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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감어수 감어인 제3호

by 흐르는물처럼 posted Feb 01, 2019 Views 1824 Replies 1

無鑑於水 鑑於人(무감어수 감어인)
2019년 2월 1일(금) 제3호

 

‘無鑑於水 鑑於人(무감어수 감어인)’은 묵자에 나오는 말로 ‘흐르는 물에 얼굴을 비추지 말고 사람들에게 자기를 비추어 보라는 말입니다. 표면에 천착하지 말라는 자기경계인 동시에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성찰하라는 반성이기도 합니다.
 
(우편번호 : 02704) 서울시 성북구 보국문로35길 49-12, 희남신도회장 김종일
E-mail : jaju58@hanmail.net, 전화 : 010-9972-1110

 

 

1. 희망 한자락

 

2019년 희남신도회장으로 선출된 김종일입니다.
올해에도 희남회원들의 건강을 기원하며 3번째 서신을 보냅니다.

 

최근 2호 서신을 보내자 2명의 희남회원께서 피드백을 했습니다. 얼마나 감사한 지 아직도 감동의 여운이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2명의 피드백을 잠깐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향린을 못 나간지가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이렇게 소식을 받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여건이 허락 되는대로 다시 향린에 나갈 기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디를 봐도 향린 같은 교회는 없기에 항상 마음은 향린에 있답니다. 소식에 다시 감사를 드립니다.” “김종일 회장님, 고생하십니다. 희남이 김선생님 회장 취임 후 한층 품격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성실한 책임감과 함께 유려한 정세분석과 철학적인 서신이 그렇습니다. 저는 월 2회 정도 서울에 오는데 운동을 하는 저의 경제사정도 그러하거니와 주로 사업과 함께 서울을 옵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일정을 맞춰보겠습니다만, 여의치 않음을 이해바랍니다.​ 늘 함께 더불어 응원과 지지를 보냅니다.”

 

1월 27일 희남신도회 월례회가 있었습니다. 조촐한 생일파티가 있었고 매달 이어질 계획입니다. 주요 안건으로 장남신도회와의 공동사업이 논의되었습니다. 향린교회 전망 토론회를 장남과 협의하여 가능한 당일 공동수련회 형태로 2월 말이나 3월 초에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장남신도회가 주최하는 평화소모임에 희남회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로 했습니다.

 

차기 희남 월례회는 2월 10일(일) 예배직후, 김목사님 방에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기분 좋은 봄소식이 회원님들께 전해지길 소망합니다. 

 

 

2. 성경 한 구절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느님의 뜻이니라.” (데살로니가전서 5:16-18)

 

지난 1월 30일 광화문에서 ‘비정규직 철폐와 위험의 외주화 중단을 염원하는 故 김용균 님 추모기도회’가 있었습니다. 향린교우들과 노동자 10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기도회 내내 마음이 아팠습니다. 기도회 후 9일째 단식을 하는 시민사회대책위원들을 천막농성장에서 만났습니다. 당면 상황을 전해 들으면서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부터 이 성경구절이 제 귓가에 계속 맴돌았습니다. 오늘 상황에도 항상 기뻐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어 계속 묵상을 하면서 집에 왔습니다. 이 성경구절의 울림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숙고했습니다. 이 말씀이 저에게 모순된 현실을 직시하며 목적의식적인 활동을 하는 선한 사마리아인으로 살라고 합니다. 기쁘게 감당하기 위해 쉬지 말고 기도하라고 합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범사에 감사하는 현실을 만들어갈 수 있으며 그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느님의 뜻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저에게 격려와 용기가 되었습니다.

 

“사람이 감당할 시험밖에는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느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치 못할 시험 당함을 허락지 아니하시고 시험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고린도전서 10:13)

 

제가 제주 강정마을에서 2010년 말부터 2년여 주민들과 동고동락했던 과정이 상기되었습니다. 저는 당시 해군기지 반대를 위해 주민들, 평화지킴이들과 함께 지난한 투쟁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럼비가 폭파되고 해군기지 공사는 강행되었습니다. 결국 주민들은 절망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분열되었고, 일부 지킴이들도 마을을 떠났습니다. 저는 당시 한 달 사이에 어금니 4개가 빠질 정도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불면증에 시달렸습니다. 이 때에도 습관처럼 묵상을 하곤 했는데 당시에도 이 성경구절이 저에게 도전이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가금씩 기도는 했지만 기뻐할 수 없었고, 더욱이 범사에 감사는 어불성설이었습니다. 돌이켜보니 자신의 나약함과 조건 탓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가 모든 것을 계획해도 인도하시는 이가 있다는 진리를 체질화하지 못한 상태에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희남회원 여러분!

