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간 적대관계 해소의 방도
김 낙 중

(1) 남과 북의 정치적 관계

고려반도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오랜 세월 동안 고려왕국과 조선왕국에서 하나의 국가를 이루고 하나의 국민으로 살아왔다. 그러다 19세기말 20세기 초에 조선왕국이 일본왕국에 병탄되어 나라를 잃었고, 1945년에 미국과 소련 군대에 의해 분할 점령되었다가, 1948년에 남쪽에는 대한민국, 북쪽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수립되어 남북으로 갈리어 살아왔다. 그래서 1945년 8.15 이래 고려반도의 남과 북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상호관계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4단계를 거쳤다. 첫째 1945년 8.15->1948년 8월까지는 권력 경쟁적 관계였고, 둘째 1948년 8월 이후에는 배타적 국가관계였는데, 셋째,1950년 6.25 이후 1953년 7.27까지는 서로 전쟁을 하는 교전단체 관계 또는 전쟁당사자관계였으며, 넷째 1953년 7.27 이후 1992년 2월까지는 적대적 군비경쟁관계, 다섯째 1992년 2월 이후 2005년 현재까지는 공존적 군비경쟁관계라 할 수 있다.
1) 1945.8.15->1953년 7월까지의 권력경쟁관계
1945년 8.15 이후 남과 북의 고려주민들은 하나의 민족국가를 건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각기 권력경쟁을 전개했다. 그러나 결과는 미국과 소련의 의도에 따라 남과 북에 두개의 분단국가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세우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들 분단국가는 각기 전체 고려반도를 지배하며, 대한민국 헌법 제3조 참조
전체 고려주민을 대표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 제1조
민족국가임을 자처하며, 상대방을 반국가단체, 또는 괴뢰집단이라 하며 그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고, 어떤 방법으로든 상대방을 타도하려는 상호타도의 관계를 갖게 되었다.
2) 1950년 6.25 -> 1953.7.27까지의 교전당사자관계
그러다 1950년 6.25전쟁으로 쌍방은 무력 충돌을 하기까지에 이르렀다. 그러나 남북간의 무력투쟁은 수백만의 국민을 희생시키고, 국토를 초토화한 채 그 어느 쪽에도 승리를 안겨주지 않았다. 그리고 쌍방은 정전협정에 동의하고, 상대방을 “교전단체”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에 들어갔다.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서로상대방을 “교전단체”로 인정하는 “한국(조선)휴전협정”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전협정 조인 당시 대한민국 이승만 대통령은 “한국휴전협정”에 서명을 거부했으나, 대한민국 국군의 작전지휘권은 유엔군사령관에게 있었기 때문에 유엔군 사령관의 동의는 실질상 대한민국이 이를 수용한 것이 될 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은 1948년 유엔총회 결의에 따라 북위38도선 이남의 남한에서 총선거를 해서 수립된 정권이고 또한 유엔총회의 결의로 ‘유엔선거감시단이 선거를 감시한 당해지역에 있어서의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인정받은 국가일 뿐 아니라, 1950년 6.25에 북측의 군사적 공격을 받자 유엔의 결의에 의하여 유엔군이 파견되어 그 존재를 구원받은 국가이기 때문에, 국제연합의 권위를 무시하면 자신의 존립기반이 없어진다.
따라서 1950년 6.25-> 1953년 7.27의 기간은 남북관계가 교전당사자관계였다.
3) 1953년 7.27->1991년 12.13까지의 적대적 냉전관계
1953년 “한국(조선)정전협정”이 체결된 이래 남과 북은 이 정전협정의 무효를 선언하지도 않고, 또 전쟁을 종결하는 평화협정 즉 종전협정을 체결하지도 않은 채 현재까지 이르렀다. 따라서 정전협정하의 남북관계란 전쟁상태도 평화상태도 아닌 ‘준전쟁 상태’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남과 북은 계속 상대방을 군사적으로 타도하기 위한 기회를 노리며, 적대적 군비경쟁을 진행했다. 따라서 남북관계는 적대적 군비경쟁을 진행하는 냉전관계에 있었다. 그러다가 1972년 미,중간의 국교정상화의 영향을 받아, 쌍방 국가원수의 비공식적 “상부의 명에 따라” 쌍방 권력자들이 “7.4 남북공동성명”을 발표하는 과정을 거쳤으나 적대관계를 해소하지는 못하여 남북간의 냉전관계는 지속했다.
