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도전의 필요성

by phobbi posted Jul 29, 2026 Views 0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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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6-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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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07. 29.

 

나는 미대 입시 면접에서 석고 데생을 혹평받고 심사 선생님들에게 대들었던 적이 있다. 비너스의 두상을 한 시간 반 안에 데생을 하는 과제였는데, 나는 완성하는 데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석고상의 명암과 볼륨과 비례 등 정확하고 깔끔하게 그려야 하는 부분들을 일절 무시하고 목탄 선묘(線描)로 머리와 얼굴 윤곽을 단숨에 일구어낸 것이었기 때문이다. 학장은 내 데생을 양손으로 치켜들고 이건 뭔가?”라고 물었다. 내가 쭈뼛쭈볏하며 제 데생입니다라고 답하자 이런 데생이 어디 있나?”라며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나는 각오를 단단히 하고 어디가 잘못된 겁니까?” 하고 반문했다. 그러자 또 다른 선생님이 이건 데생이 아니야!”라고 소리를 높였다. “선생님들께서는 서양 데생 흉내를 바라시는 모양인데 저는 우리나라 정선이나 김홍도처럼 그리는 방식을 택한 겁니다. 안 되는 것입니까?” “뭐라고?” “엉터리로 그려놓고 건방진 소리 마라!” “마티스도 저와 같은 방식으로 그리지 않았습니까.” “닥쳐! 나가!” 이렇게 나는 면접실에서 쫓겨났다. 밖으로 나가자 웬일인지 웃음이 나왔다. “일을 저질러버리고 말았네, , 할 수 없지.” 경쟁률도 높은데 선생님들까지 화나게 하고 말았으니, 합격은 깨끗이 포기했다. 그런데 결과는 합격이었다. 학과 점수가 좋았던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건지 합격. 그렇게 입학을 하고, 입시 때 내게 윽박질렀던 선생님에게서 석고 데생을 배우는 처지가 되었다. 그러나 두 달 정도 만에 그만두고 밀항해서 일본으로 건너가게 되었던 것이다.

 

이우환 지음/성혜경 옮김, <양의의 표현>(현대문학, 2022. 3. 10. 초판 1쇄 펴낸날), 159-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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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에 있어서 진짜 실력을 쌓으려면

시간을 들이며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몸의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서당에서 공부할 때 서예를 전공하던 후배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만 번을 연습하고 나서야 왕희지의 필체가 왜 위대한지를 알게 되었다고.

물론 몸의 훈련에 있어서도 집중과 올바른 방법, 위대한 선생이 계셔야 한다.

이런 모든 것들이 갖춰지면 학생은 반드시 성장한다.

 

그런데, 가끔은 그 모든 것을 우습게 여기는 용기도 필요하다.

두둑한 배짱이 없으면 전통의 무게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위대함은 엉뚱한 데서 발현된다.

그 엉뚱함을 결코 잃어선 안 된다.

물론 엉뚱함에 대한 결과는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

 

- 향린 목회 633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