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호열사 1주기 추모(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2017318!

 

오늘 우리 모두는 촛불혁명을 통한 박근혜탄핵과 이재용구속이라는 성과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부패한 한 정권의 몰락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이 남한의 부조리의 근간이 되어 온 재벌 자본과 그리고 이들과 손을 맞잡고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무참히 짓밟아온 추잡한 정치세력들의 퇴장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냥 일 년 중 한 날이 아니라 역사적 의미가 있는 날입니다.

 

일 년 전 오늘은 유성기업과 현대자동차의 살인적 탄압에 맞서 자신을 산 제물로 드렸던 한광호 동지가 우리 곁을 떠난 날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를 떠나보내려야 떠나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나 억울하고 분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그의 억울한 죽음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그의 영정을 붙들고 시청 앞 광장에 왔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의 편이 되어 주어야 할 공권력은 오히려 여러분을 부당하게 억압했고, 깔개는커녕 비 오는 날에 가림막 하나 허용하지 않아 온 몸으로 이 모든 억압을 견뎌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졌던 현대자동차 본사 앞 노숙 농성장 역시 용역들로부터 수시로 가해지는 모욕과 위협, 거기에 경찰의 방조를 겪으며 지난해의 추운 겨울을 지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향린교회는 지척에서 고난을 겪고 있는 여러분들의 소식을 듣자마자 곧장 기도회를 열었고 우리들 또한 경찰들의 폭력에 의해 목사님과 교인들이 다치고 기도회 물품이 파손되기도 했습니다. 그래 교인들은 일요일 오후 예배를 마치자마자 남대문경찰서 앞에 모여 빗속에서 거리기도회를 드리고 이어 행진을 하여 시청 분향소 한광호열사의 영정 앞에서 뜨거운 조문을 드렸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기독교는 부활의 종교입니다. 이 부활은 단순히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억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 부활신앙이란 예수정신을 따라 살다가 이 땅에서 희생당한 영혼들을 다시금 살려내는 우리들의 저항 행위를 말하는 것입니다. 부활한 예수는 제자들에게 처음부터 그냥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나를 만나려거든 갈릴리로 오거라. 너희들과 함께 평등과 정의 그리고 생명의 하늘나라 운동을 펼쳤던 그 갈릴리로 오거라.” 곧 부활 예수를 만난다는 것은 스승 예수의 하느님 나라 운동을 계속 펼쳐나가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오늘 여러분은 무슨 이유로 모였습니까? 단순히 일 년 전 우리 곁을 떠나간 한광호 동지의 죽음을 추모하려는 이유만은 아닐 것입니다. ‘한광호열사의 다하지 못한 일을 우리가 대신 해 나가겠다고 하는 다짐을 하기 위해 모인 것 아니겠습니까?’ 종교적으로 말하면 한광호열사의 부활을 증언하러 온 것입니다.

 

남은 자의 몫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남은 자가 짊어져야 할 고통이 아니라 남은 자들이 누리는 특권입니다. 사람이 한 평생을 살아간다는 인생의 의미가 무엇입니까? 세상의 성공입니까? 그건 모두 몇 십 년 후면 연기처럼 사라지고 말 것들입니다.

 

진정 영원한 것은 함께 꾸는 평등 평화의 대동세상이며, 세계 역사의 중심이 바로 나라고 하는 주체의식입니다.

 

저는 이것이 한광호 열사가 우리에게 남겨 준 영원한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해방 그건 단순히 노동자가 월급 얼마를 더 받는데 있지 않습니다. 인간을 노예화하는 이 신자유주의, 인간을 물질화하고 시장욕망 자본주의의 세계 속에서 인간이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거룩한 하늘 외침입니다.

 

전태열열사는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나의 어린 친구들의 곁으로 가기 위해 나는 먼저 간다.” 떠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하기 위해서 자기 몸을 희생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전태일열사 이후 한광호열사에 이르기까지 이 땅의 노동 해방을 위해 자신의 몸을 바쳤던 모든 열사들의 꿈이자 희망이었습니다. 한광호열사는 부활의 몸으로 우리 곁에 영원토록 함께 할 것입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동지 여러분!

 

지난 일 년, 아니 노동현장에 몸을 담근 이래 끊임없이 이어진 실천의 모든 시간 동안, 정말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바라기는 유성기업은 물론 여러분이 몸담고 있는 모든 노동현장에 참된 민주노조가 확고하게 수립되는 그날까지 우리 모두 당당하게 힘차게 나아가십시다. 그 길에 정의의 하느님께서 함께 하실 것입니다. 저희들 또한 미약하나마 힘닿는 대로 여러분과 함께 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