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내 일생에 한번 올까말까한 특별한 해로구나. 올해가.

2,3월엔 '세 정거장'을, 12월과 내년 1,2월까지 '울타리 넓히기'로
버들이 관련 다큐를 상영하고 있다.

또 향린에서도 24일 '울타리 넓히기'로 향우실을 넓힌다고 한다.

art완 전혀 관계없던 내게
무심하고 무덤덤한 내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 났을까?

게으르고 악한 종이 '세상 재미에 빠져버린 어떤 일'은 바로 이것이었다.

언제부터인가 '나 하나의 관객'을 위한 영상작업을 생각했다.
날 때부터 아픈 몸으로 세상에 나온 버들이가 내 영상이야기의 주인공이며 첫 번째 관객이다.
아이는 평소 제 이야기를 보는 것을 즐긴다.
아날로그로 편집한 영상앨범, 학교행사, 여행 이야기, 병원 생활 등 그림을 보고 또 보았다.

이런 아이에게 '사람, 따뜻한 사람 냄새'가 나는 제대로 된 그림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아이 이야기를 가지고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버들꿈네.
사이버 집에 찾아 온 이들이, 특별하게 보일지도 모를 아이의 이야기에
따스함을 선물로 가져간다며 버들네를 격려했다.
이들, '또 다른 관객'을 위해 아이가 하루하루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는 모습을
영상으로 올리고픈 소박한 꿈을 꾸게 되었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프리미어강좌, 디지털 영상강좌,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 제작' 강좌를 통해' 영상세계'에 조금씩 다가갔다.
그리고 이제 꿈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2,3월엔 광화문 갤러리 'web festival'에 버들이 이야기를 선보였다.
아이의 세상 나들이를 담은 '세 정거장'은 '나 하나의 관객' 시리즈의 처음이다.
학창시절을 마감한 아이가 지하철 세 정거장을 거쳐 일터까지 가는 동안
역마다 아이의 작은 이야기를 보여주는 내용이다.

편집하면서 기술보다는 마음을 비우고 잘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절제된 영상, 압축된 영상 표현은 내게 역부족임을 절감했다.
하지만 '세 정거장'은 적어도 '나 하나의 관객'인 아이의 세상 나들이에
커다란 기쁨과 자긍심을 심어 주었다. 아이는 행복하고 자랑스러워했다.
그리고 나에게도 세상을 향한 첫걸음이 되었다

그러다가 영상미디어쎈터에서 '장애인 미디어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
그때 만난 지체장애쪽 친구들의 '이동권 투쟁'에서 뭉쳐진 힘을 느꼈다.
직접 나서서 사회를 능동적으로 변화시키는 그들을 바라보면서 장애부모인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또 하나의 장애유형인 정신지체, 다운증후군 아이를 둔 나는
스스로의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아이를 잘 대변해 왔는지
반성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해서 시작한 작업이 '울타리넓히기'.
여기에서 난 '또 다른 관객'인 세상사람에게,
언뜻 특별하게 보일지도 모를 아이의 소박한 모습과
장애부모가 우리 아이들의 살만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울타리를 넓히고 있는지를 담담하게 풀어가려고 했다.

더불어 아이를 위한 이 영상작업이 내 안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나'를 털어 내는 스토리텔링이 되기를 ,
그리고 '미디어로 열리는 세상'과 자연스런 '장애인 인식 개선'에도 보탬이 되길 희망해 보았다.

어느 날 일기 두 토막



어느해 시골집 12월 대지는 살포시 얼어있고
살얼음 위로 햇빛 내리쬐는 연못에
청둥오리, 떼를 지어 노닐었다.
이리동동 저리동동 바삐 떠다니는 오리들.

그들은 주변의 얼음을 녹이고 있었다.
그들만의 세상을 넓히고 있었다.

나도 그렇게 하리.
울타리를 넓히며 함께 하는 우리.
버들이와 나.
2003.8




어제는
울타리,
엉성한 울타리.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

이제는
울타리
든든한 울타리.
보이지 않는 울타리로
담담하게 지켜본다.

아이와 함께
한 발 한 발
울타리 세상을
넓혀간다.

울타리를 키워
아이의 세상을 넓혀 간다.

아이의 세상이 넓어질 때마다
자연스레 울타리도 넓어진다.

아이의 울타리 넓히기는
결국 나의 세상 넓히기.
20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