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a반도의 평화와 평화협정

김 낙 중

부시 미국 대통령이 금년 들어 대한반도 정책의 방향을 바꾸기 시작하면서 요즈음 “평화협정”에 관한 문제가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게 되었다. 2005년 6자회담에서 “9.19 합의”가 이루어졌을 때 제2항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며, 각자의 정책에 따라 관계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한다.” 고 합의했는데, 이를 실천할 의지가 있다는 입장을 취했기 때문이다.
6자회담의 일원인 미국과 한국은 북측 즉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더불어 지난 54년 동안 휴전협정 체제 하에서 아직까지 냉전적 적대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2005년 “9.19 합의”는 이와 같은 정전협정체제하의 적대관계를 변경하겠다고 합의한 것이다. 정전협정체제란 상호 상대방을 교전단체로는 인정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타도 의지를 지닌 채 전투행위만은 잠정적으로 정지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전협정 당사자들의 관계는 준전시상태에 있음을 의미한다. 어떤 국가들이 반세기가 넘도록 준전시상태를 유지하면서 치열한 군비경쟁을 진행한다는 것은 역사에 유례가 없었던 일이며, 또 각 당사국 국민들에게 더없는 비극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군사 경제적으로 열세에 있는 국가의 경우에는 더욱 힘겨운 고역이었다. 그러기에 한반도의 정전협정 당사자들이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는 것은 이 지역의 평화를 위해 무엇보다 소중한 역사적 과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이 반세기가 넘도록 평화협정을 이루지 못하고 정전협정체제로 계속 지속된 것은 미국의 대 한반도정책 때문이었는데 이제야 그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평화협정의 주체는?

그러면 앞으로 미합중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9.19 합의”를 성실하게 이행하여 한반도에 정전협정체제를 대신할 평화협정체제를 만들려 할 경우, 과연 평화협정의 주체는 어느 나라들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1953년 7월 27일 발효된 한국(조선)정전협정은 조선인민군최고사령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원수 김일성과 중화인민지원군사령관 팽덕회를 일방으로 하고, 국제연합군총사령관 미합중국육군대장 M.W. 크라크를 다른 일방으로 하여 서명된 국제협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휴전협정을 대신할 평화협정을 체결하려 할 경우 그 주체는 미국과 조선 그리고 중국 3자라는 주장이 나온다. 그리고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 국군이 아닌 인민지원군이었고 또 중국과 미국, 중국과 한국은 이미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국교 정상화를 이룬 사이이기 때문에, 중국의 국가대표는 평화협정에 참여할 필요가 없이 미국과 조선 쌍방만 평화협정의 당사자가 되면 족하다는 북·미 양자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휴전협정 체결 당시 국군의 작전지휘권을 미군사령관에게 이양한 처지였으며, 또 휴전협정 체결 자체를 반대하여 참여하지도 않았던 터이라, 평화협정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평화협정”이란 전쟁의 종결을 위한 협정이며, 동시에 장래의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국제적 약속이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나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평화협정은 원칙적으로 1950.6.25-1953.7.27 기간의 한국전쟁의 실질적 주요 당사자들이 평화협정의 주체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미국과 중국 그리고 남과 북이 한국전쟁의 주요 당사자였기 때문에 이들 4자가 평화협정의 당사자로 되어 전쟁의 종결처리를 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앞으로의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보장하는 조치를 위해서는 주변국가 즉 러시아나 일본이 동참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남북 미·중 4자만이 참여하는 “평화협정”은 그 중 어느 한 당사국에 의하여 “평화협정”의 준수가 위협될 경우를 고려하면 동북아시아 유관 국가들의 다자적 평화보장체제가 더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남북 쌍방을 당사자로 하고, 미·중을 보장자로 하자는 남측의 2+2안이나 미국과 조선만이 평화협정의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는 북측의 안은 모두 비현실적이라 생각한다. 남과 북 사이에는 1992년에 발효한 남북기본합의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행실천조차 담보되지 않고 있는 실정인데, 이제 다시 남북간에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그리고 또 한·미동맹이 엄존하는 현실에서는 남북간의 적대관계를 해소하는 일이 없이는, 북·미간의 적대관계를 종결한다는 협약은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화협정은 아직도 적대관계에 있는 남과 북 그리고 북·미간의 관계는 물론 미·중관계도 동시에 모두 확고한 우호선린의 관계로 변화할 수 있는 당사자들로 구성되어야 마땅하다. 현재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비록 국교를 수립하고 있기는 하지만, 언제 다시 긴장적 적대관계로 변화할지 모르는 상태이며, 또 한반도의 주변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적대관계로 될 경우 한반도의 남북관계가 평화를 유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평화협정의 내용은?

