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기도

감사기도 ㅣ 이나래 교우

by 김지목 posted Sep 22, 2026 Views 26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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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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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자비의 하나님, 청명하고 푸른 가을 하늘을 우리에게 허락하시고, 모여 예배하게 하시니 감사드립니다.

 

폭염은 한풀 꺾였지만, 폭염이 남긴 죽음과 질병은 아직도 우리 곁에 남아 있습니다.

 

지난여름, 40도에 육박하는 실내온도에 양팔을 뻗으면 벽에 닿는 좁은 공간에서, 냉방시설 없이 잠을 청하는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을 만났습니다. 이번 대홍수로 직격탄을 맞은 네팔의 라수와 지역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으나,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 및 하류 마을 전반에 피해가 집중되었습니다. 기후위기는 그들에게 당장 오늘 실존의 위기이며, 우리는 그곳을 떠나오거나, 뉴스창을 닫거나, 눈을 감으면 그 사실을 잊기 쉽지만, 체념한 채 시신을 찾지 못하고 가족의 장례를 치러야 하는 네팔 사람들이나, 방 안의 열기를 빼내기 위해 사생활 없이 쪽방문을 열고 잠드는 주민들이 그곳에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지난여름에 우리는 완주군의 콩밭에서 뜨겁게 땀 흘리며 쇠비름을 캐내고 논에서 피를 뽑았습니다. 반가운 교우들과 우리가 가담한 주일 공동식사에 둘러앉으면 이제는 즐거운 마음 뒤에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여러 고뇌가 떠오릅니다. 잡초가 콩보다 많이 나지만, 땅을 살리기 위해 농약을 치지 못하는 농부의 고뇌, 투박한 원물로 백여 명의 입맛을 책임지는 봉사부의 고뇌부터, 기초생활수급자의 주거급여가 오르면 그대로 임대료가 오르는 기형적인 상황에서도 그곳이 삶의 터전이기 때문에 떠나지 못하는 쪽방촌 주민들의 고뇌가, 언제 기후재난을 다시 마주할지 모르지만 위험을 안고 살아가는 네팔 사람들이, 식량을 배급받으러 가면 포탄에 맞아 죽을지도 모르지만 가족들을 굶길 수 없어 배급소에 가는 것을 택하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들이 떠오릅니다.

 

오늘도 교회에 나와서 저번 주에도 본 교우들의 얼굴을 또다시 마주하게 하심에 감사합니다. 우리는 주님이 창조하신 만물 앞에서 한없이 작고 무력하며, 늘 망각하지만, 매주 보는 이 반가운 사람들을 통해 잊지 않고 연대하여 더 많은 이들의 고통에 가닿을 수 있게 하심에 감사드립니다. 매주 교우들의 얼굴을 보며 집회에서 나누어 들었던 깃대의 무게와 나누어 먹은 밥의 무게가 한 주를 살아가는 내 어깨를 적당히 짓누르게 하심 또한 감사드립니다. 나는 고작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부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삶을 지탱할 용기와 희망으로 닿기를 기도합니다.

 

마음은 늘 함께하지만, 교회에 나오지 못하는 아픈 교우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처음 겪는 질병이나 고통에 그들이 너무 외롭고 두렵지 않게 주님께서 함께해 주세요.

 

드려진 예물과 우리의 삶이 기후위기 속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살리고, 이 땅에 생태와 정의를 세우는 일에 거룩하게 쓰이게 해주세요. 창조주이시며 고통받는 이들의 진정한 친구가 되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