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바라보기

by phobbi posted Jul 25, 2026 Views 5 Replies 0
Extra Form
날짜 2026-07-2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26. 07. 25.

 

뉴욕 브롱크스(Bronx) 구에 있는 동물원에는 영장류 동물만 따로 넣어둔 큰 건물이 하나 있다. 거기서는 온갖 대륙에서 온 침팬지, 고릴라, 긴팔원숭이와 그 밖에 여러 종의 원숭이들을 좋은 조건에서 관찰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건물 끝에는 특이하게도 창살이 굳게 쳐진 우리 한 개가 동떨어져 있다. 가까이 가 보면 팻말이 붙어 있는데 거기에는 지구에서 가장 위험한 영장류 동물이라고 쓰여 있다. 창살 안을 들여다보면 놀랍게도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게 된다. 또 다른 팻말에는 인간이 세상에 알려진 다른 모든 종과 달리 여러 종의 생물들을 지구에서 소멸시켜버렸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이 순간 우리는 관찰자에서 (우리 자신의) 피관찰자로 된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거울에 반사된 순간이란 언제나 아주 특별한 순간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다른 방식으로는 볼 수 없는 자신의 일부를 깨닫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자신의 구조를 보여주는 맹점이 드러날 때와도 같다. 나아가 맹점 때문에 생긴 눈먼 상태가 그 틈이 메워짐으로써 사라질 때와도 같다. 반사 또는 성찰(Reflexion)이란 자기가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인식하게 되는 과정이다.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행위인 것이다. 이것은 눈먼 자신을 깨닫고 나아가 다른 사람들의 인식과 확신도 마찬가지로 굳고 드세지만 결코 확실하지 않음을 깨닫는 유일한 순간이다.

 

움베르또 마뚜라나·프란시스코 바렐라 지음/최호영 옮김, <앎의 나무>(갈무리, 2015. 9. 29. 초판 4), 30-31.

 

======================

 

기본적으로 인식은 대상이 되는 사물이 시공간의 형식 속에서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온 지각을 종합해서 파악하는 일련의 행위이다.

 

이런 모든 과정에서 언제나 파악되지 않고 남는 것들이 있다.

따라서 앎 즉 인식은 언제나 허점이 있다. 보지 못하는 맹목의 지점이 반드시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알 수 없기에,

언제나 겸손해야 한다.

 

그런데 파악되었다고 하는 것도

그것이 어떻게 파악되었는지 알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인간은 언어적 존재이고, 안 것을 말로 표현하는데,

안 것이 어떻게 말로 되어 나오는 것인지도 잘 모르고,

말한 것은 모두 어느 누가 말한 것일 뿐이다.

그 이상을 넘어가기도 쉽지 않다.

 

더 어려운 것은 앎의 현상이 일어나는 존재인 나는

오랜 진화의 역사 속에서 발생된 생명이다.

물질에서 생명으로, 생명에서 정신으로의 진화 과정도 모두 신비이고,

그것을 전부 다 알려면 평생 공부해도 모자르다.

 

이렇게 세상은 모름 투성이 인 것이다.

 

- 향린 목회 629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