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MB의 교회, 예수의 교회

한국교회는 약자들의 눈물을 닦아 줄 것인가?

 

편집부 webmaster@ecumenian.com

 

* 한미FTA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가 보내주신 강은성 공대위 집행위원(회사원)의 기고문입니다.

미국식을 숭상하는 교회와 한국 ‘지도층’

이명박 대통령이 방미 기간에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의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회담을 연다고 화제가 되었다. 별장에서 회담하는 것이 우리나라에 미칠 득실을 차분하게 따져 보기보다 역대 대통령보다 더 우월하다는 점을 나타내는 간접 표시로 여기는 것 같다. 우리 사회의 ‘지배층’을 이루는 이들의 미국에 대한 친밀감과 숭상은 각별하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핵심 주역인 김현종 주유엔대사(한-미FTA 체결 당시 통상교섭본부장)는 14살 때부터 미국에서 자라 꿈을 영어로 꾼다고 할 정도로 미국이 자신의 삶과 가치관에 체화된 사람이다. 우리 사회 지도층을 형성하고 있는 미국 유학파들 역시 이에 못지않게 미국식 제도와 문화를 우월한 것으로 여긴다.

지난 2-3년 간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쟁점이자 위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그들 상당수는 그것에서 무역 관세 문제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대부분 미국 거대자본의 이익을 한국에서 보장하기 위해 미국의 사회제도, 경제제도를 우리 사회에 이식하려는 것인데도, 미국식이 우리에게 맞는지 이익이 되는지 냉정하게 살펴보기보다는 미국식을 그대로 ‘글로벌 스탠더드’로 여겨 받아들이자고 주장한다. 자본주의 체제에도 각 나라 전통과 환경에 따라 알맞은 제도를 만들고 있고, 자유무역협정이라 하더라도 각기 다른 내용을 갖고 있는데도 말이다.

한-미FTA는 국내 일부 계층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요즘 현대자동차가 미국 현지 생산을 강화하고 있고, 미국 자동차에 대한 수입 관세가 더 많이 떨어져 수입이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국가적으로는 손해일 거라는 분석이 있지만, 미국이 자동차 관세를 인하하면 현대자동차의 자동차 수출은 늘어날 것이다. 원사 기준으로 해서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예상도 있지만, 어쨌든 미국 섬유 관세를 내리면 조금이라도 수출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쇠고기 수입은 쇠고기 수입업자들, 외제 자동차 수입은 자동차 수입업자들에게 돈을 벌어줄 것이고, 의료보험의 민영화는 삼성생명과 같은 재벌보험사, 삼성의료원, 현대아산병원과 같은 재벌병원들에게 큰 돈벌이가 될 것이다. 한국이 불편하면 미국 가서 살면 될 대한민국 1%, 그들에게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열악해 보이는 대한민국 시스템을 미국식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정부는 미국 기업 이해에 상충하는 공공정책 펼칠 수 없어

하지만 서민들, 안 그래도 살기 힘든 사회적 약자들에게 그것은 재앙이 된다. 노무현 정부 아래에서 엄청나게 뛴 부동산 가격으로 우리네 살림이 거덜 났는데, 그것을 바로 잡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정책이나 조세 정책이 한국에 진출한 미국(초국적) 부동산 자본의 이익을 침해한 순간, 그들은 ‘투자자-국가 제소권’을 근거로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은행 산하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에 한국 정부를 제소할 수 있고, 한국 정부는 엄청난 금액을 미국 부동산 투기꾼들에게 배상해야 할 수 있다.

한 나라 정책이 ‘중재’로 이름 붙여져 중재인과 분쟁 당사자 양 쪽을 대변하는 국제 로펌 소속의 변호사 3명의 협상과 담합으로 좌지우지 될 수 있다. 국회 입법 활동, 정부 정책 수립과 집행, 심지어 헌법재판소 결정도 이것을 피해갈 수 없다.

이미  1997년 다국적기업 메탈클래드사가 멕시코 정부를, 1998년 미국 에틸사가 캐나다 정부를 제소한 사건이 있었다. 이 두 사건 모두가 정부가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편 것이 미국(초국적) 기업의 이해와 충돌했고, 해당 국가 정부는 해당 기업에 수백 억 원을 배상하고 만든 법은 폐기해야 했다. 일개 초국적 기업의 이익을 위해 온 국민이 피해를 입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미국의 다큐멘터리 영화 시코(Sicko)는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 중 양극화가 가장 심한 미국의 민영화된 의료보험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 줌으로써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에는 가격과 보장 범위의 문제로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국민이 4800만 명이나 된다. 그들이 병에 걸린 순간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 환자가 죽어 나가든, 장애인이 되든, 일부만 고치든, 병원이 아니라 민간 의료보험사가 어떤 치료를 할지 결정하면서 자신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얼마나 악랄하게 행동하는지 생생하게 보여 줬다. 한-미FTA는 경제자유구역에서의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예외 허용과 이윤을 외부에 배당할 수 있는 영리병원 허용, 민간 의료보험 규제 철폐를 통해 시코의 미국 상황을 이 땅에 이식하려 하고 있다.