4) 1992년 이후->2005년 현재까지의 공존적 군비경쟁관계
그러다 미소간의 냉전체제가 해소된 1990년대에 들어와서 남과 북은 1991년12월에 비로소 공식적으로 남북 “국무총리회담”에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이하 ‘남북기본합의서’)에 조인을 하고, 남북 국가원수의 비준을 받아 1992년2월19일 그 비준서를 교환했다.
그런데 이 남북기본합의서에는 제1조에 “남과 북은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 존중한다.” 고 하였으며, 제2조에 “남과 북은 상대방의 내부문제에 간섭하지 아니한다.” 제3조 “남과 북은 상대방에 대한 비방 중상을 하지 아니 한다.” 제4조 “남과 북은 상대방을 파괴전복하려는 일체 행위를 하지 아니한다.” 그리고 제9조 “남과 북은 상대방에 대하여 무력을 사용하지 않으며, 상대방을 무력으로 침략하지 아니한다.” 고 규정하였다. 남과 북이 지난날의 상호 타도 정책을 지양하고 평화적 공존공영의 길을 가기로 약속하고, 남과 북의 국가원수가 이에 동의하여 서명한 것이다. 따라서 남북관계는 상호타도의 상극관계에서 평화공존의 상생관계로 전환할 것을 약속하고, 이를 전체 민족과 전세계에 선포하였다. 그러나 1992년의 “남북기본합의서” 발효 이후에 남과 북은 비록 평화공존 약속에 따라 남북 교류협력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고, 또 2000년 6.15남북공동성명으로 이를 재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군비경쟁은 계속되어 남북관계는 공존적 군비경쟁관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평화는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2) 국내법상의 남북관계

1) 1948년 당시의 헌법상 남북관계
1948년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헌법을 채택할 당시 남과 북은 앞에서 말한바와 같이 자기측만이 고려반도를 지배하며, 고려민족을 대표하는 민족국가임을 자처했기 때문에 당연히 남북은 각기 지극히 배타적인 헌법을 채택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는 규정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 “제1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전체 조선인민의 리익을 대표하는 자주적인 사회주의 국가이다.” 라는 규정이 이를 대표하고 있다. 남과 북의 배타적관계를 나타내는 국내 헌법의 규정들이다. 따라서 남과 북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상대방을 타도, 정복, 평정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와 같이 헌법상의 상극적 관계에 따라 만들어진 법률의 대표적인 예가 남한의 “국가보안법”이다. 국가보안법상 북조선 정권은 자국의 영토를 불법 강점하고, 정부를 참칭하는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보안법 제2조의 ‘반국가단체’에 해당하는 북조선 정부의 권력담당자들은 국가보안법 제3조의 규정에 따라, 반국가단체의 수괴 또는 간부로서 국가보안법상 사형 또는 무기형을 받아야 할 죄인들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헌법 규정들은 제헌 당시부터 자국의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국민주권의 원리’와는 전적으로 배치되는 것이었다. 제헌 당시의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실질상 북조선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대한민국 헌법 제정에 참여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들은 어떤 형태로도 대한민국의 국가권력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권력이 북조선 주민에게서 나왔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리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 제4조 역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은 로동자, 농민, 근로인텔리와 모든 인민에게 있다.”고 규정하였다. 그러나 남한의 근로인민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권에 참여한 일이 없기 때문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남한 주민의 리익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와 같이 남과 북의 헌법상 국민주권에 관한 규정들은 앞서 말한 남한의 ‘영토조항’이나, 북조선의 ‘전체 조선인민 대표’ 조항과 정면으로 모순 되고 있는 것이다.
2) 현행 헌법상의 남북관계
1948년 남과 북이 분단정권을 수립한 이후 비록 앞에서 말한 대한민국 헌법의 ‘영토조항’이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의 ‘전체 조선인민 리익 대표’조항은 바뀌지 않았으나, 국내외 정세를 반영하여 남과 북의 헌법들은 몇 차례에 걸친 개헌과정을 거쳐 모두 ‘평화적으로 통일을 추구’할 것을 규정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남과 북은 현행 헌법상 남북관계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다고 볼 것인가?
현행 대한민국 헌법 제4조에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반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 제9조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북반부에서 인민정권을 강화하고, 사상문화 기술의 3대혁명을 힘 있게 벌여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이룩하며,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통일을 실현하기 위하여 투쟁한다.” 고 하였다.
