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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뜻펴기

자기 안의 부모와 먼저 화해하라 | 고영순 | 2020-01-19

by 이성환 posted Jan 23, 2020 Views 527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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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0-01-19

자기 안의 부모와 먼저 화해하라 (욜2:28-32, 고후5:18-19, 요17:22-23)

2020.01.19. 주현절 둘째 주일 / 여신도회주일

 

고영순 목사(치유상담대학원대학교 교수)

 

수세기 동안 전해 내려오는 유대인의 격언에는 두세 사람이 함께 앉아서 말씀을 연구할 때에 하나님이 그들 가운데 계신다.” 이런 격언을 통해 유대인들은 말씀만이 살 길이라고 믿었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이 무너진 후, 유대인들은 마음의 성전을 세우기 시작하였는데, 바로 그것이 말씀(모세오경)연구인 토라입니다. 유대인의 끈질긴 생명력은 마음의 성전을 세운 데 있다고 합니다. 토라연구는 곧 마음의 성전을 세우는 이야기입니다.

 

2세기 랍비, 벤 요하이는 로마의 박해를 피해 아버지와 함께 한 동굴에서만 12년 동안 토라를 연구하였습니다. 혼자 묵상하는 방법이 아닌, 제자들과 함께 질문하고’ ‘자기 생각을 나누는방법을 일관되게 적용하였습니다. 모세 오경은 글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말해지고 들려진 것이라는 점, 히브리인들이 오랜 세기동안 문서 없이 귀로 들려진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순종하고 예배해왔다는 점. 귀로 들었기에, 반복적으로 이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의 힘을 온전히 다 느끼고자 한다면, 그 말에 있는 구어의 성격(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이스라엘아 들으라)을 회복해야 한다. 너는 이 말씀이 어떻게 들리니?, 내가 읽을 테니 들어보아. 네가 읽어봐, 내가 들어볼게. 말 주고받음의 생생한 체험, 호소력 있는 말 나눔이 중요합니다. 말씀의 단어나 은유가 어떻게 연상되는지, 또 다른 사람은 그것에 대해서 어떤 영감이 떠오르는지, 그것을 들으면서 함께 공명(아하!)이 일어나는 주제가 무엇인지 서로 나누면서, 토라를 지금 여기 내 삶에 적용시켜나갔습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이렇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말씀에서 겉으로 드러난 뜻이 무엇인가?(아들딸, 노인, 젊은이, 남녀, 화해, 직분, 죄과를 따지다, 구원을 호소하다 등 ), 비유하거나 은유성을 띤 것은 무엇인가(내게 꿈, 예언, 환상은 무엇을 말하는가? 죄를 돌린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직분은 화해와 어떻게 상관이 있는가? 아버지는 영광을 누구랑 나누는가?), 랍비답게 해석한다면?(랍비의 관심은 무엇인가? 지혜자로서 전승을 중시여기는 사람으로 무엇을 해석해도 신앙공동체가 중심이다. 공동체를 위한 은사, 공동체를 위한 화해, 내 교회를 위해 무엇을 누구와 화해해야 하나? 말씀에서 신비스러운 점이 무엇인가? 말씀을 읽고 나서 아 신기하다!’ 이렇게 말하라고 합니다. 성서가 오늘날까지 살아있는 경전이 되는 것은, 인간의 육체성(갈등하는 마음)과 영성(하나님나라를 이루기 위한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이스라엘 이야기가 아닌, 내 마음속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 읽어보라고 합니다. , 신기하다. 어떻게 내 마음의 상태를 이렇게 보여주시지? 감탄하면서 신기해해야 말씀이 내 삶 속으로 들어온다는 것이지요. 내게 화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어찌 아셨지? 누구와 화해하여 영광을 나눌까? 그러면 신기한 일이 생긴답니다.

