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기에 예수의 추종자들이 예수에게 “인자” (人子, 사람의 아들, Son of man)라는 호칭을 붙였을 때 본래 무엇때문에 어떤 동기에서 그랬는지 그리고 그 의미는 무엇이었는지는 오늘 성서문자근본주의 신자들이 주장하는 설명과는 너무나 다르다. 다시 말해 성서 저자들이 예수에게 그 호칭을 붙이게 된 것은 예수의 가르침과 삶에 관해 무엇인가 심층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 것이다. “인자”는 아마도 유대인들의 메시아에 대한 기대를 성취할 자를 가리키기 위해 개발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인기 있는 호칭이다. 이 용어는 처음에는 극히 단순한 용어였으나, 시대와 환경이 변하면서 계속 발전하여 다른 세상의 권능을 의미하고 신적이며 기적적인 의미를 내포하게 되었다. 주목해야 할 것은 현대 기독교인들이 고대 성서를 읽을 때 이 용어를 문자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오늘 기독교인들은 예수의 추종자들이 자신들의 원초적인 예수 체험을 묘사하는 데 “인자”라는 말을 사용한 목적과 유대인들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 솔직하게 아는 것이 신앙과 삶에 절실히 필요하다.
“인자”란 용어는 바벨론 포로기의 중요한 예언자 에스겔이 기원전 6세기에 쓴 저작을 통해서 유대인들의 전승 속에 처음 편입되었다. 그것은 하느님이 단순히 에스겔에게 말을 거는 호칭으로만 사용되었다(2:1). 본래 “인자”는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으로 부른 것에 지나지 않았다. 에스겔 이후 “인자”란 이름이나 호칭은 약 4백년 동안 유대교 성서(구약 성서)에 나타나지 않다가, 기원전 2세기에 기록된 다니엘서에 지극히 변형된 개념으로 다시 등장했다. 이 당시 유대 민족의 상황은 심각할 정도로 퇴락했고, 이로 인해 유대인들의 희망은 점점 소멸되어 갔다. 당시 국제정세는 작은 나라 유다는 주변 강대국들의 위협과 통치 하에 있었다. 유대인들의 진정한 자유와 세계적 위상에 대한 희망은 점점 희미해지고 드디어 소진되고 말았다. 따라서 그들은 결국 인류 역사 내에서 얻게 될 해방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고 초역사적으로만 얻을 수 있는 해방과 운명에 대해 꿈꾸기 시작했다. 이것이 묵시 혹은 세계의 종말 사상이 유대인의 삶 속에 진입한 관문이었다. 유대인들은 하느님의 대리인으로 올 메시아에 대해 꿈꾸게 되었다. 이 메시아는 세계 종말에 최후 심판을 주재할 것이고, 그 후 하느님의 영원한 왕국이 땅 위에 건설된다는 것이다. 이런 이미지들이 유대인들의 메시아 희망에 첨가됨에 따라 메시아의 원초적인 성격이 서서히 변질되어 갔다. 즉 간절히 고대하는 메시아는 점점 더, 단순히 다윗의 왕좌를 회복할 후계자만이 아니라, 초자연적인 능력을 지닌 천상의 인물로 묘사되었다. 다니엘서는 분명히 에스겔서에서 “인자”란 호칭을 빌려왔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매우 다른 의미로 사용했다. 유대 역사 속에서 겪었던 절망적 상황과 거의 직결되었던 메시아에 대한 이 새로운 신화적이고 초자연적인 이미지는 급속도로 인기를 얻게 되었다.
1세기에 복음서가 기록되기 전에 이미 세상을 떠나 바울은 이런 “인자”의 이미지로 형성된 예수 개념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복음서들이 등장한 시기에는 이 “인자” 이미지가 예수를 해석하는 기본 시각이 되었던 것이 확실하다. 현대 기독교인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복음서의 “인자”라는 기록을 통해서 원초적인 예수 체험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상식적이고 이성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조심해야 할 것은 복음서 저자들이 예수를 “인자”로 묘사한 것을 문자적으로 읽고 직역적으로 믿는 것은 성서를 왜곡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나사렛 예수에게는 지금까지 기존 종교와 전통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기이하고 놀라운 무엇이 있었기 때문에 성서 저자들은 자신들의 유대인 조상들이 이미 5백년 전에 사용하기 시작한 “인자”라는 이미지를 참 사람 예수에게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예수가 무슨 말을 했고 어떤 행동을 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예수를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초월적 존재로 은유적으로 묘사했다.