남과 북은 1990년대에 들어 이루어진 미,소간 탈냉전의 세계정세에 따라 1948년 건국 당시와는 달리, ‘평화적 통일’을 주장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1990년8월 남한은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과거의 타도 대상에 불과했던 북조선을 교류협력의 대상으로 삼는 입법도 하였다.
그러나 남한은 북조선 정부를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과거의 국가보안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으며, 북조선은 “조선로동당의 당면 목적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이룩하며, 전국적 범위에서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이룩하여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과 인민민주주의 혁명과업을 수행하는데 있으며, 최종 목적은 온 사회를 주체사상화 하며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는데 있다.” 고 규정한 조선로동당 규약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일개 정당인 조선로동당의 규약이 문제로 되는 것은 북조선 헌법 제11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선로동당의 령도 밑에 모든 활동을 진행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과 북의 현행 헌법에 명시된 바에 의하면 민족통일은 분명히 평화적으로 하겠다는 것을 천명하고 있는 점에 공통성이 있다. 그러나 남과 북은 또한 서로 자기의 체제를 상대방 지역에 까지 확장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하고 있다는 점 역시 공통성을 가지고 있다. 평화적으로 통일을 하겠다는 것은 전쟁의 방법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자기 체제를 상대방 지역까지 확장하여 통일하겠다는 점은 일방이 자기 체제를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한, 결국 어떤 형태로든지 상대방의 타도와 붕괴를 추구하겠다는 것으로서 앞서의 ‘영토조항’이나 ‘전체인민 리익 대표조항’과 같이 냉전적 적대관계를 반영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남과 북의 현행법 규정들은 지난날과 같이 다분히 상극적 요소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대한민국은 전체 고려반도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국가로 만들겠다는 것이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은 전체 교려반도를 “주체사상화 하여 공산주의 사회”를 만들겠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남과 북의 헌법은 비록 평화적으로 통일하겠다고 선언하고 있으나, 분명히 아직도 상극적인 관계에 놓여 있다.

(3) 국제법상의 남북관계

1948년 대한민국 수립은 1947년11월14일의 국제연합 결의(제112-2호)와 1948년2월26일의 국제연합 소총회결의(제A583호)에 따라, 선거가 가능했던 북위 38도선 이남의 교려반도에서 총선거를 거행한 결과로 수립된 국가이며, 또 국제연합은 다시 1948년 12월 21일 총회결의(제195-3호)로 대한민국이 국제연합 선거감시단이 선거를 감시한 당해지역에 있어서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것을 승인한 국가이다.
그리고 1950년 6월 27일에는 북조선군이 대한민국의 영토인 38선 이남 지역으로 침범한데 대하여,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가 북조선군에게 38선 이북으로 철수할 것을 요구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필요한 원조를 제공하기로 결의하였다. 그 결과로 대한민국은 유엔군의 참전 결과로 조선인민군에 의한 무력적 타도를 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군사작전지휘권을 유엔군사령관에게 위임한바 되었으며, 1953년 7.27 유엔군 총사령관에 의한 “한국(조선)정전협정”이 정하는 바를 따르게 되었다.
이렇게 볼 때 대한민국은 국제연합과 불가분의 인연을 갖고 있으며, 국제연합의 헌장을 비롯한 국제법들을 존중하는 것이 태생적 운명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1992년 9월 17일 대한민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더불어 국제연합에 회원국으로 가입하게 되었다. 그런데 국제연합 헌장 제2조1항은 “이 기구는 모든 가맹국의 주권평등의 원칙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하면서, 동 제3항에 “모든 가맹국은 국제분쟁을 평화적 수단에 의하여 국제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지 않도록 해결하여야 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더구나 대한민국 헌법 제5조는 “헌법에 의하여 체결 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한국 국민은 국제연합 헌장을 준수할 것을 헌법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1991년 12월 19일 대한민국 국무총리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무원총리는 서울에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이하 남북기본합의서)를 서울에서 조인하였고, 각기 쌍방 국가원수의 비준을 받아 1992년2월19일 그 비준서를 평양에서 교환하여 이를 발효시켰다.
그런데 이 “남북기본합의서”에는 제1조 “남과 북은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 존중한다.” 고 하였으며, 제2조 “남과 북은 상대방의 내부문제를 간섭하지 아니한다.” 제4조 “남과 북은 상대방을 파괴 전복하려는 일체의 행위를 하지 아니한다.” 제5조 “남과 북은 현 정전상태를 남북 사이의 공고한 평화상태로 전환시키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며, 이러한 평화상태가 이룩될 때까지 현군사정전협정을 준수한다.” 제9조 “남과 북은 상대방에 대하여 무력을 사용하지 않으며, 상대방을 무력으로 침략하지 아니 한다.” 는 규정을 담고 있다.