 

살아가시면서 많은 도전과 시험을 받을 때 하느님의 섭리가 무엇일까 먼저 숙고해보시길 권고합니다. 모든 도전과 시험은 반드시 감당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3. 세상만사

 

최근 사법적폐의 상징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되었습니다. 사필귀정입니다. 대형마트인 홈플러스는 무기계약직 노동자 12,000명을 편법을 쓰지 않고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습니다. 긍정적인 사회변화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법부 개혁과 노동자정책 전환 등 우리 사회 전반의 적폐청산이 가속화되어야 합니다.

양승태.jpg


사법부를 필두로 청와대, 검찰, 경찰, 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권력기관 개혁 입법을 서두르는 한편, 구시대적인 관행과 조직문화를 뜯어고쳐야 합니다. 청와대부터 촛불시민의 염원과 요구에 부응했는지 다시 성찰해야 합니다. ‘무신불립(無信不立)’ 백성의 신뢰를 저버린 정권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경제발전과 사회발전의 주역이면서도 사회적 약자로 불평등한 대우를 받아 온 노동자 민중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법, 제도를 정비하는 사회개혁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이는 민주주의의 전제이고 헌법정신이기 때문에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홈플러스.jpg


우리는 대한민국 역사의 수레바퀴가 어디로 향하는 지 늘 깨어있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깨어 있으라. 너희는 너희 주님께서 어느 날에 오실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마태 24:42)

 

 

4. 옛 이야기

 

저는 미션스쿨인 중학교를 나왔습니다. 모든 성적이 좋았지만 성경점수가 저를 괴롭게 했습니다. 다른 과목은 만점에 가까웠지만 오직 성경시험만 30점 수준을 넘지 않았습니다. 2학년 1학기까지 성적표를 받을 때마다 열불이 났습니다. 2학년 2학기 때 교목실장님께서 저에게 솔깃한 제안을 했습니다. “네가 교회에 안 나가도 좋으니 동네 교회 사무실에 가서 도장만 찍어오면 성경점수 80점을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제안에 잠시 고민했지만 2학기 중간고사가 임박하자 저의 알량한 자존심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저는 일요일마다 동네 교회 사무실로 가서 도장을 찍어달라고 해서 교목실에 제출했습니다. 덕분에 저는 중간고사 성경점수 80점을 받았습니다. 성적표를 받았는데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치사하게 교회도 안 가면서 도장을 받으러 교회에 갔던 제 모습이 양심에 찔렸습니다. 그래서 동네 교회에 출석하게 되었습니다. 매주 토요일 중등부 성경공부모임에서 목사님으로부터 듣는 구수한 성경이야기가 귀에 쏙쏙 들어왔습니다. 덕분에 중학교 3학년 때 연중행사로 치러지는 교회 각 부서 성경퀴즈대회에서 1등을 하기도 했습니다.

 

대학교 입학 후 사회현실의 모순을 깨닫고 학생운동에 전념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종로5가 기독교회관에서 개최된 목요기도회에 빠지지 않고 나갔습니다. 그 때 중학교 시절 저에게 솔깃한 제안을 하셨던 교목실장님을 우연히 뵙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목사님께 물었습니다. “제가 교회에 나가게 된 동기는 교회에 가서 도장만 찍어 교목실에 제출해 성경점수 80점을 받은 것이 양심에 찔렸기 때문입니다. 목사님은 제가 교회에 출석할 것이라고 예상을 하셨나요?” 그러자 목사님께서는 “네가 매번 학교 예배에도 빠지고, 성경수업에도 안 들어왔지만 예수님께서 사랑하는 학생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훌륭한 크리스챤이 되리라고 믿었다.”고 말씀을 하셔서 깜짝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중학교 때 교목실장이셨던 목사님의 말씀이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말이 씨가 되도록 저를 이끄신 분은 홍근수 목사님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통을 받고 있는 민중들 때문에 자신이 매일매일 선지자(先知者)의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고마워 하셨습니다. 그들 때문에 자신이 향기로운 이웃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진심으로 기뻐하셨습니다. 그들 때문에 우리 사회가 평화와 통일, 평등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믿으셨습니다. 홍근수 목사님은 소박한 인간미와 향기 나는 삶을 사셨고 분단으로 고통 받고 일그러진 사회현실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민중들과 함께 아파하고 우리 사회의 모순에 분노하시며 사랑을 실천하셨습니다. 매사에 만나는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기시고 그들과 협력하여 선을 이루고 그 선으로 악에 맞서 싸우는데 주저함이 없으셨습니다. 예수님처럼 열과 성을 다해 사랑을 실천하심으로써 향린의 정체성을 확립하신 분이라고 믿습니다. 목사님 고맙습니다.  

  • 김진 2019.02.02 09:18
    이번 희남회장선출이 탁월했음을 느끼게 해주는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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