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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남회원들에게 보내는 희남회장 개인서신 제1호

by 흐르는물처럼 posted Jan 06, 2019 Views 1894 Replies 1

無鑑於水 鑑於人(무감어수 감어인)
2019년 1월 4일(금) 제1호

 

‘無鑑於水 鑑於人(무감어수 감어인)’은 묵자에 나오는 말로 ‘흐르는 물에 얼굴을 비추지 말고 사람들에게 자기를 비추어 보라는 말입니다. 표면에 천착하지 말라는 자기경계인 동시에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성찰하라는 반성이기도 합니다.
 
(우편번호 : 02704) 서울시 성북구 보국문로35길 49-12, 희남신도회장 김종일
E-mail : jaju58@hanmail.net, 전화 : 010-9972-1110

 

 

1. 고민 한자락

 

2019년 희남신도회장으로 선출된 김종일입니다.
우선 희남회원들에게 기해년(己亥年) 황금돼지해를 맞아 건승인사를 올립니다. 
35년 만에 교회 선출직 희남신도회장이 되어 얼떨떨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도 되구요. 지난 몇 달 희남회원들의 월례회 참석률이 저조해 희남 정기총회가 한차례 유회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성환 목사님께 기존 희남회원 명단과 2019년 신입 희남회원 명단을 받았습니다.  아직 임원 중 회계가 선임되지 않은 채 새해를 맞아 제 마음이 조금 무겁습니다.

 

“사람이 모든 것을 계획할 지라도 인도하시는 아는 여호와이다”(잠언 16:9)
기도 중인데 회계 맡아서 수고해주실 분이 나타나리라 믿습니다. 희남회원들께서도 함께 기도해주시고 주변을 둘러보시고 추천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번에 희남신도회 메일링 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현재 출석을 못하시는 분, 해외에 계시는 분, 기존 및 신입 회원들까지 포함하여 모두 76명입니다. 일단 그분들 모두에게 희남신도회와의 관계복원을 위해 희남신도회장 명의로 한 달에 두 번 정도 개별 서신을 보낼 예정입니다. 

취지는 교회 출석 및 희남신도회 모임 참석을 독려하고, 신도회를 매개로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함입니다. 희남신도회나 교회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저에게 전해주세요. 가감 없이 진실하게 이메일 서신(無鑑於水 鑑於人)에 담아서 희남회원들은 물론 향린교우들에게도 알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2. 성경 한 구절

 

“내가 네게 명령한 것이 아니냐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며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느니라 하시니라”(여호수아 1:9)

 

1987년 초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이 발단이 되어 시위가 들불처럼 확산되었습니다. 6월 항쟁 끝에 6.29선언이 나왔고 대통령 직선제가 쟁취되었습니다. 온 국민은 군부독재를 끝장내고 정권교체를 열망했습니다.

 

1987년 12월대선 와중에 구로구청에서 부정투표용지가 무더기로 발견되었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저는 한걸음에 달려갔습니다. 당시 구로구청에 1,500여명이 모여 부정선거 증거물을 지키고 관련책임자를 엄벌에 처하라고 외치며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밤샘집회를 이어갔습니다. 전두환 정권은 끝내 새벽에 백골단을 투입하여 시위대를 무차별 폭행하고 모두 연행했습니다. 저도 폭행당하고 영등포경찰서로 이송되었습니다. 영등포경찰서 강당에서 100여명의 연행자들은 철제 접이의자에서 4박5일 동안 계속 앉아 있어야 했습니다. 잠도 못자고 씻지도 못하는 고통을 고스란히 감내했습니다. 연행 후 5일째 되는 새벽 3시30분 저는 건장한 형사 4명에게 끌려서  영등포경찰서 대공분실로 갔습니다. 대공분실 지하계단을 내려가는 순간 갑자기 성경 한 구절이 귀에 울렸습니다. 당시에는 여호수아 1장9절 말씀인 걸 몰랐습니다. 그러자 목덜미부터 등까지 따뜻해지면서 힘이 났습니다. 대공과장과의 대면이 조금도 두렵지 않았습니다. 1분간의 침묵과 시선대립 끝에 대공과장은 “김종일씨 당신 학사장교 출신이고 105야전병원에서 근무했구만, 나는 3기갑 대대장 출신이야, 시위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앞에 나서지 마시오, 믿을만한 보증인 한사람 불러서 훈방서류에 싸인하고 나가시오” 했습니다.

 

출소한 후 집에 도착하여 옷을 벗어 몸을 보니 온몸이 피멍자국뿐이었습니다. 그 때 제 나이가 30살이었습니다. 2달 동안 누워 안정을 취하며 체력을 회복했습니다. 지금도 백골단 폭행의 후유증으로 허리통증을 달고 다니지만 회한이 없습니다. 오히려 여호수아 1장9절 말씀에 의지하여 확신을 가지고 본격적인 사회운동가의 길을 가게 되었음을 감사하며 살아갑니다.

