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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뜻펴기'(설교)를 문서로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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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수 55
고난의 민족사 그리고 인권
창세 4, 8-10 ; 마태오 16, 26-27
이 영 일 교우
내일은 세계인권선언 58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1948년 12월 10일 인류는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하였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전야의 인권 무시, 인권의 존중과 평화 확보 사이의 깊은 관계를 고려하여 기본적 인권 존중을 그 중요한 원칙으로 하는 국제연합헌장의 취지에 따라 보호해야할 인권을 구체적으로 규정할 것을 목적으로 하여 채택되었습니다.
인권이 그 어떠한 가치보다 우선함과 동시에 어떠한 경우에도 반드시 보호되어야 할 보편적 가치임을 선언하였습니다. 이 선언은 인류의 지향점이자 철학이며, 모든 정부와 세계의 모든 구성원들이 지켜야 할 인류 스스로의 약속이자 책무입니다.
세계인권선언 이후, 인권을 지키고 보호하려는 노력이 세계 곳곳에서 전개되고 있고, 이러한 노력이 가시적 성과를 이루어 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여전히 잔인하고도 무서운 인권침해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권이란 인간의 생존에 있어서 불가결한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기본적인 인권에는 개인적인 기본권과 생존권적인 기본권, 능동적인 관계에 있어서의 기본권이 있습니다.
1. 개인적인 기본권
1) 정신적 자유에 관한 기본권 :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
2) 경제적 자유에 관한 기본권 : 직업 선택의 자유, 재산권 등
3) 신체의 자유에 관한 기본권 : 체포, 구금, 수색, 압수에 대한 적법한 절차의 보장, 고문의 금지 등.
2. 생존권적(사회권적) 기본권 : 생존권, 노동권, 교육을 받을 권리 등
3. 능동적 관계에 있어서의 기본권 : 참정권, 청원권 , 재판을 받을 권리 등과 같이 기본권을 확보하기 위한 기본권 등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헌법에는 법 앞에서의 평등권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평등의 권리는 다른 기본권의 모든 면에 보편타당한 일반적, 원칙적인 성질의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본적 인권의 국제화, 세계화가 추진되어 1966년 법적인 효력을 가진 국제인권규약 등이 채택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세계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 2007년도 연례보고서는 ‘공포’를 이용한 정치가 세계의 분열을 초래하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연례보고서에는 153개 나라의 인권현황이 담겨 있습니다. 그 주요 주제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추방, 가정 내 폭력, 인신매매, 분쟁지역의 여성, 무기거래통제, 무기거래, 사형제도, 고문과 테러, 테러와의 전쟁, 국제정의, 국제사법정의, 전 유고슬라비아에 대한 국제형사재판, 전범재판을 위한 시에라리온 특별법원, 르완다에 대한 국제형사재판 등입니다.
성서에 인권은, 사람의 권리는 온 천하와도 바꿀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인권의 다른 표현을 남미에서는 인간해방이라고도 합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기본권적인 권리로 가난으로부터의 해방, 질병으로부터의 해방, 무지로부터의 해방,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정치, 성폭력, 전쟁, 테러 등)을 말하고 있습니다.
고난의 민족사를 돌이켜 보면, 지난 110여 년간 우리 역사는 참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어 왔습니다. 1894년 동학농민혁명, 구한말 항일의병, 일제 식민지하의 항일독립운동 3.1운동, 6.10만세운동, 광주학생운동, 해방 후 대구 10월 항쟁, 제주4.3항쟁, 여순항쟁, 6.25 한국전쟁, 4.19혁명, 광주5.18민중항쟁, 87년 6월 항쟁 등 엄청난 민족사적 사건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는 대체적으로 2~30년을 주기로 숨가쁘게 일어났습니다. 이때마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인권유린과 인권침해가 뒤 따랐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의 민중은 지난 110여 년간 격동의 역사를 겪는 동안 격렬하고 끊임없는 저항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왔습니다. 이러한 역동적인 한국의 역사를 빗대어 아시아에서는 ‘아시아의 라틴계’로 불리기도 합니다. 20세기 내내 식민지 지배에 대항한 민족해방운동과 외세에 의해 분단된 조국의 통일을 위한 통일운동 및 군사독재정권의 통치를 반대하는 민주화운동 등을 치열하게 전개하였던 것입니다. 사실상 20세기 한국사의 가장 큰 특징은 이러한 저항운동들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세계사에 자랑할 만한 민주화를 쟁취했습니다. 최근의 미얀마의 민주화운동이 또 다시 실패로 끝나는 것을 보면서 새삼 민주화가 얼마나 고난의 여정인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억압으로부터의 해방, 정말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더욱 자랑스러운 것입니다.