과거 상대방을 타도의 대상으로 규정했던 국내법의 규정들과는 달리, 상대방과의 평화적 공존을 전제로 하는 상생적 합의서를 채택한 것이다. 그리고 이 남북기본합의서는 북조선에서는 1992년 2월26일 최고인민회의와 중앙인민위원회 연합회의에서 승인 절차를 받았으며, 남한에서는 국회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찬성결의를 받았던 것이다. 그리고 남과 북의 당국은 이를 폐기한다고 선언한 바도 없고, 남과 북의 그 누구도 이 ‘남북기본합의서’가 헌법 위반이라는 이의를 제기한 바도 없었다. 남북기본합의서와 유사한 ‘동서독기본조약’이 1972년 체결되어 서독국회의 비준동의를 받았을 때, 서독에서는 이 기본조약이 서독기본법(헌법) 위반이라고 이의를 제기하는 정치인이 있어 헌법재판을 제기했었으나 합헌판결을 받은바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 ‘남북기본합의서’는 휴면상태에 방치되어 있다.
따라서 1990년대 이래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공식적인 국제법적 관계는 결코 상대방에 대한 타도 추구가 아닌 평화적 공존을 국제법이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법적으로 볼 때, 남과 북은 엄연히 평화공존의 관계에 들어간 것이다. “남북기본합의서”의 법적 성격에 관해서는 일부 학자들이 그 전문에 “쌍방 사이의 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고 규정했다는 이유로 국가간의 조약과 같은 국제법적 효력이 있는 게 아니라 주장하지만, 국제법학자들은 “동서독기본조약”과 똑같이 조약으로서의 모든 요건을 가춘 문서로서, 비록 국제연합 사무처에 등록하지 않았기 때문에 형식상 대항요건을 가춘 것은 아니지만, 남북간에는 법적 효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명기 “남북기본합의서요론” 국제문제연구소 간 60-62쪽 참조. 이 장희 교수도 동의.

따라서 국내법적으로도 대한민국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 제 6조 ‘전체 조선인민 리익 대표 조항’ 그리고 남한의 “자유민주주의 지향” 규정이나 북조선의 “사회주의 지향”의 헌법 규정들에 대한 해석은 마땅히 대한민국 헌법 제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 제4조의 국(인)민 주권에 관한 헌법조항에 합당하게, 그리고 또 대한민국 헌법 제4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 제9조에서 규정한 ‘평화통일’의 헌법정신에 맞고, 국제연합 헌장을 비롯한 국제법과도 맞도록 과거의 배타성을 극복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하거나, 아니면 그 해석을 변경해야만 마땅할 것이다. 어떤 국가의 헌법에 ‘영토조항’이나 ‘인민 대표조항’을 유지했다고 해서 그것이 그대로 국제법상으로도 통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스스로 자국 헌법을 국제법에 맞게 해석하거나, 개정하는 게 셰게화 시대의 정신에 맞을 것이다.

국가는 비록 다른 국가와만 조약이나 합의를 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는 내란집단이나 지방자치체와도 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고, 합의서를 만들 수도 있다. 그리고 국가가 내란단체나 지방자치체와 맺은 계약이나 합의에 대해서도 국가는 이를 준수할 의무를 지는 것이다. 따라서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맺은 “남북기본합의서”는 남과 북이 비록 국가와 국가간의 관계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 하더라도, 분명히 1953년 7.27의 “한국(조선)휴전협정”에서 교전단체로 인정한 사이로서, 쌍방 국가(분단국가)는 남북기본합의서의 파기를 선언하지 않는 이상, 이를 준수할 법적 책임이 있는 평화공존의 관계인 것은 분명하다고 할 것이다.

(4) 현재 남과 북의 평화적 상생관계 공고화를 저해하는 요인

1) 북한 핵개발 문제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관계가 과거에 불상용적 상극관계였던 것이 1990년대에 들어 정치적으로나, 국내법상 또는 국제법상으로 평화 공존적 상생관계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것이 고려반도에서 공고한 평화를 구축하지 못하고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우선 세계최강의 미국이 북조선의 핵무기 개발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 점이 가장 큰 표면상의 이유이다. 여기서 우리는 먼저 “북한 핵개발 문제”를 검토해보기로 하자.
