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7. 22.
파편의 창
황량한 사막에 흩어져 있는 유적의 파편을 눈앞에 바라보고 있자니 숙연해져 말을 잊는다. 한때 번영을 자랑했던 거리는 폐허가 되고, 사람들도 동물도 식물도 모두 사라졌다. 가까스로 남은 토담이며 부러진 돌기둥, 그리고 갖가지 그릇 조각이 바람에 흩날리는 흙먼지 속에 보이다 말다 한다. 한동안 이 광경에 몸을 맡기고 있노라면 지금은 날냄새 나는 나 자신도 한 개의 덧없는 파편에 지나지 않는 존재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시간이 더 지나면 파편 같은 것조차 사그라져 한없는 모래의 세계만이 펼쳐지고, 바람만 휘휘 사납게 불어댈 것이렸다.
시간이라는 것은 무섭다. 지구에는 시간을 견딜 수 있는 것이 없다. 모든 것은 변하고 또 변한다. 태어난 것은 성장하고 어언 간에 죽는다. 있었던 것, 만들었던 것은 언젠가 반드시 멸한다. 오늘 번성했던 문명도 내일은 폐허인 것이다. 그런데, 사라졌다 싶었는데 거기에 마침내 또 다른 것이 나타나 번성한다. 시간은 멸할 뿐만 아니라, 반드시 잉태한다. 만물은 끊임없이 유전(流轉)한다. 시간은 어찌하여 생하고 멸하는 반복을 되풀이하는 것일까. 한순간의 생명을 부여받은 나 또한 죽어, 무언가로 다시 태어날 수밖에 없는 명운(命運)인 것인가.
하나의 작은 파편을 손에 드니 무한(無限)이 보인다. 원래의 완벽한 모습일 때는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이 시간의 세례를 받게 되자 끝없는 변화의 도상(途上)을 새겨낸다. 지나가는 것과 다가오는 것을 암시하는 예감으로 가득 찬 창, 그리는 회화나 만드는 조각은 아득한 우주의 반짝이는 파편이런가. 언젠가 이 사막에 또다시 강이 흐르고, 숲이 생겨나고, 생물이 돌아올 때가 올 것이다. 생겨나는 것과 사라지는 것의 양의(兩義)의 문에서 그것이 보인다.
이우환 지음/성혜경 옮김, <양의의 표현>(현대문학, 2022. 3. 10. 초판 1쇄 펴낸날), 14-15.
====================================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시간의 세례를 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넓디넓은 우주에서 보면 지구조차도 하나의 파편이리라.
우리의 인생도 역시 영원의 관점에서는 하나의 순간일 뿐!
그러나 파편 속에서 무한과 영원을 보는 눈이 참 소중하다.
파편마저 사라지는 그곳에서 다시 열리는 세계를 바라볼 줄 아는 눈이 귀하다.
- 향린 목회 626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