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를 좋아하기에 올림픽 때면 열심히 스포츠 중계를 보아왔지만 올림픽 개막식을 본 적은 없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의 경우에는 중국이 자신들의 힘을 어떻게 과시할 것인지를 드려다볼 필요가 있다 싶어서 열심히 개막식을 보았다. 장이모 감독의 대국주의 연출에 대해서 코멘트를 하려고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식전 행사에 이은 각국 선수단의 입장을 중계하는 KBS와 MBC의 아마추어리즘에 실망과 경악을 느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서부 연안의 국가 '가나'가 입장하는 순간 MBC의 화면에는 "예수가 최초로 기적을 행한 곳"이라는 자막이 나왔다. 순간 벙~ 쪘다. 아마도 자막을 작성한 사람은 네이버 검색을 통해 '가나'를 검색하니 요한복음의 '가나의 혼인잔치'가 줄줄이 나오니까 여기서 말하는 '가나'가 아프리카의 '가나'라고 생각하고 자막을 작성한 듯하다. 고등학생 알바 정도 수준이 자막을 작성한 듯싶다.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어서 각 나라의 입장에 맞추어 나오는 간략한 자막을 꼼꼼히 보았다. 한심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것이 MBC가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올림픽 개막식을 위해 준비한 수준이다.

처음에는 KBS를 보았다. 그런데 화면에 각국 수뇌부의 얼굴이 잡히는데도 진행자들은 그들이 누구인지 하나도 몰랐고, 카메라가 입장하는 선수 중 스타급 선수들을 클로스업하는데도 그들이 누구인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KBS에 너무 실망해서 MBC로 채널을 돌린 것이었다. 그러나 MBC는 더 심했다. 마찬가지로 각국 수뇌부와 선수들에 대해서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사실 이 장면들은 일종의 '보도'이다. 화면에 잡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방송은 시청자들에게 전해줄 의무가 있다. 이런 식으로 방송을 준비한 MBC와 KBS에 실망을 금치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 케이블 TV를 통해 SBS가 중계한 입장식을 잠깐 보았다. SBS는 각국 수뇌부 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클로즈업될 때마다 그 선수가 누구이고 과거에 어떤 성적을 거두었는지 즉각 설명을 해주었다. 놀라울 정도의 꼼꼼한 준비를 했던 것이다. 스포츠 중계를 하는 것은 일반 뉴스 보도를 담당하는 사람들과 완전히 다를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시청자들에 대한 준비된 자세와 보도의 정확함과 꼼꼼함에서 KBS와 MBC는 낙제점이었고, SBS는 정반대였다.

이명박의 언론 장악을 둘러싸고 KBS와 MBC를 지키기 위한 우리들의 노력과 노심초사를 생각할 때 올림픽 개막식 중계는 마음에 고통으로 다가온다. 흔히 진보적 가치를 내세우는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아마추어리즘이 적나라하게 비추어진다. 그들의 불성실은 어디서 연유하는 것일까? 마음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