일제 침략자들과 권위주의 통치자들은 그 민족해방운동들을 탄압하기 위하여 수많은 인명을 희생시키고 인권유린을 자행했습니다. 또한 미군정과 해방직후의 이데올로기 탄압과정에서 무고한 민간인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학살당했습니다. 특히 한국전쟁을 전후로 하여 이 땅 남한에서는 100만 명이라는 무수한 인명이 소위 아군인 군인과 경찰에 의해 때로는 미군에 의해 집단학살을 당하였습니다. 지금은 단어조차 생소합니다만, 국민보도연맹, 부역혐의, 국군과 경찰에 의한 토벌, 미군폭격, 국민방위군 등에 의해 적법한 절차도 없이 학살을 당했던 것입니다. 동남아시아의 킬링필드나 동티모르의 사태에서나 볼 수 있는 야만의 시대가 우리에게도 분명히 있었건만, 우리의 문제는 제쳐두고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인도적 차원(?)의 베트남, 동티모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 파병까지 해 가며 태연하게 58년여를 살아왔던 것입니다.
오늘 하늘 말씀에 온 천하를 주고도 바꿀 수 없는 것이 생명이다고 했습니다. 온 우주와도 바꿀 수 없는 것이 고귀한 인권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국가폭력에 의해 100만 명이라는 엄청난 집단학살의 죽음에 우리는 지금까지 침묵을 해 왔던 것입니다. 이는 있을 수 없는 거짓입니다.
카인이 동생 아벨을 죽인 후, 하느님이 카인을 문책합니다.
“네 동생 아벨이 어디 있느냐?”
“모릅니다. 제가 동생을 지키는 사람입니까?”
이는 마치 친일했던 반민족주의자들이 친미로 둔갑하면서 반공을 외치고 애국자로 행세하는 이 땅의 기득권자들이 ‘빨갱이는 사람이 아니다. 빨갱이는 죽여도 좋다’는 논리에 다름 아닙니다. 이러한 대표적인 피해사례로 우리 교회의 정해열 권사님이 계십니다. 정혜열 권사님의 아버님은 일제강점하에서는 신간회사건의 항일독립운동을 하셨고 어머님께서는 한국전쟁초기에 여맹활동 등 시대를 치열하게 보듬고 살아가시다가 각각 대전형무소와 공주형무소에서 희생을 당하셨던 것입니다. 아주 가까이, 반세기동안 통한의 세월을 부여안고 보내신 분입니다. 친애하는 교우 여러분! 정권사님께 우리 진정으로 위로의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그 후로도 1960년 이승만 정권을 전복시킨 4월의 학생봉기와 박정희 군부독재정권에 항거한 1979년 부마민중항쟁 및 전두환 일파의 쿠데타에 저항하기 위한 1980년 광주민중의 봉기 중에 수백 명의 시민 학생들이 경찰과 군대에 의해 학살되었습니다. 이외에도 7~80년대의 민주화운동의 과정에서 수많은 민주화 운동 인사들이 군사정권과의 싸움에서 고문 투옥되고 때로는 사형이나 암살을 당하였습니다. 민족일보 조용수 사건, 진보당 조봉암 사건, 민청학련사건, 인혁당사건, 긴급조치 위반사건, 간첩조작사건, 납북어부사건, 재일동포간첩조작사건 등이 그것입니다.
