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14일째 1

까미노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은 훈련을 하고 와야 한다. 우선 발바닥이 굳어 있어야 한다. 힘이 장사라도 물집이 생기고 이게 터져 속살이 드러나면 도리가 없다.

함께 걷는 20대 한인 젊은이들이 이 때문에 모두 다리를 절둑거리고 처음에는 앞서 가지만 저녁에는 나보다 뒤처진다. 30대 한 친구는 남미를 4개월 걷고 와서 괜찮다. 팜플로냐에서 만난 아들과 50대 중반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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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6개월을 여행 중이니 잘 걸었고 엄마는 첫날을 걷고나서 이 정도면 해낼수 있다는 자신있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베낭을 들어보니 제법 무게가 나갔다. 30일치 먹는 알약이 큰 봉지로 하나 가득. 그런데 병이 뭐 그리 심각한게 아니었다. 그 나이에 대부분 갖는 마음에서 생기는 병. 내가 이 약 다 쓰레기통에 버리고 굳은 마음으로 걸으라고 했다. 물론 스쳐 듣는다. 그리곤 3일째 물집이 생겨 뒤로 쳐졌고 지금은 어디 있는지 모른다. 버킷리스트를 실현하게 되어 너무 좋다고 하더니만...

이 분도 젊어서는 쿵후 대표선수 지금은 골프 싱글에 요가를 하지만, 짐을 짊어지고 하루 8시간을 계속 산길을 걷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난 20년너머 테니스를 쳐온 덕에 발바닥이 굳어 있기에 물집이 생기지 않고 있고 다만 무릎이 문제인데 내가 통증에도 계속 걷자 몸 자체가 갖고 있는 유기체적 생명복원력이 버텨주는 것 같다. 반도 마치지 않아 아직 장담하기 이르지만.

하여간 발바닥은 단련시키고 와야 한다. 물론 오늘 함께 머문 호주 여의사마냥 짐은 택시로 보내고 두세시간만 걷는다면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그리고 새신발도 피해야 한다. 나도 하루 이틀 이 신발을 신고 산행을 해보았다. 그러나 며칠을 계속 걸으면 신발이 자기 자리를 잡아가며 작은 변형이 일어난다. 나도 양쪽 새끼 발가락과 엄지 발등이 계속 눌려 통증이 있다. 한국산 등산화는 멋에 치중하느라 기능에 충실하여 앞 공간을 크게 만든 서양등산화에 비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