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6일째

Los Arcos까지 21Km로. 짐무게에 몸이 적응하는 것 같다. 커피 한잔과 요구르트를 먹고 출발. 햇빛이 따사하다. 오늘은 어제에 비해 날씨가 화사하다. 우기라고 해서 걱정을 많이 하고 왔는데 일단 오늘까지는 걷는 도중 비가 내리지는 않았다. 아침에 나서 땅이 흠뻑 적셔있는 것을 보면 밤사이 비가 내린건 분명한데 아침이 되면 비가 그친다. 하늘이 길을 축복하시는 것 같다. 물론 내일 비를 만날지도 모르지만.

도시를 빠져 외곽으로 조금 가다보니 그 유명한 이라체 포도주 공장과 성당. 물과 포도주 두 꼭지가 달려 있다. 1991년도부터 베네딕트 수도사들이 순례객을 위해 제공하고 있다. 단 하루 제공되는 포도주가 제한되어 있으니 마시는 것은 좋지만 너무 큰 용기에 담아가지는 말라고 적혀 있다. 겨울 순례자는 숫자가 적어 마음껏 마시고 담아갈 수도 있지만, 일단 짐무게 때문에 많이 가져갈수도 없고 아침...부터 취해서 걸을 수도 없으니 맛만 보고 작은 물병에 담아 걸어 가면서 마시니 기분이 좋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는 더 많이 마시고 가져올걸 후회가 든다.

새 신발이 맞지 않아 오른 엄지 발가락 등이 점점 심하게 아파온다. 할수없이 등산화를 벗고 운동화로 갈아 신었다. 그러자 발도 편하고 가벼우니 걸음걸이가 훨씬 가벼워진다. 진작 처음부터 운동화를 신을 걸 험한 산을 걷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생각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고보니 몇년 전 히말라야 트레킹을 할 때, 60대의 독일 여성이 샌들을 신고 3000미터를 올라오는 것을 보았다. 물론 등산화도 있었지만, 본인이 편하면 되는게 아닐까. 그런데 이 운동화는 내가 안식년을 떠나자 부이사장으로 있는 서울 외국인 노동자센터에서 기념으로 마련하여 준 신발이다. 처음에는 웬 운동화? 하며 의아하였는데 지금 생각하니 신발이 엄청 가벼워서 이번 짐에 넣었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분명 가져오지 않았을 것이다. 선견지명이 있는 외노센터 이사장 최의팔목사님을 비롯한 이사 직원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드린다.

오늘은 무려 4시간동안 마을도 없는 길을 걷는다. 그래서 고독과 명상의 길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