 둘째로 성소수자를 환대하는 교회공동체라는 점, 마지막은 사랑하는 이를 먼저 떠나보낸 경험을 한 적 있는 이들이라는 점입니다. 70여명이 각기 다른 삶의 자리에서 모였지만, 함께 깊이 교감하며 위로를 주고받았으며 울고 웃었습니다. 
 
 
#9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한국, 일본, 중국, 홍콩, 대만, 태국 등 다양한 삶의 자리에 있는 이들이, 한 목소리로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 모두를 향한다”는 진리를 비추는 빛 조각을 확인하고 확인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10
주일예배를 함께 드렸습니다. 원을 더 넓게, 더 넓게 그리자는 포용적 노래를 부르는데, 그렇게 눈물이 났습니다. (영상) 
그런데 옆을 보니, 대만 동광교회의 샤오은 전도사님, 일본의 레이나 목사님도 울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셋이 눈이 마주치자 울다가 웃음이 터졌습니다. 그 순간 셋 모두가 매우 깊은 유대가 형성됐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시아에서 퀴어를 환대하는 교회공동체 모든 구성원 300명, 400명이 모이는 모임 엠플리파이가 격년 등으로 그간 진행돼왔습니다. 임보라 목사님과 로뎀나무그늘교회가 한국에 유치해보자는 논의를 하셨다는데 코로나가 터져 진행을 못했다 들었습니다. 내년에 한국에서 진행해보면 어떤지 9개 아시아 지역에서 의견을 모아주셨는데, 지혜와 용기를 우리 역시 모아가야 할것 같습니다.
 
 
#11
오늘 신명기 말씀에서 말하는 “생명을 택하는 길”이 이와 같지 않을까, 로마서에서 바울이 증언한 “실망시키지 않는 희망”의 자리란 바로 이런 빛의 조각들이 아니었을까 살피게 됩니다. 
사랑은 진리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고, 진리는 사랑을 밀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복음은 진리 안에서의 포용, 회개 안에서의 용서, 공동체 안에서의 연대를 가능케 합니다.
“생명을 택하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은, 진리를 따라 사랑하고, 불의를 거부하며, 용기 있게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아가라는 초청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사도 바울이 고난 속에서도 기뻐한다고 고백했던 것이 공감됩니다. 왜냐하면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낳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소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롬 5:3-5)
우리는 이렇게 한 걸음씩 눈물로 땀으로 씨앗을 심어 갑니다. 돌짝 밭이든, 가시덤불 속이든, 씨앗을 심습니다. 씨앗이 자랄지 안자랄지 우리는 모릅니다. 어느 밭에서 어떻게 싹틀지 모르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해갑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씨앗을 심는 것, 그것이 우리의 여정입니다.
씨앗을 심는 우리의 다채로운 여정 가운데, 하느님의 사랑을 우리가 더욱 느낄 수 있도록 우릴 깨우시고 생명샘 길어 올리게 하시며, 서로가 더욱 연결되어 위로와 소망이 깃들게 하시길 기원합니다.
잠시 침묵으로 기도하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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