우리 현대사에서 과거청산은 민족통일과 함께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의 하나인 것입니다. 통일 없이 한국사회의 발전적인 미래를 기약하기 어려운 것처럼, 과거청산 없이는 민족사의 올바른 정립도 정상적인 인권의 회복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100여년의 역사에 있어서 국가 공권력에 의해 자행된 폭력, 학살, 고문, 성폭력, 재산상의 손실과 같은 범죄는 분명히 한국사회의 잘못된 정치적 행위의 산물이기 때문에 사회의 질서유지와 정의의 수립을 위해서 반드시 가해의 사실과 책임 주체 규명, 피해자에 대한 구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현재 여러 과거사위원회가 그 활동을 하였거나 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전후의 민간인학살은 해방이후의 공간에서 민족 앞에 떳떳치 못한 친일세력이 극우 반공세력으로 변신해, 민족적 이익보다는 새로운 외세를 등에 업고 반공 이데올로기라는 강압적 수단으로 권력을 장악, 강화해 가는 과정에서 전쟁이라는 비상사태와 맞물려 조직적으로 발생하였습니다. 이는 반민족적, 반인권적 중대 범죄로 초헌법적 국가공권력 남용에 의한 국가테러리즘이었습니다.
‘제폭구민’이라 했습니다. 국가폭력으로부터 백성을 구하겠다는 인권의 고귀함과 생명의 귀중함을 일컫는 말인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역사는 학살의 역사적 사실 자체마저 또 다시학살했습니다. 망각과 침묵이 그것입니다. 무관심과 태만이 그것입니다. 이는 또 다른 우리의 죄악에 다름 아닙니다. 우리들이 잠자코 있으면 돌들이 대신 소리 지른다고 했습니다. 학살사건의 본질과 책임은 철저히 은폐, 왜곡된 채 주로 좌익 측에 의한 우익 인사의 학살 사실만이 일방적으로 강조되었고, 사실을 들추어내는 것 자체가 반국가적인 행동이 되었습니다. 사실을 알고 있는 자들은 '생존'을 위해 반세기를 침묵해야만 했습니다.
역사에 시효만료는 있을 수 없으며, 진실을 말하지 않고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80년 광주의 민간인 학살은 일제의 잔재와 친일파를 척결해 내지 못하고 한국전쟁기 전후의 민간인 학살을 방치하거나 모른 채해 온, 민족내부의 모순이 확대․재생산되어 온 결과에 다름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모든 형태의 전쟁 학살과 정치적 학살은 인간을 동물로 전락시키는 대표적인 사례이며 인간이 얼마나 더 잔인해 질 수 있는지, 인간이 얼마나 더 야만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인권의 박물관과 같습니다. 그 주검의 형태를 보면 인권유린의 참상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재판도 없이 즉결 처형의 총살은 기본이고 참수, 척살, 수장, 생매장, 타살, 고문사 등이 그것입니다. 국가가 국가의 구성원인 국민 주체에게 저지른 폭력과 대량학살이이야 말로 20세기 문명을 야만으로 떨어뜨린 가장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국가의 자의적인 권력행사를 막는 일이야말로 노동인권, 여성인권, 소수자 인권이 보장될 수 있는 첫 걸음이고, 이 첫 걸음을 회피하는 모든 인권 운동이나 인권 담론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즉 국가의 자의적 권력행사의 유혹을 막아야만 사회 전 영역에서의 인권 보장을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우리의 현대사에서 국가폭력은 끊임없이 재생산되어 왔고 재현되어 왔습니다. 제주4.3에서 여순사건, 한국전쟁, 베트남 양민학살, 부마민중항쟁, 5.18광주민중항쟁, 민주화운동과정에서의 수많은 의문사 그리고 최근의 노동운동과 농민운동, 국가보안법 철폐운동과 FTA 반대운동의 강경 진압사례는 가공스런 국가폭력이 강도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끊임없이 길들여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 국가폭력의 사슬에 제동을 걸어야 하고 이를 끊어야 합니다. 한반도 남한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올바른 신장을 위해, 국가 도덕성의 회복을 위해, 국가폭력은 이제 더 이상 있어서도 용납되어서도 안 됩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전 사회적인 확산과 정착을 위해서도 우선적으로 국가폭력의 사슬을 반드시 끊어야만 합니다.