복음서들은 예수를 세상을 심판하고 이 땅 위에 하느님 나라를 시작할 초자연적인 “인자”로 기록했다. 물론 이것은 구약 성서의 이사야서에서 밝힌 묵시적인 메시아적 인물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예수는 이 땅에 도래하는 하느님 나라의 표징으로서 장님이 보고 귀머거리가 듣고 절름발이가 걷고 벙어리가 노래 함으로써 삶의 평화와 온전함을 이룩할 사람이었다. 따라서 마가복음서는 “인자”란 용어를 12회, 마태는 27회, 누가는 27회, 요한은 13회 사용했다.
예수는 이 세싱에 하느님 나라의 도래와 성취 이 두 가지 역할 모두를 수행할 메시아로 이해되었다.
복음서들의 예수 이야기는 문자적인 보고가 아니라 지극히 은유적이고 신화적인 표현이다. 복음서가 기록될 당시 성서 저자들을 포함해서 98%의 유대인 민중들은 종교적 내지는 정치적 탄압으로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성서가 선포하는 메시아는 죽음 후의 내세를 위한 구원자가 아니었다. 정확히 말해서,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하층 계급의 민중들은 성전 종교와 로마제국의 혹독한 탄압과 착취에서 그들을 구출해 줄 현실적인 해방자 곧 사회적인 개혁가가 등장하기를 간절히 기다렸다. 민중들은 죽은 후에 지옥에 떨어지지 않고 천국에 올라가기 위해 자신들의 죄를 “대신해서” 죽음으로써 용서해줄 메시아를 오랜 세월 동안 기다린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그들은 하느님의 심판과 지옥행을 면하게 해 줄 구세주 또는 내세적 메시아를 기다린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자신들의 인간성이 존중되고, 인간대접을 받으며 떳떳하게 사람답게 살아가는 새로운 길을 인도해줄 현세적 메시아를 원했다. 유대인들의 현세적인 메시아는 인간의 존엄성인 자율성과 창조성과 잠재력과 가능성을 철저히 박탈당한 민중들의 자유와 정의를 위한 구원자였다.
종교적이고 정치적인 암흑 속에서 고통과 절망의 골짜기를 헤매던 민중들은 참 사람 예수의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으로부터 밝은 빛을 보았으며, 새로운 생명을 몸과 마음으로 체험했다. 복음서들은 이것을 예수 체험으로 선포했다. 그래서 성서 저자들은 예수를 민중들의 길과 진리와 생명과 빛으로 묘사했다. 그들은 예수의 가르침과 삶을 통해서 이 땅 위에 하느님 나라가 도래하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동정녀 탄생 이야기와 치유 기적 이야기와 부활 이야기를 만들었다. 또한 예수는 인간성을 폄하하고, 여성과 어린이를 업신여기고, 인종과 종교와 빈부를 차별하는 성전 종교와 제국 정치의 거짓과 은폐와 부패를 종식시키는 궁극적 재판장이 되어 하느님이 통치하는 공정한 분배의 정의가 실현되는 세계를 건설할 것이라는 비전을 은유적으로 기록했다. 민중들은 참 사람 예수의 가르침과 삶을 통해서 하느님 나라의 도래와 하느님 나라의 성취를 체험했다. 그리고 성서 저자들은 이러한 예수 체험을 최대한으로 묘사하기 위해 장엄하고 신화적인 언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예수의 인간성과 그의 삶은 사랑 받을 수 없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조건 없는 사랑, 거부당하는 고통을 치유하는 경계 넘어 용납, 파열과 분열을 극복하는 온전함, 그리고 모든 한계를 넘어서는 생명이었다. 이 때문에 참 사람 예수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들의 부활을 체험한 민중들의 이야기가 예수 이야기로 탄생하고 발전했다. 이 때문에 하느님 나라의 치유하는 표징들이 마치 역사적인 기적인 것처럼 예수 이야기에 중요한 부분으로 첨가되었다. 이런 방식으로 민중들은 “역사적 예수의 정신 안에서” 하느님 나라가 지금 여기에 동터오는 것을 보았다. 민중들은 참 사람 예수가 이토록 온전하고 이처럼 개방적이고 이처럼 자유하고, 자신들과 하나가 되었기 때문에, 하느님의 의미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 하느님이란 자신들과 분리되어 하늘 위에 존재하는 믿어야만 하는 객체적인 타자가 아니라 자신들의 삶 속에서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그 의미를 살아가는 방식으로 이해되었다. 다시 말해 하느님은 참 사람 예수의 정신 속에서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온전함에 대한 비전이었다.
