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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뜻펴기

우리 안에 계신 하나님 | 김희헌 | 2019-05-26

by 김희헌 posted May 27, 2019 Views 236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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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9-05-26

 우리 안에 계신 하나님 (요 14:23-29)

2019.05.26 / 전교인수련회

 

오늘은 교회 밖에서 전교인수련회를 갖고 있습니다. 오랜 만에 교회학교 친구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오늘 하늘뜻펴기는 어린이들 눈높이로 하려고 하는데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동화 한 편을 준비했습니다. 권정생 선생님의 하느님의 눈물이라는 동화책에 나오는 이야기 하나 들려드리겠습니다.

 

권정생님의 동화, 「하나님의 눈물」

눈이 노랗고 털빛도 노란 토끼가 산에 살았답니다. 이름은 돌이였어요. 어느 날 돌이 토끼는 문득 생각했습니다.

칡넝쿨이랑 과남풀이랑 뜯어 먹으면 맛있지만, 참말 마음이 아프구나. 뜯어 먹히는 건 모두 없어지고 마니까.’

돌이 토끼는 중얼거리면서 하얀 이슬이 깔린 산등성이로 뛰어갔습니다.

하지만 오늘도 난 먹어야 사는 걸. 이렇게 배가 고픈데 어떡하지?’

돌이 토끼는 뛰어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둘레를 가만히 살펴보았습니다. 조그만 아기 소나무 곁에 풀무꽃풀이 아침 햇살을 맞으며 앉아있었습니다. 돌이 토끼는 풀무꽃풀 곁으로 다가가 말했습니다.

풀무꽃풀아, 널 먹어도 되니?”

풀무꽃풀은 깜짝 놀라 쳐다봤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돌이 토끼가 다시 묻습니다. “널 먹어도 되는가 물어 봤어. 어떡하겠니?”

풀무꽃풀은 바들바들 떨면서 말합니다. “갑자기 그렇게 물으면 넌 뭐라고 대답하겠니?”

이번에는 돌이 토끼가 말문이 막혔습니다.

죽느냐 사느냐 하는 대답을 제 입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몇이나 있겠니?” 

정말이구나. 내가 잘못했어. 풀무꽃풀아, 나도 그냥 먹어 버리려니까 안 되어서 물어 본 거야.”

그러자 풀무꽃풀이 꼿꼿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차라리 먹으려면 묻지 말고 그냥 먹어.”

돌이 토끼는 눈을 깜빡거리다가 말없이 돌아섰습니다. 그리고 깡충깡충 뛰어서 풀밭 사이로 갔습니다. 앞에는 댕댕이덩굴이 얽혀 있었는데, 잠깐 쳐다보다가 말없이 돌아섰습니다.

댕댕이도 먹을까 물으면 역시 무서워할 거야.’ 하고 생각했습니다.

돌이 토끼는 갈매 덩굴 잎사귀 곁에 가서도 망설이다가 돌아섰습니다. 바디취나물도 먹을 수 없었습니다. 고수대나물도 수리취나물도 못 먹었습니다. 그렇게 한낮이 되고, 저녁이 되었습니다. 해님이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해님 아저씨, 어떡해요? 난 아직 아무 것도 못 먹었어요.”

왜 아무 것도 못 먹었니?”

해님이 눈이 둥그레져서 물었습니다. 돌이 토끼는 오늘 하루 동안 겪은 얘기를 죄다 들려주었습니다.

정말 넌 착한 아이로구나. 하지만 먹지 않으면 죽을 텐데 어쩌지?”

해님이 걱정스레 말했습니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어요. 괴롭지만 않다면 죽어도 좋아요.”

돌이 토끼는 기어코 눈물을 줄줄 흘리며 울고 말았습니다. 해님도 덩달아 울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얼굴이 새빨개진 채 서산 너머로 넘어갔습니다. 그러자 사방이 어두워지고 하늘에 별님이 반짝거리며 나왔습니다.

돌이 토끼는 울다가 눈을 떠 하늘을 쳐다봤습니다. 수많은 별빛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돌이 토끼는 말했습니다.

하느님, 하느님은 무얼 먹고 사셔요?”

어두운 하늘에서 부드러운 음성이 들렸습니다.

보리수나무 이슬하고 바람 한 줌, 그리고 아침 햇빛 조금 마시고 살지.”