평화협정은 앞에서 언급한바와 같이 “전쟁의 종결을 위한 협정이며, 동시에 장래의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국제적 약속”이기 때문에 우선 휴전협정에 의하여 유지되어온 한국전쟁의 정전협정체제를 해소하고, 전쟁의 종결을 약속하는 내용을 담을 수밖에 없다. 전쟁 종결에는 대개 전쟁의 책임문제, 배상문제, 포로문제, 영토의 확정문제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한국전쟁은 내전의 성격과 국제전의 성격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국가간의 전쟁과는 그 성격이 같지 않은 점이 있다.
첫째가 영토문제이다. 남과 북은 “남북기본합의서” 전문에서 명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남과 북“쌍방 사이의 관계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이기 때문에 비록 현실적으로 남과 북이 그 관할 구역을 달리할 수는 있지만, 국경문제는 있을 수 없다. 다만 서해상의 관할권 문제에서 보듯이 특정지역에 대한 관할권 문제를 분명히 할 수 있도록 남북 쌍방이 토의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포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 전쟁책임문제나 배상문제인데 남과 북은 수백 수천 년 동안 한 국가 안에서 한 민족으로 생활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한 국가 안에서 계급해방 또는 민족해방 혁명의 과정에서 일어난 불행한 상처에 대해서 국가간의 책임이나 배상을 말할 수는 없다. 더구나 반세기의 세월이 흘러서 많은 사람들이 저 세상으로 갔으니 지난날의 일들은 내일의 역사가 심판할 일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책임이나 배상을 논할 수는 없다. 또 어떤 의미로는 이미 심판을 받았다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셋째, 포로문제는 지난날의 한국 전쟁과정에서 당시 자기 의사에 반해서 거주지의 선택이 불가능했던 사람들이 자기 고향, 자기 가족들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귀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전쟁과정에서 수백만의 이산가족이 생긴 한반도의 실정으로 볼 때, 이산가족 상봉과 주민의 거주 이전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 남북간 화해협력의 증진을 기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첩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평화협정의 내용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며, 각자의 정책에 따라 관계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는 내용을 담으면 되는 것이다. 그럴 경우에 가장 중요한 문제로 제기되는 것을 주한 미군을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이다. 왜냐 하면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게 된 것은 한국전쟁 때문이었는데 한국전쟁을 종결 처리하는 마당에서 주한미군 문제가 제기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반세기 동안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것을 미국이 반대한 가장 큰 이유도 평화협정을 체결할 경우, 미군의 한국 주둔을 곤란하게 할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평화협정을 체결하려 할 경우, 미군이 철수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주한미군의 성격이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주한미군이 완전 철수한다면 평화협정이 쉽사리 처리될 수 있는 일이겠지만, 미국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관계가 최소한 비적대적 관계로 변화한다는 것을 평화협정에 담보해야만 할 것이다.
다섯째, 평화협정에는 남과 북의 적대관계 종식을 위한 규정이 또한 필수 불가결하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적대관계 해소와 정상화 문제는 1992년에 남북 쌍방 국가 원수가 비준한바 있는 “남북기본합의서”에 모두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남북 미·중 4자가 체결하는 평화협정에는 이 “남북기본합의서”가 국제법적 효력을 가지고 이행 실천될 수 있도록 이를 담보하는 내용을 담으면 될 것이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그리고 나아가 세계 평화의 길은 분명하다. 모든 행위의 주체들이 강자나 약자나 모두 서로를 존중하면서 함께 더불어 살겠다는 입장에 서면 평화는 이룩되는 것이다. 즉 약육강식이 아니고, 화해상생의 길이다. 길을 몰라서 평화가 깨지는 게 아니라, 약자를 타도하고, 강한 자기의 욕심만 채우겠다고 욕심을 부리기 때문인 것이다.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 내지는 동아시아 정책이 진정한 평화 지향적인 방향으로 변화하여 6자회담에서의 “9.19합의”가 온전하게 이행 실천되어야만 한다.
그러자면 우리는 세계 속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평화 지향이 될 수 있도록 부단히 국제적인 평화운동을 전개하여야 할 것이다. 문명개화하는 인류의 역사가 살상무기의 발달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의사소통 능력도 또한 증진하는 것이기에 우리는 희망을 잃지 말고, 세계 최강국인 미국 안에서도 평화의 벗들을 찾아 그 힘이 확대되도록 노력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