저는 현재 진실화해과거사위원회에서 조사업무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격동기 한국의 근현대사 100년을 조사하여 국민에게 알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밝히지 못한 민족독립운동사건, 야만적인 한국전쟁전후의 100만의 민간인집단학살사건, 독재정권하의 수많은 의문사 사건 등 3,000여개의 사건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제가 치열한 열정으로 진상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여순사건 관련 시 한편의 명상으로 오늘의 하늘 말씀을 마칠까 합니다.
진 혼(鎭魂)
- 통곡조차 죄가 되던 세상, 떠도는 혼령이여 -
시월이 오면
어혈을 풀지 못한
여수 앞 바다는
굽이굽이 갈기를 세워 달려든다.
신월리에서
만성리에서
가막섬 애기섬을 돌아오는
저 외치는 자의 소리여,
그 소리 결에
천년을 두고도 늙지 않는 바람이
오동도 시누대 숲을 흔들어 깨운다.
반세기 가려진 햇빛이
비늘을 벗는다.
살아서 죽은 자나
죽어서 산 자나
이제는 입을 열어 말할 때
오! 그날 밤
하늘마저 타버린 불길 속에서
우리는 길을 잃었다.
눈먼 총부리에 쓰러진 그들은
제 살 제 피붙이였다.
밤 새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찾아
피 묻은 거적을 들추는
어미의 거친 손
통곡조차 죄가 되던 세상
그 핏물 스며든 땅에
씀바귀, 지칭개, 민들레
들꽃들은 다투어 피어나는데,
아직도
어두운 흙 속에 바람 속에
두 손 묶여 서성이는 혼령이여,
- 자유하라,
그대들을 단죄 할 자 누구도 없나니 -
허물을 털고 일어서는 진실만이
용서와 사랑의 다리를 놓는 법,
그 다리를 건너오는 아침을 위해
눈감지 못하는 하늘이여,
다물지 못하는 바다여,
50년 바람 속에 떠도는
호곡을 그치게 하라.
다함께 침묵으로 기도하겠습니다.
창세 4, 8-10 ; 마태오 16, 26-27
이 영 일 교우
내일은 세계인권선언 58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1948년 12월 10일 인류는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하였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전야의 인권 무시, 인권의 존중과 평화 확보 사이의 깊은 관계를 고려하여 기본적 인권 존중을 그 중요한 원칙으로 하는 국제연합헌장의 취지에 따라 보호해야할 인권을 구체적으로 규정할 것을 목적으로 하여 채택되었습니다.
인권이 그 어떠한 가치보다 우선함과 동시에 어떠한 경우에도 반드시 보호되어야 할 보편적 가치임을 선언하였습니다. 이 선언은 인류의 지향점이자 철학이며, 모든 정부와 세계의 모든 구성원들이 지켜야 할 인류 스스로의 약속이자 책무입니다.
세계인권선언 이후, 인권을 지키고 보호하려는 노력이 세계 곳곳에서 전개되고 있고, 이러한 노력이 가시적 성과를 이루어 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여전히 잔인하고도 무서운 인권침해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권이란 인간의 생존에 있어서 불가결한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기본적인 인권에는 개인적인 기본권과 생존권적인 기본권, 능동적인 관계에 있어서의 기본권이 있습니다.
1. 개인적인 기본권
1) 정신적 자유에 관한 기본권 :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
2) 경제적 자유에 관한 기본권 : 직업 선택의 자유, 재산권 등
3) 신체의 자유에 관한 기본권 : 체포, 구금, 수색, 압수에 대한 적법한 절차의 보장, 고문의 금지 등.