어머나! 그럼 하느님, 저도 하느님처럼 보리수나무 이슬이랑, 바람 한 점, 그리고 아침 햇빛을 먹고 살아가게 해 주세요.”

그래, 그렇게 해 주지. 하지만 아직은 안 된단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너처럼 남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세상이 오면, 그렇게 될 수 있단다.”

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요?”

그래, 이 세상사람 모두가.” 하느님이 힘주어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다시 말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애타게 기다리는데도 사람들은 기를 써 가면서 남을 해치고 있구나.”

그 말을 들을 때에 돌이 토끼 얼굴에 물 한 방울이 떨어져 내렸습니다. 그건 하느님이 흘린 눈물이었습니다. 

 

[평화의 감각, 하나님이 안에 계실 때]

이 이야기를 지은 권정생 선생님은 소박한 삶을 사신 분이었습니다. 동화를 통해서 가난한 이웃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들려주었습니다. 30대와 40대에는 안동에 있는 한 교회의 종지기로 살면서, 이야기를 지어서 교회학교 아이들에게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그분의 이야기는 성경의 가르침과 이어진 곳이 많습니다.

오늘 이야기에서 하나님의 눈물은 돌이 토끼에게 떨어졌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돌이 토끼의 마음이 하나님과 이어져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돌이 토끼의 배고픔은 하나님의 배고픔이요 눈물이었습니다. 여전히 돌이 토끼는 배가 고픕니다. 그러나 돌이 토끼의 따뜻한 마음은 이야기를 읽는 모든 사람에게 전달됩니다.

돌이 토끼는 이제 어떻게 살아갔을까요? 그것은 이 이야기를 듣는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 됩니다.

오늘 성서본문은 요한복음 14장입니다. 요한복음의 13장부터 17장까지 다섯 장은 예수님의 ‘고별설교’로 알려집니다. 고별설교는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겨준 다음에 들려주신 마지막 가르침이자 기도입니다. 따라서 이 부분은 스승과 제자의 깊은 관계를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합니다.

14장은 세 명의 제자가 묻는 질문에 대한 예수님의 답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도마가, 두 번째는 빌립이, 세 번째는 유다가 합니다. 오늘 본문은 유다의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예수님의 답변입니다. “주님, 주님께서 우리에게는 자신을 드러내시고, 세상에는 드러내려고 하지 않으시는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이 질문은 권정생님의 이야기로 말한다면, ‘왜 하나님의 눈물은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떨어지지 않고 돌이 토끼에게만 떨어졌을까요?’ 하는 물음과도 같습니다. 예수님의 말씀 가운데 두 구절이 우선 다가옵니다.

하나는 23절 말씀입니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말을 지킬 것이다. 그리하면 내 아버지께서 그 사람을 사랑하실 것이요, 내 아버지와 나는 그 사람에게로 가서 그 사람과 함께 살 것이다.”

다른 하나는 27절 말씀입니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너희에게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않다.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아라.

이 두 말씀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예수님을 사랑하여 그분의 말씀을 지키는 사람의 마음에는 하나님과 예수님이 삽니다. 그 마음에는 세상이 주는 것과는 다른 평화, 주님이 주신 평화가 있습니다. 이 평화가 있으면 세상의 근심과 두려움을 이겨냅니다.

이 말씀은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주신 것입니다. 유다는 예수님에게 왜 제자들에게만 당신을 드러내느냐고 물었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과 하나로 이어져있는 마음이 그 사실을 알게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 안에 주님이 계시면, 우리는 주님이 주신 평화를 얻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 평화가 있다면, 정말로 근심과 두려움을 이겨 낼 수 있을까요? 예수님은 ‘근심하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고 하십니다. 그것은 26절에 나오는 약속 때문입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실 것이며, 또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생각나게 하실 것이다.

 

우리는 ‘향기나는 이웃’이 되고자 서로 마음을 모아 신앙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갑니다. 먼저 우리 안에 하나님의 사랑과 평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때로는 우리 앞에 근심과 두려움이 다가올 것입니다. 그 때 성령께서 우리를 깨우쳐주셔서 주님의 가르침이 생각나도록 해주시기를 빕니다.

하나님의 눈물과 바람, 꿈과 계획이 우리 공동체 안에 심겨져서, 우리에게 자신을 드러내신 주님의 뜻이 우리를 통해서 이루어지기를 기원합니다.
침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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