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시글은 구게시판 어딘가에 있던 글입니다)
 

 정혜진 새교우(동작구 노량진 거주/30세)

안녕하세요. 새신자 교육이 중반을 넘어섰다는데 저는 아직 소개글도 못 내고 교육에도 거의 참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게으름뱅이라는 게 제 소개글보다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태어나기 한 해 전 교회를 문턱을 넘으셨다가 늦은 나이에 목회자의 길을 가기로 결심하신 아버지 덕분에 모태출석교인으로 자라 30년간 교회를 다녔습니다. 대개는 나른하고 습관적인 신앙생활이었지만 때때로 “하나님 발길에 차이는” 경험같은 것들도 있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런 경험들 때문에 교회에 회의가 생길 때에도 뭔가 신앙이라는 큰 테두리 같은 것은 벗어날 수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화여대 국문과를 다닐 때 기독교학을 복수전공하면서 아련하게 의문으로 만 느꼈던 것들이 확실해지고 어떤 것들은 설명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인연으로 현재 기독교학과 대학원까지 다니면서 신약성서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6년 전 결혼을 하고 오랫동안 다니던 교회를 나와 시어른들이 다니시는 교회에 등록을 했습니다. 2-3년 주일에만 교회에 나가면서 지냈지만 별로 마음을 붙여서 신도들과 교제하거나 그러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핑계같지만 신학을 공부한다는 것이 제게는 교회 속에 들어가 일원이 되기보다는 겉에서 바라보면서 비판을 하는 불편한 자리에 있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 3년전부터는 여러 교회에 출석하면서 거리를 두고 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뭔가 맞으면 몇 개월씩 출석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하다가 지난 봄부터 향린교회에 와서 예배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등록은 동생이 서울로 이사하면서 같이 교회를 다니기로 했고 한군데 등록을 하고 다니자고 해서 하게 되었습니다. 향린교회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었는데 대개는 진보적인 정치노선에 대한 것들이었고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부분 공유할 수 있는 노선인 것 같았습니다. 대학을 다니고 머리가 굵어지면서 저자신이 보수적인 교회와 어울리기는 힘든 정치적 색깔이나 세계관을 가지게 된 것은 분명하지만, 그런 것이 교회를 판단하거나 구성하는 본질적 기준이 될지에 대해서 확신이 들지 않았습니다. 아직까지는 향린교회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아직 “교회”라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도 고민중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른 채 할 수는 없는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번 담임목사님께서 해주신 말씀에서 향린교회가 뼈를 묻겠다는 각오도 없는 저같은 사람을 제 고민이나 회의 같은 것들을 충분히 묵히면서 추구할 수 있는 장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 대해서 발언하고 또 좀 더 나은 삶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교회의 모습을 보면서 제가 그 일원이 되는 기쁨을 누렸으면 하는 바램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