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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나눔

생각은 에로스를 먹고 자란다

by phobbi posted Jul 08, 2026 Views 22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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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6-07-08

2026. 07. 08. 

 

생각하기는 에로스를 먹고 산다. 플라톤 철학에서 로고스와 에로스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에로스는 생각하기의 가능조건이다. 하이데거도 이 같은 플라톤의 생각에 동의한다. 다녀본 적 없는 곳으로 가는 생각하기에게 에로스가 날개를 달아준다. “나는 그를 에로스라고 부른다. 파르메니데스의 말에 따르면 에로스는 신들 가운데 가장 오래된 신이야. 내가 생각하면서 본질적인 한 걸음을 내디뎌 다닌 적 없는 곳으로 과감히 나아갈 때면 언제나 그 신의 날갯짓이 나를 쓰다듬지.” 계산하기는 에로스가 없다. 데이터와 정보는 유혹하지 않는다. 

 

들뢰즈에 따르면 철학은 “바보처럼 굴기”에서 시작된다. 지능이 아니라 바보짓이 생각하기의 특징이다. 새로운 문구, 새로운 생각,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내는 모든 철학자는 바보다. 그는 기존의 모든 것과 결별한다. 그는 저 순결한, 아직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생각하기의 내재층(Immanenzebene)에 거주한다. 생각하기는 “바보처럼 굴기”를 통해 전혀 다른 곳, 다닌 적 없는 곳으로의 도약을 감행한다. 철학의 역사는 바보짓들의 역사, 바보 같은 도약들의 역사다. “옛날 바보는 자력으로 도달하게 될 확실한 것을 원했다. 그때까지 그는 모든 것을 의심할 것이었다. […] 새로운 바보는 아예 어떤 확실한 것도 원하지 않는다. […] 그는 부조리를 원한다. - 이것은 전혀 다른 사유상(像)이다.” 인공지능은 생각할 능력이 없다. 인공지능은 “바보처럼 굴”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너무 지능적이어서 바보일 수 없다. 

 

한병철 지음/전대호 옮김, <사물의 소멸>(김영사, 2022. 10. 11. 1판 2쇄 발행), 6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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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너무 지능적이어서 바보일 수 없다”는 말을 패러디해서 쓰자면

“인공지능은 너무 지능적이어서 진짜 바보”다. 

 

진짜 앎은 모른다는 것을 알기에 모름에서 시작한다.

알아도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다시 시작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헛똑똑이들은 모르면서도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 

있는 것을 가지고 노는 변주일 뿐 실제로 새로운 도약은 없다. 

(노자의 知不知上, 不知知病. 니콜라우스 쿠자누스의 De docta ignorantia)

 

사유는 모름에까지 치열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런데 인공지능의 계산은 아는 것만 가지고 이리저리 굴려볼 뿐이다.

그러니 영원히 모름을 모른다. 이게 문제다. 

 

- 향린 목회 612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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