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7. 17.
4. 에우리피데스(DK1A7)
나는 시가(詩歌)를 두루 통달하고
이 세상 넘어 높이 고양되어
많은 가르침을 접하기도 했지만,
아낭케(필연, 운명의 여신)보다 더 위력적인 것은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했으니,
오르페우스의 노래가 가득 적혀 있는
트라케 서판의 비책(문자적 의미로는 치료약)도,
또한 포이보스(아폴론)가 숱한 고통을 겪는
가사자(可死者,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을 가리킴)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약초를 썰어서
아스클레피오스의 후예들(의술을 행하는 의사들)에게 준 영약들도 (아낭케만) 못하다네.
(『알케스티스』 962)
탈레스 외 지음/김인곤 외 옮김,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 선집>(아카넷, 2016. 3. 23. 1판 16쇄), 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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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에 대한 단편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오르페우스를 언급하는 단편들로 처음을 여는데,
에우리피데스의 한탄이 참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아무리 노력해도 운 좋은 놈 못 당한다’는 말이 있듯이,
운명의 여신을 넘어설 수 없다는 고백은 예나 지금이나
인생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운명의 장난은 오르페우스의 치료약이나 아스클레피오스의 신전 제사장들 즉
의사들도 어떻게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바로 그러하기에 철학과 종교, 예술이 탄생한 것이다.
- 향린 목회 621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