2. 생존권적(사회권적) 기본권 : 생존권, 노동권, 교육을 받을 권리 등
3. 능동적 관계에 있어서의 기본권 : 참정권, 청원권 , 재판을 받을 권리 등과 같이 기본권을 확보하기 위한 기본권 등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헌법에는 법 앞에서의 평등권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평등의 권리는 다른 기본권의 모든 면에 보편타당한 일반적, 원칙적인 성질의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본적 인권의 국제화, 세계화가 추진되어 1966년 법적인 효력을 가진 국제인권규약 등이 채택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세계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 2007년도 연례보고서는 ‘공포’를 이용한 정치가 세계의 분열을 초래하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연례보고서에는 153개 나라의 인권현황이 담겨 있습니다. 그 주요 주제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추방, 가정 내 폭력, 인신매매, 분쟁지역의 여성, 무기거래통제, 무기거래, 사형제도, 고문과 테러, 테러와의 전쟁, 국제정의, 국제사법정의, 전 유고슬라비아에 대한 국제형사재판, 전범재판을 위한 시에라리온 특별법원, 르완다에 대한 국제형사재판 등입니다.
성서에 인권은, 사람의 권리는 온 천하와도 바꿀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인권의 다른 표현을 남미에서는 인간해방이라고도 합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기본권적인 권리로 가난으로부터의 해방, 질병으로부터의 해방, 무지로부터의 해방,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정치, 성폭력, 전쟁, 테러 등)을 말하고 있습니다.
고난의 민족사를 돌이켜 보면, 지난 110여 년간 우리 역사는 참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어 왔습니다. 1894년 동학농민혁명, 구한말 항일의병, 일제 식민지하의 항일독립운동 3.1운동, 6.10만세운동, 광주학생운동, 해방 후 대구 10월 항쟁, 제주4.3항쟁, 여순항쟁, 6.25 한국전쟁, 4.19혁명, 광주5.18민중항쟁, 87년 6월 항쟁 등 엄청난 민족사적 사건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는 대체적으로 2~30년을 주기로 숨가쁘게 일어났습니다. 이때마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인권유린과 인권침해가 뒤 따랐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의 민중은 지난 110여 년간 격동의 역사를 겪는 동안 격렬하고 끊임없는 저항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왔습니다. 이러한 역동적인 한국의 역사를 빗대어 아시아에서는 ‘아시아의 라틴계’로 불리기도 합니다. 20세기 내내 식민지 지배에 대항한 민족해방운동과 외세에 의해 분단된 조국의 통일을 위한 통일운동 및 군사독재정권의 통치를 반대하는 민주화운동 등을 치열하게 전개하였던 것입니다. 사실상 20세기 한국사의 가장 큰 특징은 이러한 저항운동들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세계사에 자랑할 만한 민주화를 쟁취했습니다. 최근의 미얀마의 민주화운동이 또 다시 실패로 끝나는 것을 보면서 새삼 민주화가 얼마나 고난의 여정인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억압으로부터의 해방, 정말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더욱 자랑스러운 것입니다.
일제 침략자들과 권위주의 통치자들은 그 민족해방운동들을 탄압하기 위하여 수많은 인명을 희생시키고 인권유린을 자행했습니다. 또한 미군정과 해방직후의 이데올로기 탄압과정에서 무고한 민간인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학살당했습니다. 특히 한국전쟁을 전후로 하여 이 땅 남한에서는 100만 명이라는 무수한 인명이 소위 아군인 군인과 경찰에 의해 때로는 미군에 의해 집단학살을 당하였습니다. 지금은 단어조차 생소합니다만, 국민보도연맹, 부역혐의, 국군과 경찰에 의한 토벌, 미군폭격, 국민방위군 등에 의해 적법한 절차도 없이 학살을 당했던 것입니다. 동남아시아의 킬링필드나 동티모르의 사태에서나 볼 수 있는 야만의 시대가 우리에게도 분명히 있었건만, 우리의 문제는 제쳐두고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인도적 차원(?)의 베트남, 동티모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 파병까지 해 가며 태연하게 58년여를 살아왔던 것입니다.
오늘 하늘 말씀에 온 천하를 주고도 바꿀 수 없는 것이 생명이다고 했습니다. 온 우주와도 바꿀 수 없는 것이 고귀한 인권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국가폭력에 의해 100만 명이라는 엄청난 집단학살의 죽음에 우리는 지금까지 침묵을 해 왔던 것입니다. 이는 있을 수 없는 거짓입니다.
