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미국, 인권 시비할 자격이나 있나요?

by 통일둥이 posted Apr 12, 2021 Views 1523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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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국, 인권 시비할 자격이나 있나요? / 강정구

<한겨레> 등록 :2021-04-11 16:50수정 :2021-04-12 02:07

 

 

강정구 ㅣ 전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

 

지난달 30일 미국은 연례행사로 200여 나라에 대한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공개했다. 북한을 겨냥해 지독한 인권침해에 대해 책임지도록 할 것이고, 중국을 향해 위구르족에 대한 집단학살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미 바이든 정부는 인권·민주·법치 중심의 가치동맹으로 중국을 봉쇄 및 고립시키는 전략경쟁을 공공연히 표명해왔다.

 

인권은 보편적 규범으로 존중되어야 하지만 이처럼 인권 자체가 목적이 아닌 패권 유지의 수단으로 전락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데도 사람들은 인권에 관한 한 미국이나 서방의 전매특허인 양 그들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인권은 인간이 인간답게 존엄성을 누리고 살아갈 수 있는 제반 조건을 보장받을 권리라고 정의될 수 있다. 1966년 유엔총회가 채택한 국제인권규약은 시민·정치권인 비(B) 규약과 생존권(경제·사회·문화권)인 에이(A) 규약으로 대별된다. 이의 치명적 결점은 생명권 경시다.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고귀한 것은 생명이다. 전쟁 등에 의한 생명권 침해에서 해방되는 평화 생명권, 전염병 등으로부터 벗어날 건강 생명권, 가난으로부터 벗어날 생존 생명권이야말로 인권의 핵심이다. 그러나 국제인권규약은 단지 생존 생명권만 A 규약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포괄적 인권 이해를 바탕으로, 미국이 세계를 상대로 인권 시비를 펼칠 자격이 있는지 논하겠다.

 

첫째, 세계 95% 이상의 국가가 인권규약 A, B를 모두 비준했지만, 미국은 단지 B만 비준하고 있어, 미국의 인권 잣대는 국제 기준에도 턱없이 모자란다.

 

둘째, 미국은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이스라엘을 비난한다는 구실로 2018년 탈퇴했다. 인권침해 국가를 규탄하는 것은 이사회의 본분이다. 이를 문제 삼고 탈퇴하면서 모든나라의 인권에 시비를 일삼는 자체가 위선이다.

 

셋째,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몇해 전 말했듯 미국은 242년 역사상 전쟁 없는 기간이 16년 정도로 역사상 가장 호전적이면서 평화 생명권을 최대로 침해하는 국가다. 여기다 총기로 한해 4만명이 넘게 사망하는데도 총기규제를 못 할 정도로 생명권에 무감각한 국가다.

 

넷째, 코로나19 사망자가 현재 57만명 정도로 건강 생명권에 있어 최대 빈국이다. 게다가 세계 백신 생산의 27%를 차지하지만 국외 수출은 0%인 데 반해, 중국은 33% 생산에 62%를 수출하고 있다. 오로지 자기 나라만 중히 여기면서 어떻게 감히 세계 인권을 시비 건단 말인가?

 

다섯째, 미국은 생존 생명권(A 규약) 격차가 최악으로 노숙자가 58만명 정도고, 부자 3인이 전체 하위소득자 50%보다 많은 부를 가진다고 얘기(버니 샌더스 민주당 상원의원)될 정도다. 이런데도 이는 인권 문제가 아니라는 궤변을 일삼는다.

 

여섯째, 경찰폭력으로 조지 플로이드가 살해되자 유엔 인권이사회는 만장일치로 미국의 인종차별과 경찰 만행을 규탄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코로나 확진자는 백인의 3, 사망은 2, 경찰에 의한 살해 확률은 3배라 한다. 이처럼 인종차별과 증오범죄는 고질병인데도 속수무책으로 일관한다.

 

일곱째, 미국은 세계 최대 감시사회다.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국가안보국(NSA)이 세계에서 매일 17억건의 스파이 활동을 해왔음이 알려졌다. 이러면서 타국의 자유시민권 침해, 사생활 침해 운운은 소도 웃을 일이다.

 

여덟째, 와스프(WASP·백인 주류계급)를 근간으로 한 파이브 아이스(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는 세계적 정보감청공유체계인 에셜론을 구축해 혈통 민족주의를 부활시켰고, 바이든 정부는 대중 전략경쟁에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렇듯 인권을 내걸면서 혈통주의를 소환하는 반인권 반시대에 앞장서고 있다.

 

이것들만 보아도, 인권을 사칭하여 패권 유지를 위해 발버둥 치는 미국이 안쓰럽고 가소롭다. 고귀한 인권을 목적이 아니라 패권 연장의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천박함과 고질병에서 벗어나길 강력히 요구한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90525.html?_fr=mt5#csidx43955509075afc4858cc7b7ab7ff7e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