 

 

제 마음에 요엘서 말씀(아들딸/예언, 노인/, 젊은이 이상)먼저 들어왔습니다. 저는 영을 체험한 사람들, 은사 받은 이들을 상담현장에서 종종 만나곤 합니다. 저마다 영을 받았다는데, 왜 현실 생활이나 자기 속한 공동체에 적응을 못하는 것일까요! 오늘 주어진 말씀들에 그 이유가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습니다. ‘나 성령 체험했어. 나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어.’ 이런 나, 나의 자아(에고), , , 영적 자아만 팽창되어, 공동체를 위한 헌신이나 화목의 직분으로 쓰임 받지 못해서이네요. 영을 받은 사람에게 화해케 하는 말씀’(고후)이 관계 속에서 적절히 안 나오는 건 왜일까요? 심령 상한 사람들을 만나본 제 상담 경험에 의하면, 내적으로, 즉 마음이 뭔가에 눌려서 억압되어 있거나 분열되어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내면에는 여러 자아가 있는데, 부모자아, 성인 자아와 어린이성 자아가 있습니다. 우리 마음에는 부모처럼 말하는 도덕적 몽둥이(이렇게 해-희생해야 해, 착해야 해, 양보해야 해, 실패하면 안 돼 등)가 있고, 철없이 날뛰는 아이 같은 충동(싫어! 내 맘이야, 어쩌라고, 놀 거야, 먹을 거야, 못 참아)이 있습니다. 이 둘이 서로 화목하게 지내게 도와주는 자아가 성인자아입니다. 아이를 달래주고, 노인을 안심시켜는 말, 화해케 해주는 말을 잘 해주는 건강한 자아에 대해서 이론화 한 심리학이 있습니다.

 

자기 내면 이야기를 누군가와 나눠본 적 있으세요? 자기 이야기를 단지 나누는 것만으로도, 내 입에서 탄소가 빠져나갑니다. 마음이 상할 때 입이 쓰잖아요. 호흡에서 탄소가 빠져나가고 나간 만큼 산소가 들어갑니다. 호흡이 길어지면서 마음이 평온해지고, 내면에 다른 사람 말 들어올 공간이 생깁니다. 말을 하되, ‘구원을 호소하듯’(요엘), 말해야 합니다. 기도할 때 남 얘기 하듯 하지 않지요? 그렇듯 매우 직접적이고 개인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해야, 그리고 그 이야기가 충분히 이해받고 공감 받아야, 가슴 위에서 빨리 뛰던 숨이 단전으로 내려가야, 이제 남의 이야기가 들립니다.

 

그러나 모든 이야기가 다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영감을 받는 자기서사가 되지는 않습니다. 이야기의 함정이 있습니다. 자기 이야기를 자기도 모르게 포맷팅(formating) 하면서 편집하게 됩니다. 어떤 이야기는 안 하거나, 억압하거나 부정(denial)한 채, 저 깊은 마음속에, ‘이 파일은 건들지 않음처리해서 얼려버립니다. 아직 의식으로 올라오지 못한 숱한 이야기들이 사람들 심층 속 숨어있습니다. 주목할 것은, 개인의 이야기가 다음 세대에도 그대로 전승되어 이야기된다는 점입니다.

 

라떼는 말이야~로 대표되는 이야기가 그렇습니다. 자기 이야기만 계속 읊조리는 이야기입니다. 아버지의 그때 이야기, 엄마의 그때 이야기. ‘나 때는 이렇게 가난했다. 나 때는 이래서 공부할 수 없었다.’ 자수성가한 부모가 제일 많이 자녀에게 라떼를 먹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 때는 이랬어. 너는 왜 못해!’ 의식이 가난한 부모가 (시대는 읽지 못한 채) 계속 나 때는 나 때는자기 (과거) 이야기만 반복합니다. 가난을 살아남은 교훈이 뭔가요? ‘따뜻함이나 인정의 교훈이 지금을 살고 있는 이 세대에게 어떻게 얘기해주면 좋은지 표현방식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고생한다. 수고한다. 잘했다. 또 힘을 내라. 그 가난함을 살아남은 용기와 믿음, 소망, 사랑 그것으로 자기 서사를 만들지 못한 채 (무의식적으로)자기 과거 이야기만 반복해서 하는 어른들이(제 부모님 그리고 저도 포함하여) 많습니다.