카인이 동생 아벨을 죽인 후, 하느님이 카인을 문책합니다.
“네 동생 아벨이 어디 있느냐?”
“모릅니다. 제가 동생을 지키는 사람입니까?”
이는 마치 친일했던 반민족주의자들이 친미로 둔갑하면서 반공을 외치고 애국자로 행세하는 이 땅의 기득권자들이 ‘빨갱이는 사람이 아니다. 빨갱이는 죽여도 좋다’는 논리에 다름 아닙니다. 이러한 대표적인 피해사례로 우리 교회의 정해열 권사님이 계십니다. 정혜열 권사님의 아버님은 일제강점하에서는 신간회사건의 항일독립운동을 하셨고 어머님께서는 한국전쟁초기에 여맹활동 등 시대를 치열하게 보듬고 살아가시다가 각각 대전형무소와 공주형무소에서 희생을 당하셨던 것입니다. 아주 가까이, 반세기동안 통한의 세월을 부여안고 보내신 분입니다. 친애하는 교우 여러분! 정권사님께 우리 진정으로 위로의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그 후로도 1960년 이승만 정권을 전복시킨 4월의 학생봉기와 박정희 군부독재정권에 항거한 1979년 부마민중항쟁 및 전두환 일파의 쿠데타에 저항하기 위한 1980년 광주민중의 봉기 중에 수백 명의 시민 학생들이 경찰과 군대에 의해 학살되었습니다. 이외에도 7~80년대의 민주화운동의 과정에서 수많은 민주화 운동 인사들이 군사정권과의 싸움에서 고문 투옥되고 때로는 사형이나 암살을 당하였습니다. 민족일보 조용수 사건, 진보당 조봉암 사건, 민청학련사건, 인혁당사건, 긴급조치 위반사건, 간첩조작사건, 납북어부사건, 재일동포간첩조작사건 등이 그것입니다.
우리 현대사에서 과거청산은 민족통일과 함께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의 하나인 것입니다. 통일 없이 한국사회의 발전적인 미래를 기약하기 어려운 것처럼, 과거청산 없이는 민족사의 올바른 정립도 정상적인 인권의 회복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100여년의 역사에 있어서 국가 공권력에 의해 자행된 폭력, 학살, 고문, 성폭력, 재산상의 손실과 같은 범죄는 분명히 한국사회의 잘못된 정치적 행위의 산물이기 때문에 사회의 질서유지와 정의의 수립을 위해서 반드시 가해의 사실과 책임 주체 규명, 피해자에 대한 구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현재 여러 과거사위원회가 그 활동을 하였거나 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전후의 민간인학살은 해방이후의 공간에서 민족 앞에 떳떳치 못한 친일세력이 극우 반공세력으로 변신해, 민족적 이익보다는 새로운 외세를 등에 업고 반공 이데올로기라는 강압적 수단으로 권력을 장악, 강화해 가는 과정에서 전쟁이라는 비상사태와 맞물려 조직적으로 발생하였습니다. 이는 반민족적, 반인권적 중대 범죄로 초헌법적 국가공권력 남용에 의한 국가테러리즘이었습니다.
‘제폭구민’이라 했습니다. 국가폭력으로부터 백성을 구하겠다는 인권의 고귀함과 생명의 귀중함을 일컫는 말인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역사는 학살의 역사적 사실 자체마저 또 다시학살했습니다. 망각과 침묵이 그것입니다. 무관심과 태만이 그것입니다. 이는 또 다른 우리의 죄악에 다름 아닙니다. 우리들이 잠자코 있으면 돌들이 대신 소리 지른다고 했습니다. 학살사건의 본질과 책임은 철저히 은폐, 왜곡된 채 주로 좌익 측에 의한 우익 인사의 학살 사실만이 일방적으로 강조되었고, 사실을 들추어내는 것 자체가 반국가적인 행동이 되었습니다. 사실을 알고 있는 자들은 '생존'을 위해 반세기를 침묵해야만 했습니다.