미국이 “북조선의 핵개발을 허용할 수 없다”는 문제에 대해서, 고려인들 속에는 몇 가지 의견이 갈려 있다. 첫째 미국 자신은 수없이 많은 핵무기를 개발 보유하고, 다른 나라를 그 핵무기로 위협까지 하고 있으면서도, 약소국에 대해서는 평화적 이용을 목적으로 하는 핵개발 까지도 제한하려 하는 것은 주권 평등의 원칙을 선언한 국제연합 헌장을 전적으로 무시하는 패권적 일방주의라고 비난하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미국의 일방주의적 패권주의의 부당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미국이 편파적으로 지난날 이스라엘이나 파키스탄의 핵무기 개발을 허용했던 사실을 거론하기도 한다.
‘주권평등’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이와 같은 주장은 논리상 타당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역사의 현실은 지구촌 국가들 간에 과연 ‘주권평등의 원칙’이 실현된 일이 있었느냐 하는 것이다. ‘주권평등’은 하나의 이상이고, 현실 세계는 ‘힘의 논리’라고 불리는 ‘사회 역학’이 지배하고 있음을 무시할 수는 없다. 따라서 나는 약소민족인 우리 고려민족은 주권평등의 이상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냉엄한 역사의 현실 속에서 보다 지혜롭게 자기의 살길을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째로 또 어떤 사람들은 “북조선이 핵개발을 포기하면, 쉽게 해결되어 고려반도에 평화가 확보될 문제인데, 1인 독재체제의 김 정일이 정권 유지와 남침의 야욕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자주 “왜 김 정일은 리비아식 해법을 따르지 않느냐?”고 비판하기도 한다. 과연 김 정일이 남침 야욕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에, 남침 때 쓰려고 미국의 핵개발 포기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것일까? 그리고 또 북조선이 핵 개발만 포기 하면, 과연 북조선의 국가적 안전이 리비아식으로 보장되는 것이라 믿어도 좋은 것일까? 북조선은 자기들이 미국의 요구대로 핵개발을 포기하면, 다음은 ‘생화학무기 포기’ ‘재래식 병력의 배치 변경’ ‘정치 체제 변경’ ‘인권 개선’ 등 미국이 새로운 요구를 앞세우고, 자기들에 대한 목조르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북조선 당국은 절대 핵무기 개발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북조선 당국이 다만 자기들의 핵 포기 조건으로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청산”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북조선이 말하는 미국의 “적대시정책 청산”이란 미국이 지난날 전쟁당사자였으며, 그 후 50여년 간 정전협정체제를 유지하며, 치열한 적대적 군비경쟁을 수행한 당사자 관계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적대시정책 청산”이란 미국과 남한이 북조선과 더불어 ‘평화협정’을 통해 전쟁 종결처리를 하고, 정식 국교관계를 수립하는 것을 의미한다. 북조선은 미국과 북조선이 국교를 정상화하면, 일본은 당연히 미국을 따라 국교정상화에 까탈을 부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남한도 북조선을 타도 흡수하겠다는 입장을 바꿀 것이며, 그리하여 결국 고려반도에서 교차승인구조가 이루어져서, 국가의 안보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판단하고 있는 북조선과 압도적 힘을 배경으로 일방적으로 북조선의 핵 포기를 요구하는 미국과의 사이에서 남한은 고려반도의 평화를 위해 과연 무엇을 해야 될 것인가? 나는 고려민족이 19세기 말에, 그리고 20세기 후반기에 했던 것과 같이, 민족문제를 외부 강자의 힘에 의지하여 해결하려 하지 말고, 21세기의 역사 속에서는 남과 북의 국민들이 모두 동포형제임을 인정하고, 화해와 상생의 방도로 북핵문제도 해결해야 된다고 확신한다.

2) 국가보안법과 조선노동당 규약의 문제
현재 남북관계가 1990년대 이래 어느 정도 평화적 상생의 길로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공고화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북조선의 핵 문제 이외에도 남과 북에 여전히 지난날 상극시대의 냉전적 잔재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상극시대의 냉전적 잔재는 법률적 제도적 문제와 아울러 사람들의 낡은 의식구조 속에 문제가 있다.