 

 

네 마음을 고요히 하라, 내가 하나님 임을 알지니이런 말씀의 숨은 진실은, 마음은 정말이지 고요치 않는 성질을 갖고 있다는 뜻입니다. 상처가 많고 그 응어리가 풀리지 않으면, 막힙니다. 그러면 이상한 꿈이 많고, 환각이나 환청으로 자기가 선지자라고 하고, 이단에 빠져 세상에서 분리되고, 매우 음산하고 섬뜩한 에너지(요엘서에 나오는 해가 어두워지고 달이 핏빛같이 붉고 끔찍스러운)에 사로잡혀 세상과 화해하기는커녕 자폐적이고 퇴행적인 삶을 삽니다. 갈수록 나르시시즘, 자기가 잘났다고, 혹은 자기만 오해당한다고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관계를 절연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마음에 대해 관심 갖고 들어주고 끄덕여주는, 판단이나 정죄함 없이 들어주는 이해심 많은 교회 어른이 없다면, 마음이 쪼개지기 시작합니다. 이 마음 저 마음 서걱거리게 되고, 소란해지고, 불안하고, 신경 쓰이고, 신경 쓰고, 신경 꺼버리고 ...신경증적이 됩니다. 가장 원초적 신경증은 항상 외디푸스 시기(매우 어린 시절)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사춘기에 재연되고, 중년기에, 노년에 재연되고 반복됩니다. 어른스럽지 않은 행동이나, 말이나, 방식으로, 또 다시 자기 자녀나 젊은이들의 마음을 상처 입힙니다.

 

먼저 자기 자신과 화해하는 것이 필요 합니다 무엇이 내 꿈을 막는지, 무엇이 내 이상을 못 펼치게 하는지, 무엇이 순수하고, 맑은, 명징한 의식을 혼란스럽게 하는지...자기 내면 깊은 곳으로 들어가, 상처 입은 마음, 그 내면 아이와 만나, 내면화된 부모와 화해해야 합니다. 남을 화해시키려면 자기 안에서의 분열을 화해시켜야 다른 사람들 얘기에 가치중립적으로 대하게 됩니다. 가슴 아픈 얘기하는데, 듣는 사람이 자기 얘기 더 많이 얘기해, 얘기하고 싶지 않은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요.

 

하나님께 호소할 때 나를 내려놓고 기도하지 않습니까? ‘너는/당신은 왜 그러냐?’고 질책하거나 비난하는, 잘못을 상대에게 돌리며, ‘죄과를 따지는말은 불화를 자초합니다. 자부심이 너무 높아서 자존심만 강해 누군가에게 화해를 요청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은지요? 지금, 향린의 청년을 기준으로, 자라나는 아이들 중심으로, 기꺼이 자존심을 내려놓을 의향이 있으신지요. 과거 부모에게 상처받은 마음이 기준이 아니라, 향린 공동체를 위한 화목의 영 받아서 화해케 하는 직분을 감당하시길 바랍니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영을 받았다는 증거는 화해케 하는 직분에 있다 하였으니, 오늘 우리는 영을 받은 사람으로 말합니다. ‘주께서 부르신 사람이 살아남을 것이라 하였으니, 우리는 향린에 살아남은 사람이다. , 감사합니다, 주님. , 신기하네요, 마음이 신기하네요!

 

 

(파송사)

예수님은 하나님 아버지께서 주신 영광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과 예수님이 하나인 것과 같이 우리도 하나가 되게 하려는 뜻입니다. 우리가 하나가 되는 것은 주님이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세상에 알게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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