역사에 시효만료는 있을 수 없으며, 진실을 말하지 않고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80년 광주의 민간인 학살은 일제의 잔재와 친일파를 척결해 내지 못하고 한국전쟁기 전후의 민간인 학살을 방치하거나 모른 채해 온, 민족내부의 모순이 확대․재생산되어 온 결과에 다름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모든 형태의 전쟁 학살과 정치적 학살은 인간을 동물로 전락시키는 대표적인 사례이며 인간이 얼마나 더 잔인해 질 수 있는지, 인간이 얼마나 더 야만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인권의 박물관과 같습니다. 그 주검의 형태를 보면 인권유린의 참상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재판도 없이 즉결 처형의 총살은 기본이고 참수, 척살, 수장, 생매장, 타살, 고문사 등이 그것입니다. 국가가 국가의 구성원인 국민 주체에게 저지른 폭력과 대량학살이이야 말로 20세기 문명을 야만으로 떨어뜨린 가장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국가의 자의적인 권력행사를 막는 일이야말로 노동인권, 여성인권, 소수자 인권이 보장될 수 있는 첫 걸음이고, 이 첫 걸음을 회피하는 모든 인권 운동이나 인권 담론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즉 국가의 자의적 권력행사의 유혹을 막아야만 사회 전 영역에서의 인권 보장을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우리의 현대사에서 국가폭력은 끊임없이 재생산되어 왔고 재현되어 왔습니다. 제주4.3에서 여순사건, 한국전쟁, 베트남 양민학살, 부마민중항쟁, 5.18광주민중항쟁, 민주화운동과정에서의 수많은 의문사 그리고 최근의 노동운동과 농민운동, 국가보안법 철폐운동과 FTA 반대운동의 강경 진압사례는 가공스런 국가폭력이 강도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끊임없이 길들여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 국가폭력의 사슬에 제동을 걸어야 하고 이를 끊어야 합니다. 한반도 남한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올바른 신장을 위해, 국가 도덕성의 회복을 위해, 국가폭력은 이제 더 이상 있어서도 용납되어서도 안 됩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전 사회적인 확산과 정착을 위해서도 우선적으로 국가폭력의 사슬을 반드시 끊어야만 합니다.
저는 현재 진실화해과거사위원회에서 조사업무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격동기 한국의 근현대사 100년을 조사하여 국민에게 알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밝히지 못한 민족독립운동사건, 야만적인 한국전쟁전후의 100만의 민간인집단학살사건, 독재정권하의 수많은 의문사 사건 등 3,000여개의 사건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제가 치열한 열정으로 진상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여순사건 관련 시 한편의 명상으로 오늘의 하늘 말씀을 마칠까 합니다.
진 혼(鎭魂)
- 통곡조차 죄가 되던 세상, 떠도는 혼령이여 -
시월이 오면
어혈을 풀지 못한
여수 앞 바다는
굽이굽이 갈기를 세워 달려든다.
신월리에서
만성리에서
가막섬 애기섬을 돌아오는
저 외치는 자의 소리여,
그 소리 결에
천년을 두고도 늙지 않는 바람이
오동도 시누대 숲을 흔들어 깨운다.
반세기 가려진 햇빛이
비늘을 벗는다.
살아서 죽은 자나
죽어서 산 자나
이제는 입을 열어 말할 때
오! 그날 밤
하늘마저 타버린 불길 속에서
우리는 길을 잃었다.
눈먼 총부리에 쓰러진 그들은
제 살 제 피붙이였다.
밤 새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찾아
피 묻은 거적을 들추는
어미의 거친 손
통곡조차 죄가 되던 세상
그 핏물 스며든 땅에
씀바귀, 지칭개, 민들레
들꽃들은 다투어 피어나는데,
아직도
어두운 흙 속에 바람 속에
두 손 묶여 서성이는 혼령이여,
- 자유하라,
그대들을 단죄 할 자 누구도 없나니 -
허물을 털고 일어서는 진실만이
용서와 사랑의 다리를 놓는 법,
그 다리를 건너오는 아침을 위해
눈감지 못하는 하늘이여,
다물지 못하는 바다여,
50년 바람 속에 떠도는
호곡을 그치게 하라.
다함께 침묵으로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