앞에서도 이미 언급된 바와 같이 남한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이나 북조선 헌법 제1조의 ‘전체 조선인민 대표조항’은 비록 그것을 변경하지 않더라도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남한 헌법의 ‘한반도’를 고려반도 남부로 해석하거나, 북조선 헌법의 ‘전체 조선인민’을 고려반도 북부 북조선 전체 인민으로 해석할 수도 있으며, 또 이 헌법 조항들을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특수관계’를 반영한 규정으로 “단일 민족국가 수립을 희망하는 민족의 염원”을 담은 이상적 규정이라고 남북 쌍방 당국이 공식적으로 양해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한 헌법 제4조가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전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한 조항을 고집하거나, 북조선 헌법 제11조가 북조선 정부의 “모든 활동은 조선로동당에 영도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조건에서 조선로동당 강령이 “조선로동당의 당면 목적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이룩하며, 전국적 범위에서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이룩하여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과 인민민주주의 혁명과업을 수행하는데 있으며, 최종 목적은 온 사회를 주체사상화 하며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는데 있다.”며 평화적으로 고려반도 전체를 공산주의 사회로 만들겠다고 하는 주장을 고집한다면, 남북간 평화적 공존은 정착될 수가 없다. 남과 북은 자국 헌법의 국(인)민주권의 원칙을 가장 소중한 헌법규정으로 인정하고, “국(인)민주권의 원칙”과 어긋나는 헌법규정들에 대해서는 최소한 이 헌법규정들이 각자의 이상을 밝힌 것에 불과하며, 통일된 교려반도의 정치, 경제체제는 장차 평화적 통일을 실현하는 단계에서 전체 남과 북의 고려 주민 자신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맡기겠다는 것을 남북 당국이 공동으로 선언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따라서 현재 상대방 정부 담당자들을 ‘반국가단체의 수뇌와 간부’들이라며 범죄인으로 취급하는 법률을 고집하는 현실은 분명히 시대착오의 문제가 있다. 이런 법률을 계속 유지하면서 남북의 화해와 공존을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남과 북의 국가원수가 서명 비준하여 ‘남북기본합의서’ 비준서를 교환하였으면서도 아직도 이런 법률을 유지한다면, 상호간에 신의 성실의 관계가 성립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3) 평화협정 문제
고려반도의 평화가 계속 불안정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가장 큰 실질적 이유는 남북간의 정전협정체제를 평화협정체제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날 전쟁 당사자관계였던 쌍방이 평화협정으로 종전처리를 하지 못한 채, 어떻게 평화 정착을 바라겠는가? 그런데 1950년의 한국(조선)전쟁은 남북 당사자간 만의 의사에 따라 평화협정체제로 전환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이다. 한국(조선)전쟁의 실질적 주요당사자는 남, 북, 미, 중 4자였다. 그러나 전쟁과정에서 남한 측은 군사 작전지휘권을 유엔(미)군 사령관에게 넘겼고, 그것은 아직도 미군 사령관에게 주어져 있다. 따라서 고려반도에서의 평화협정의 성립은 현재 남과 북의 군사작전지휘권을 갖고 있는 북조선과 미국 측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동안 북측이 북,미간 평화협정이나 북,미간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자고 끈질기게 주장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남한이 평화협정 체결의 주체로 되자면, 남한에서 미군이 완전 철수하고, 한국군이 군사작전지휘권을 완전히 회수하거나, 아니면 미군이 남한에 주둔하더라도, 주한미군이 남한군 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작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면, 북조선은 안심하고 남측과 평화협정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 50년간 한국(조선)정전협정 체제를 평화협정체제로 전환하는 문제를 결코 긍정적으로 수용하지 않았다. 이유는 북조선의 남침 야욕이 계속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남한군의 군비현대화를 촉구하며, 또한 미군의 장비를 계속 현대화 하여 북측에 비해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유하는 일에 전념했다. 미국의 국가 이익은 주한미군을 계속 남한에 유지하며, 북조선의 남침 위험성을 구실로 군사력을 강화하여 중국이나 러시아를 견제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고려반도에서 평화협정 체결을 계속 기피하며, 군사력만을 강화하는 미국과 이를 추종하는 남한에 대응해서 북조선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이에 대응하는 군비강화냐, 아니면 굴복이냐 하는 것뿐이었다. 결국 이것이 오늘날 북조선이 ‘선군정치’체제하에 핵무기를 개발하게 된 원인이다. 이렇게 보면 오늘날 고려반도 평화정착의 문제꺼리가 되어 있는 북핵문제와 북조선의 경제적 궁핍 그리고 북조선의 장기 독재체제 유지라는 것도 반세기를 넘는 치열한 적대적 군비경쟁 진행과 결코 무관한 것이 아니었음을 이해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고려민족이 21세기 상생의 시대를 창조하며 살아갈 올바른 출로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5) 고려반도의 평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1) 남북정상의 ‘평화선언’
그러면 이제 고려민족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될 것인가? 하는 것을 생각해보기로 하자.
