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를 사는 세 얼굴


오늘은 12월 31일 금년, 즉 2003년의 마지막 날이다. 그뭄날이다. 16세기 이태리의 베니스의 화가인 티티안(Titian)은 신중함(Prudence)을 얼굴이 셋 있는 사람으로 그렸다. 하나는 젊은 얼굴로 미래를 보고, 다른 한 얼굴은 성숙한 사람으로 현재를 보며, 나머지 세 번째 얼굴은 현명한 노인의 얼굴로 과거를 내려다 보고 있다. 그 위에 라틴어로 쓰기를 ‘과거의 교훈에서 현재를 신중하게 보는 행동으로 미래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게 한다.’ 우리는 이러한 자세로 새 해를 맞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우리의 얼굴을 가지고 과거, 현재, 미래를 제대로 보고 행동하는 존재들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 가지 티티안 화가의 그림에 수정할 것이 있다면 과거를 보는 얼굴은 젊은 이의 얼굴이고 미래를 보는 얼굴은 현명한 노인의 얼굴로 하고 싶다. 내가 노인이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를 철저하게, 힘차게 보고 미래를 지혜롭게, 그리고 신중하게 보며 행동하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우리는 2004년 동안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여 왔다. 젊은 이의 특성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새해인 2005년에는 그러한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현명한 사람이 아니라도 과거 속에 묻혀버리고 없는 2004년을 새 시간인 2005년에 반복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다른 동물과 인간이 다른 점인지도 모른다.
인간은 그의 부모, 그의 전 세대가 성취한 데서 시작하지만, 동물은 매번 원점에 돌아가서 새로 시작하는 것 같다. 인간은 교육을 하고 박물관을 지으며 문명을 축적하지만, 다른 동물은 그러하지 못한 것 같다. 인간에게는 현재를 보는 성숙한 눈도 필요하지만, 과거를 보는 철저한 젊은 눈도 필요하다.
우리는 그 소용돌이 속에서도 과거 청산을 할 수 있는 법을 만들었다. 우리는 과거에 민족정통성을 세울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려 많은 실패를 거듭했다. 그러나 그 과거의 실패를 지금 만회할 수 있는 법을 통과시킨 만큼 현재와 미래는 철저하게 과거 발견한 신념과 코스를 따라 신중하게 잘 살 수 있어야 한다.
2005년, 이렇게 세 얼굴로 살자. 과거를 보는 철저한 젊은 이의 얼굴로, 현재를 보는 성숙한 얼굴로, 그리고 미래를 보는 노인의 현명한 얼굴로 살자. 이 말은 현재와 미래를 규정하는 자들이 보수적이 되라는 말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수구.보수적이고 반동적인 역사의 퇴물들의 전횡으로 시달려 왔다. 그러나 그것은 민족정통성 위에 서 있는 보수층이 아니었다. 과거의 민족정통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