이 성경 구절은 지금도 저에게 큰 힘이 되고 격려가 되고 용기가 됩니다. 구로구청 사건 이후 저는 성경을 읽고 음미하면서 저의 지나온 삶을 반추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희남회원들께서도 성서 한 구절 떠올려지는 것이 있으면 저에게 알려주세요. 이 소식지에 담아서 함께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예수 따르미라면 누구나 말씀이 육신이 되는 체험을 하는 것은 필연이라고 믿습니다.   

 

 

3. 세상만사

 

2019년 새해 최대 사회이슈중 하나는 전 기재부 사무관이었던 신재민씨의 양심선언과 문재인 정부의 국정지지도 여론조사 결과입니다.

 

신재민 전 사무관은 2012년 행정고시 패스했고, 기재부에서 3년 정도 근무한 신참 사무관입니다. 작년 7월 퇴직하고 현재 공무원학원 강사와 유튜버로 활동중입니다.

 

폭로내용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KT&G 사장선임에 개입을 했고 국채발행을 지시했으나 하루 전 취소했다는 내용입니다. 문재인 촛불정권이 이전 정권과 다르지 않다는 비판의견을 유튜브와 SNS를 통해 주장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KT&G 사장선임은 청와대 의지대로 되지 않았고, 1조에 달하는 국채발행은 취소되었습니다. 제가 드는 의문은 왜 지금 시점인가입니다. 조만간 폭로배경의 진실이 밝혀질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지지도는 지난 연말을 기점으로 역전 상황이 현실화되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국정지지도 추이.jpg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염원하는 한 사람으로 대통령께 몇 가지 제안을 드립니다.

 

무엇보다, 대통령 통치활동의 기본 잣대의 최우선 순위를 한미동맹에 두지 마십시오. 한미동맹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의 평화·통일과는 적대적 모순관계에 있습니다. 항상 대한민국 국가이익과 우리민족 전체의 이익을 우선하셔야 합니다.

 

다음으로, 여론의 추이를 너무 의식하지 마십시오.
민중의 요구에는 정당한 요구와 부당한 요구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국정개혁의 방향을 어디에 두어야 할까요? 당연히 정당한 요구에 두어야 하고, 정당한 요구라면 만난이 있어도 개혁과 적폐청산을 강력히 추진해나가야 마땅합니다.

 

2019년 상반기가 문재인 정부 최대 고비가 될 것입니다. 

 

“희망은 지금 보이는 현실에 우리가 너무 좌절하지 않는 데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부도덕한 정권의 불의에 분노하여 일어섰던 촛불혁명에 참가한 시민들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불의에 저항할 수 있습니다. 희망은 변화를 위한 에너지입니다.
미래는 현재의 무한한 연속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최악의 상황과 싸우면서 인간으로서 올바른 삶을 살아간다는 것 그 자체로 놀라운 승리입니다.(하워드 진)”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저는 진심으로 기도하고 성원을 보내는 한편, 민심을 거스르는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히 투쟁해나갈 것입니다.

 

 

4. 옛 이야기

 

지난 연말 아버지 기일을 맞아 아버지와 연관된 일화를 떠올렸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매 학년 초마다 ‘가정환경조사서’를 써서 제출했습니다.
부모님과 조부모님의 이름을 한자로 써야했는데 할아버지 함자가 김쌍각(金雙角)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 담임선생님께서 할아버지 한자가 어렵고 특이하다며 작명이유를 알아오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할머니에게 물어 작명배경을 알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원래 구한말 잔반출신인 외증조부님댁 하인이었고 함자가 없었습니다. 외증조부님 외동딸이었던 할머니와 혼인을 하며 데릴사위가 되면서 함자가 생긴 것입니다. 외증조부님이 할아버지 함자를 지을 때 제일로 흔한 것이 김해김씨이고  할아버지가 황소처럼 우직하게 일을 잘했기 때문에 황소를 상징하는 겹 雙자와 뿔 角자를 써서 작명을 한 것입니다. 18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처럼 저도 초등학교 내내 할아버지 함자를 떠올릴 때마다 열등감에 시달렸습니다.

 

아버지는 열등감을 극복하려고 김해김씨 문중을 찾아가 비용을 들여 족보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너는 김해김씨 삼양파이고 김유신장군 37대손이다.”라고 수시로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대학교에 들어가 시대의 격류에 휩쓸리며 근현대사의 진실을 접하고 1학년 때부터 학생운동에 뛰어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속옷을 갈아입으려고 집에 들어가자 아버지는 신주단자에서 족보를 꺼내 저에게 보여주며 또 다시 김유신 장군 후손임을 강조했습니다. 저는 어이가 없어서 아버지에게 할머니에서 들은 이야기를 전해드리며 “아버지 이제 족보에 매달리지 마세요. 진실은 다르잖아요.”라고 했습니다. 이 말 한마디에 한동안 아버지는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셨습니다. 기일 때마다 아버지에게 죄송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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