‘민주주의’란 민(民)이 국가정치의 주체로 되는 정치체제를 지향하는 정치이념이다. 그리고 ‘민족주의’란 어떤 민족이 스스로 자기 민족의 문화를 지키며, 자기 민족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자주적 민족국가를 건설하려는 이념이다. 민족주의에는 배타적 민족주의와 저항민족주의가 있다. 배타적 민족주의는 한 때 어떤 민족이 다른 민족을 지배하고 박해하는 침략을 정당화하려는 잘못된 방향으로 악용된 겨우도 있었다. 그러나 저항민족주의는 피압박민족이 독립을 쟁취하려는 과정에서 형성된 정치이념으로 본질상 침략적인 것이 아니며, 민족자결의 원리를 실현하려는 이념이었다.
따라서 민주주의와 민족주의는 결코 상충적 관계를 갖는 것이 아니다. 비록 자기들이 처한 상황의 차이에 의하여 강조점이 다르기는 하지만, 동질적 관계를 갖는 근대적 정치 이념이다. 민주주의나 민족주의는 모두 민(民)이 자기 운명의 주인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하자는 정치이념인 것이다. 남측이 강조하는 ‘민주주의’, 북측이 강조하는 ‘민족자주’는 결코 상충하는 이념이 아니다. 고려민족은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수천년의 역사 속에서 수 없이 많은 고난을 겪으며, 끈질기게 지금까지 자신들의 문화와 국토를 지키며 살아온 민족이다.
그런데 현재 고려민족은 그 어느 때보다 고려반도의 평화 정착과 평화통일이 절실하다. 그러나 세계최강의 미국은 군사적 세계 패권을 추구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으며, 그들은 북조선의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 그리고 독재체제와 인권을 구실로 고려반도에서의 평화체제 창출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국가간의 갈등과 전쟁이 필요한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와 사람들이 스스로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되어 평화롭게 살아가고자 하는 약소민족 구성원들의 이해관계는 일치할 수 없다.
약육강식의 역사 판에서 약자가 살아남기 위해 강자에 붙어 동맹관계를 만들고, 강자의 힘을 빌려 살길을 찾는 것도 지혜로운 방도의 하나일 수 있다. 그러나 자기 나라 백성들과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해서, 청나라나 일본국의 힘을 빌려 문제를 해결하려했던 19세기말 조선왕국의 처사는 망국을 가져왔고, 미국이나 소련의 힘을 빌려 통일독립 민족국가를 건설하려 했던 20세기 후반의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처사들은 결국 분단의 공고화와 핵전쟁에 의한 민족공멸의 위기를 초래하였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을 힘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던 약육강식의 시대는 이제 인류의 역가에서 사라져야할 때가 되었다. “위력의 시대가 거하고 도의의 시대가 래하도다”라고 한 새 시대가 동트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상극의 시대에서 상생의 시대로 전진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고려민족은 지구촌에서 열리는 상생의 새시대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하여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에서 약속한대로 남북정상은 다시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의논하고 민족의 진로를 협의 결정해야만 한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은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이의 상극적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상생적 역사창조의 주체가 되기 위하여 어떤 경우에도 남과 북은 상대방의 타도를 추구하는 정책에 동참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는 남북간 “평화선언”을 채택해야 한다. 그리고 이 제2차 남북정상회담은 1992년 쌍방 국가원수에 의하여 채택된 “남북기본합의서”와 “한(조선)반도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의 성실한 이행을 세계와 민족 앞에 다시금 천명하여 그 휴면상태를 타개해야 한다. 이에 따라 남북 쌍방 당국은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결정을 실천하기 위해 남북 당국자회담을 시급히 개최하여 구체적 실천방도를 강구해야만 한다.
