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건만 봄 같지가 않다는 말이

새삼스럽게 가슴을 저미는 고난주간입니다.

 

새까맣게 불타서 무너진 숭례문과 함께

이 봄을 맞이합니다.

태안반도를 뒤덮은 검은 기름 아래 숨 막혀 죽어가는 뭇생명과 함께

이 봄을 맞이합니다.

한반도 대운하가 뚫리면 멸종되어버릴 58종의 생물들과 함께

이 봄을 맞이합니다.

계속되는 미국의 경제제재로 고사당하기 직전인 북녘 동포들과 함께

이 봄을 맞이합니다.

 

그러니 어디 봄이 봄 같아야 지요.

아무리 귀를 기울여 봐도 정의와 평화가 꽃피는 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들리느니 온통 불의와 전쟁과 약탈과 파괴의 소리뿐입니다.

온난화로 몸살을 앓는 지구는 파산선고도 모자라

아예 임종선고를 내려야 할 판입니다.

지구 마을 곳곳에서 때 아닌 홍수와 지진으로 가족을 잃고 삶터를 잃은

난민들의 울부짖음이 하늘을 찌를 지경입니다.

 

그런데도 하늘에서는 아무 응답도 내려오지 않으니 답답할 밖에요.

하느님의 침묵이 우리의 고통을 가중시킵니다.

어찌하여 우리를 버리십니까, 절규하는 예수의 심정을 조금은 알 것도 같습니다.

 

고난주간입니다, 하느님.

이 시절에 우리도 당신의 침묵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기를 원합니다.

가득 찬 침묵 안에서

때로는 가만히 지켜보는 것도 큰 고통이라는 걸 깨달을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은혜겠지요.

 

하느님의 고통에 참여하는 한 주가 되도록 우리를 이끌어 주십시오.

아멘.

 

여성목회연구소 실장 구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