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물결을 타고

by phobbi posted May 04, 2025 Views 8 Replies 0
Extra Form
날짜 2025-05-0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25. 05. 04.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여량(呂梁)을 구경했다. 폭포의 높이가 30길이나 되고, 물보라 치는 급류는 40리를 흘러갔다. 큰 거북과 악어, 물고기, 자라들도 헤엄칠 수 없는 곳이었다.

 

마침 한 사내가 그곳에서 헤엄치는 것을 공자가 보게 됐다. 공자는 그가 괴로움으로 인해 투신한 것으로 생각했다. 황급히 제자들을 시켜 물길을 나란히 따라 내려가면서 구해내게 했다. 그러나 그는 수백 보의 거리를 헤엄쳐 내려간 뒤 이내 물 밖으로 나와서는 머리를 풀어 헤친 채 노래하며 방죽 아래 길을 유유자적하게 거닐었다.

 

공자가 곧바로 그의 뒤를 쫓아가 물었다. “당초 나는 그대가 헤엄치는 모습을 보고 귀신이 아닐까 생각했소. 이제 자세히 살펴보니 사람이 틀림없소. 묻건대 물속을 헤엄치는 데 무슨 비결이 있는 것이오?”

 

없소. 나에게는 비결이 따로 없소. 다만 본래 타고난 소질 그대로 자맥질을 시작하고, 습성을 좇아 물과 더불어 생장하고, 자연의 이치를 좇아 천명을 이뤘을 뿐이오. 소용돌이와 함께 물속으로 들어갔다가 용솟음치는 물 흐름과 더불어 물 밖으로 나온 게 전부요. 물의 이치를 좇으면서 내 멋대로 움직이지 않는 게 내가 물에 들어가 헤엄친 비결이라면 비결일 것이오.”

 

공자가 물었다. “무엇을 두고 본래 타고난 소질 그대로 시작하고, 습성을 좇아 생장하고, 자연의 이치를 좋아 이뤘다고 하는 것이오?”

 

사나이가 대답했다. 나는 언덕에서 태어났소. 언덕을 편히 여겼으니 이것이 본래 타고난 소질 그대로 시작한 것이오. 또 물속에서 자라면서 물속을 편히 여기게 됐소. 이것이 자연의 이치를 좇아 천명을 이룬 것이오.”

 

(孔子觀於呂梁, 縣水三十仞, 流沫四十里, 黿鼉魚鱉之所不能游也. 見一丈夫游之, 以爲有苦而欲死也, 使弟子竝流而拯之. 數百步而出, 被髮行歌而游於塘下. 孔子從而問焉, .. 吾以子爲鬼, 察子則人也. 請問, 蹈水有道乎?.. , 吾无道. 吾始乎故, 長乎性, 成乎命. 與齊俱入, 與汨偕出, 從水之道而不爲私焉. 此吾所以蹈之也.孔子曰.. 何謂始乎故, 長乎性, 成乎命?.. 吾生於陵而安於陵, 故也., 長於水而安於水, 性也., 不知吾所以然而然, 命也.)

 

- 莊子外篇, 達生중에서

 

===================================

 

자신을 열심히 닦아서 삶의 어려움들을 극복해 낼 수도 있지만,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따라 제 몸을 맡겨서 삶의 난관들을 넘어갈 수도 있다.

 

거센 물결이 밀려올 때는 자기 힘을 빼고, 그 물결을 타는 것이 중요하다.

 

공자 또한 삶의 지혜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현명한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법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도 없고,

또 반드시 해서는 안된다는 것도 없이, 적절한 상황과 때에 맞춰 행동하는 것이다.”

(子曰: 君子之於天下也, 無適也, 無莫也, 義之與比. 論語』 「里仁10)

 

미국의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Reinhold Niebuhr, 1892-1971)는 이런 기도를 올렸다.

 

하나님,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은총과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를,

그리고 그 둘을 구별하는 지혜를 우리에게 주소서.

(God, give us grace to accept with serenity the things that cannot be changed, courage to change the things that should be changed, and the wisdom to distinguish the one from the other.)

 

 

 

 

- 향린 목회 182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