유대인 성서 저자들은 참 사람 예수의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정신에 마음이 열리고 귀가 열리고 눈이 뜨이고 입이 열려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깨달은 새로운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예수의 가르침대로 이 땅 위에 하느님 나라 건설에 대한 비전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예수가 그 나라의 “첫 열매”라고 선포했다. 이 말은 죽은 후의 내세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현세에서 일어나는 삶의 비전이었으며, 이것이 성서의 원초적이고 핵심적인 메시지였다. 신약성서를 최초로 기록한 바울은 이 말을 두 번 사용했으며(고린도전서 15:20, 23; 로마서 8:23), 또한 야고보서에 이 말이 한 번 사용되었고(1:18), 요한계시록에도 이 말이 기록되었다(14:4). 복음서들도 형식상 이런 의미의 이야기들을 소개하면서 참 사람 예수 이해를 선포했다. 다시 말해 예수의 인간성에 새롭게 눈을 뜨게 되고, 새롭게 듣게 되고, 새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고, 새롭게 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새로운 생명으로 회복시키는 “인자”로 묘사했다.
성서의 예수 이야기들은 하늘 위의 초자연적인 하느님이 땅으로 내려와 인간의 가면을 쓴 신적이고 마술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더욱이 예수 이야기는 성서를 문자적으로 읽고 직역적으로 믿어야 죄가 용서받고 징벌을 면하고 천국으로 올라간다는 교리적인 믿음에 대한 것이 아니다. 역사적 예수는 자기가 마지막 날에 구원받은 자들을 하늘 위 천국으로 초대할 재판장이라고 말한 사실도 없으며 그런 말을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세기에 초기 기독교인들은 인간 예수를 묘사하는 데에 이런 신화적인 이야기들을 기록했다. 21세기 과학시대의 현대인들에게는 비상식적인 일이지만, 2천년 전 삼층천의 세계관에서 살고 있던 고대인들에게는 신적이고 마술적이고 초자연적인 일들이 일어난다고 상상했다. 고대인들은 자신들의 경이롭고 황홀한 체험을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확대된 언어를 새로운 형식 속에 입력하는 것이었다. 성서를 탄생시킨 고대 사회에서 신화와 서사시는 최적의 문학적인 형식이었으며, 성서 이전에 보편적이었던 메소포타미아 신화와 로마 신화와 그리스 신화가 고대인들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형성했다. 성서 저자들은 이러한 환경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으며 인간의 제한적인 언어로 참 사람 예수 체험 곧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의 체험을 적절하게 문자적으로 표현할 길은 없었다. 예수의 추종자들은 자신들이 체험한 인간과 생명과 세계의 심층적인 의미를 전달하기에 손색없는 언어를 모색하면서 황홀한 언어와 묵시적 상징들로 “참 사람 예수의 의미”를 전달하려고 했다. 이것이 예수를 “인자”로 묘사한 것이고, 온갖 기적 이야기들이 각색된 것이다.
초기 유대인-기독교인들은 참 사람 예수를 통해 생명을 얻게 된 강력한 체험이 기원후 30년과 70년 사이에 회당 생활에서 유대교 개념들로 표현되었고 유대교 예배 안에서 경축되었다. 예수는 “인자”였으며 이 땅 위에서 하느님 나라를 시작하는 신화적인 영웅이었다. 이 체험이 70년에서 100년 사이에 문서화될 때, 전통적인 유대교 이미지들이 예수에게 인용면서 참 사람 예수 체험은 이야기 형태로 탄생하게 되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최초로 기록된 마가복음서에 예수의 동정녀 탄생 이야기가 없다는 사실과 심지어 예수는 죄를 용서받기 위해 유대교 전통의 세례를 받았다는 사실을 기독교인들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비록 근본주의 신자들은 예수를 무죄한 신적 존재로 믿지만 복음서 저자에게 예수는 순수한 인간이었다. 성서가 예수를 소개하는 “인자”의 의미는 온전한 참 사람, 완전한 인간, 지금 여기에서 하느님 나라를 살아내도록 인도한 사람,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깨우쳐 준 참 사람이었다.
예수 이야기가 문자화되어 만들어지기 전에 참 사람 예수의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의 체험이 있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식하는 것은 현대 기독교인들의 심층적인 신앙과 삶에 필수적이다. 이 체험이 있었기 때문에 바울과 복음서 저자들은 성서를 기록할 수 있었다. 성서의 핵심은 예수의 신성과 내세를 두려움과 공포에 빠진 보상심리의 믿음이 아니라, 참 사람 예수의 정신을 지금 여기 현세에서 구체적으로 살아내는 것이다.
[필자: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더 읽을 책>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책 제목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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