2) “남북기본합의서”와 “한(조선)반도 비핵화공동선언”의 동시이행 방도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결정들에 따라, 남측은 먼저 “남북기본합의서”가 어떤 형태로든지 법적 기속력을 갖도록 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남과 북이 합의하여 국제연합 사무국에 등록하면 국제법적 기속력은 갖게 되겠지만, 그렇게 되면 남북간의 경제 교류가 국가간의 무역으로 인정되어 남북 쌍방에 경제적 불이익이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남북 “쌍방 사이의 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 (분단국관계)임을 고려하여 남과 북 내부의 법률로 “남북기본합의서”가 법적 기속력이 있음을 분명히 하는 조치를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록 때늦은 조치이기는 하지만, 이제라도 “남북기본합의서”를 국회에서 비준동의를 하는 방법도 있고, 아니면 현재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남북관계기본법”(안)들에서 “남북기본합의서”가 국내법상 효력을 가진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방법도 있다.
그리고 북측은 “한(조선)반도비핵화공동선언”의 실천을 위하여 남측과 더불어 “고려반도비핵화공동위원회”를 구성하고, I.A.E.A와 협조하여, 한(조선)반도 비핵화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에 적극 협력하여야 한다. 그러나 한(조선)반도 비핵화에 따라 초래되는 군사 안보적 불균형이나 불안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남북은 합심하여 주변 4대강국들이 더불어 동북아시아의 집단안보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적극 노력해야만 한다.
3) 고려반도의 평화보장을 위한 국제협력
고려반도의 평화는 동북아시아의 평화, 나아가서 지구촌 최대의 대륙 유라시아의 세와 지구촌 최대의 바다 태평양의 세가 마주치는 세계평화의 초석이다. 지구촌은 결코 군사, 경제적 최강자에 의한 일방주의로 평화를 만들 수 없다. 지구촌의 모든 나라, 모든 사람들이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며,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지구촌의 ‘한겨레’를 만들어야 한다. 대륙세력인 중국과 러시아나 해양세력인 일본과 미국은 어느 일방이 지구촌의 패권을 추구하면 지구촌의 평화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그들이 패권경쟁을 벌리면 그것은 전체 지구촌의 비극일 뿐이다. 수천년의 역사를 통해 다른 민족을 침략한 경험이 없는 고려미족은 이들 양대 세력을 모두 존중하며, 그들의 패권 추구를 상생 추구로 변화시키는 일이 자기 민족의 세계사적 사명임을 깨달아야 한다.
남과 북 그리고 미,일, 중,러 등 고려반도 주변국들로 구성된 6자회담은 비록 “북핵문제” 때문에 마련된 것이지만, 그것은 결국 ‘동아시아의 평화’를 창출하기 위하여 그리고 ‘세계평화’를 건설하기 위해서 협력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고려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국제적 역학관계는 남과 북이 합의 협력하면 핵문제든, 동북아공동체 건설 문제든, 능히 해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군사적 패권 추구가 아니라, 세계평화 건설이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일본 모두의 번영에 필수적인 조건임을 확신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
우선 북측이나 남측이 상대방에 대한 오랜 불신 때문에 느끼는 안보적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남북 교차승인구조를 완성해 놓고, 이들 4강이 고려반도의 평화를 보장하는 제도를 만드는 일과 고려반도의 비핵화를 연결하여 진행해야 한다. 비록 낡은 시대의 관성에 따라 세계적 군사패권을 추구하거나, 적대적 긴장상태의 유지로 군수수요를 창출하려는 사람들은 아직 그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수 있지만, 남과 북이 완전히 합의하기만 하면, 고려반도의 비핵지대화 자체를 공공연히 반대할 입장에 있는 국가는 없다. 고려반도의 비핵화를 위하여, 교차승인 구조에 의한 고려반도의 평화보장 체제를 반대하는 국가나 정파는 21세기 평화로운 지구촌을 창조하려는 세계 인민들의 지탄을 받아 스스로 고립화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고려민족은 고려반도에 작용하는 사회역학을 지혜롭게 파악 활용할 수 있어야만 한다.
고려반도의 비핵지대화, 평화지대화의 방도는 이 지역 국가들의 집단안보체제 구성일 수 도 있고, 고려반도의 영세중립화일 수도 있다. 고려반도의 평화가 제도화 되었을 때, 남과 북은 점차 교류를 활성화하여 민족적 동질화를 회복하고, 장차 고려민족 구성원들 자신이 “국(인)민주권의 원리‘에 따라, 그들이 원하는 방향에서, 새로운 이념과 체제를 창조하여 평화 지향적인 통일 민족국가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의 이년이나 체제란 삶의 필요에 의해서 언제나 새롭게 창조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통일 교려민족국가는 지구촌 인류공동체 상생의 시대에 새문화 새역사 창조의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