후손의 미래까지 저당 잡힌 한-미FTA

최근 국제 농산물 가격 급등은 국내 라면값과 같은 생필품 가격 인상을 불러 와 서민들의 삶을 더욱 팍팍하게 하고 있다. 애그플레이션(Agriculture Inflation)이라고 부르는 이 현상은 세계 농산물의 급격한 소비 증가가 원인이기도 하지만, 유통을 장악하고 있는 카길이나 ADM 등 세계 곡물 메이저 등의 횡포가 큰 원인이다.

특히 식량자급률이 28%에 불과한 우리나라가 수입의 60%를 카길사에 의존하고 있어서 단기적으로 수입 농산물이 값쌀 수 있지만, 그것이 국내 농업 생산기반이 붕괴된 다음에도 쌀 거라는 것을 결코 보장하지 못한다. 이미 우리는 1980년에 냉해로 우리나라 쌀 작황이 좋지 못했을 때 곡물 메이저인 미국 코넬사의 횡포로 톤당 200 달러이던 쌀을 세 배에 가까운 톤당 550달러에 사야 했던 경험이 있다. 카길사가 농산물뿐 아니라 국제 축산물 유통까지 장악하고 있다는 점 역시 미국이 왜 그토록 한국 쇠고기 시장 개방에 목을 매고 있는지, 개방의 결과가 어떨지 쉽사리 예측할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한-미FTA는 우리 자신의 시대뿐 아니라 우리 자녀, 후손들의 세대까지 미리 저당을 잡았다. 서비스 시장에서 개방하지 않을 업종만 열거하고 나머지는 모두 개방하는 ‘네거티브 리스트’ 제도를 채택하여 앞으로 새로 생기는 서비스는 무조건 미국에 개방해야 한다.

한번 개방한 것은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역진불가능(래칫)’ 조항이 있고, 다른 나라에 미국더 많은 개방을 약속할 경우 이 조항은 자동적으로 한-미FTA에 소급 적용되는 미래의 최혜국 대우 조항도 있다. 이 세 조항은 한-미FTA가 미래에 계속 개방을 확장하는 방향으로만 나아가도록 만든 조항이다. 노무현 정부와 이것을 찬성하는 이들이 얼마나 무책임하게 이 협정을 추진했는지 웅변해 주는 내용이다.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

한-미FTA에 대한 일반 신도들의 태도는 나의 신앙과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계의 지도적 목회자들의 입장은 ‘찬성’이다. 앞에서 언급한 ‘사회 지배층’의 입장과 다르지 않다. 게다가 소망교회 이명박 장로는 당선자 신분일 때부터 한-미FTA의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서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그것은 목회자나 교회 지도층의 입장일 수는 있어도 2000년 전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님과는 별로 관계가 없다.

많은 목회자들과 성서 주석가들이 자신의 입장과 이론을 붙여 달리 해석하려 해도, 성서에 나오는 예수님의 오병이어의 기적(마가 6장), 수많은 병든 이들의 병 고침, 당시 소외된 이들의 대표격인 세리와 창녀가 하나님 나라에 먼저 들어간다고 하신 말씀(마태 21장),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바로 주님께 한 거라고 하신 하늘나라의 비유(마태 25장) 등 예수님께서 관심 갖고 보살핀 이들이 사회적 약자들이고, 그들이 바로 하나님 나라를 차지할 거라는 말씀이 성서의 중심을 관통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부인할 수 없다.

게다가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마태 7장),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누가 9장)는 말씀에 이르면, 오늘 교회가 기득권이 되어 가고 있고 교회의 지도층이 사회의 기득권 세력이어서 너무 어렵다 하더라도 깨어 있는 그리스도인이라면 한-미 자유무역협정 때문에 아파하는 우리 사회의 서민,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아파하고 눈물 흘리며 그들을 찾아 연대하는 일을 결코 피할 수 없다. 바로 그 곳에서 그들과 함께 예수님이 아파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지금 예수님이 여기 한국에 계신다면, 그들의 눈물을 그냥 외면하고 지나치셨을까? 여리고로 가는 길에서 강도 만난 이웃(누가 10장)을 모른 채 지나치려는 한국교회에게 예수님께서 묻고 계신다.

<참고문헌>

1. 송기호, “'투자자-국가 제소제 반대'가 '세계화 반대'라고?”, <프레시안> 2007.4.17.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30070417104143
2. 이유진, “누가 우리의 밥상을 지배하는갚, <오마이뉴스>, 2003.9.30.
3. 박형숙, “곡물메이저 "우리가 세계인을 먹여 살린다"”, <오마이뉴스> 2003.10.13.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148059
4. 이원준, “의료 재앙, 한-미 FTA 공공성을 파괴하다”, <에큐메니안>, 2008.2.25.
   http://www.ecumenian.com/news/read.php?idxno=4178&rsec=MAIN
5. 한미FTA저지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한미FTA Q&A”, 2007.
   http://nofta.or.kr/

<한미FTA 기독교 공동대책위원회>
전화: 02-326-0519, 016-9797-8698(박창수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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