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피라미드>

by phobbi posted Aug 24, 2026 Views 2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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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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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08. 24.

 

폐하, 피라미드는 위기의 시대에 구상된 것입니다.”

 

대제사장은 말과 말 사이의 휴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자각하고 있었다. 눈꺼풀의 그늘이 여인의 시선에 신비감을 더해주듯, 그 휴지야말로 생각에 무게를 부여하고 숭고함을 더해주었다.

 

위기였고말고요.” 이윽고 그가 말을 이었다. “연대기에도 나와 있듯이, 파라오의 힘이 약화되어 있던 시기였습니다. 그게 무슨 새로운 현상이 아니었음은 분명합니다. 오래된 파피루스에는 그와 유사한 경우가 넘쳐나니까요. 새로운 무언가가 있었다면, 그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지요. 전대미문의 기이하고 심지어 청천벽력이라고까지 할 만한, 바로 그 위기의 원인이었습니다. 전례없이 유해한 원인이기도 했고요. 늘 그래왔듯이 기근이 발생했다거나 나일강의 범람이 늦어졌다거나 흑사병이 돌아서 생겨난 위기가 아니었습니다. 정반대로, 원인은 풍요에 있었습죠.”

 

풍요 말입니다.” 헤미우누가 되풀이했다. “즉 안락한 생활 말이지요.”

 

쿠푸의 눈썹이 활처럼 휘어졌다. 12도 각도로 휘어졌군, 헤미우누가 확인했다. 이젠 15…… 하늘의 가호가 있기를!

 

처음부터 원인을 파악하기에는 애로가 있었지요.” 그가 말을 이었다. “그 사실을 맨 먼저 밝혀낸 여러 명석한 사람들을 비롯해, 파라오의 신뢰를 받았던 이들이 그 끔찍한 발견의 대가로 목숨을 잃거나 유형에 처해졌습니다. 그들의 해명에 따르면, 안락한 생활 탓에 사람들은 독립심과 훨씬 자유로운 정신을 갖게 되어 권위 일반에, 특히 파라오의 권위에 더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 거였지요. 이런 설명이 처음에는 만만찮은 반대에 부딛혔지만 차츰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이 새로운 위기야말로 앞서 경험한 어떤 위기보다 심각하다는 사실을 모두가 인정하게 되었지요. 따라서 단 한 가지 문제만 해결하면 되었습니다. 어떻게 탈출구를 찾을 것인가 하는.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이창실 옮김, <피라미드>(문학동네, 2022. 05. 27. 초판 발행),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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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피라미드>는 기원전 2600년경 이집트의 파라오로 등극한 쿠푸가 더 이상 피라미드를 만들지 않겠다는 선언에서 시작된다. 이 결정이 카르텔을 맺고 있는 권력자 집단에게는 재앙처럼 여겨지고, 그래서 쿠푸를 설득한다. 위의 인용한 글이 그중 일부이다.

 

풍요가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정신을 불러와서,

파라오의 권위에 저항하는 일이 벌어졌기에 피라미드 건설을 통해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오늘날처럼 인류가 풍요로운 시절을 맞이한 적이 있는가?

그런데 그 풍요는 빈부의 양극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고,

풍요에 따른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정신을 오히려 억압하면서

전쟁이나 일으키는 사태들을 계속 만들고 있다.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정신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소설의 제국이 찾은 탈출구는 피라미드로 상징되는 권력이었다.

예술이나 문화, 빛나는 상호공존의 꿈이 아니라,

권력을 독점하기 위한 공포 정치!

 

자본이 안락한 삶을 마련해 줄 것이라는 현대의 피라미드는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정신을 또 얼마나 억압하고 있는가.

 

- 향린 목회 659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