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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린강단은 향린교회 주일예배의
'하늘뜻펴기'(설교)를 문서로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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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수 55
8월 12일-평화통일주일: 이제는 철조망을 거두어야 할 때
이사야 42:1-9 에페소 2:14-17
오늘 평화통일주일을 맞은 하늘뜻펴기는 크게 두 부분이 되겠습니다. 하나는 815 이전의 우리 역사에서의 아픔을 돌아보는 것으로 독립운동가 후손의 한분인 곽기수 할아버지의 삶의 이야기로 CBS 방송국에서 815특집으로 만든 동영상을 보고 오늘 예배에 참여하셨는데, 앞으로 모셔서 얘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어 평화통일을 향한 하늘뜻펴기를 진행하겠습니다.
[목회자 마당에 실린 글]
고통 받는 독립유공자 후손들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생활실태를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중졸 이하의 학력이고 직업도 60%가 무직이며 최저생활을 하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유족회에 의하면 독립 유공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아무 혜택을 받지 못하기에 실제로 혜택을 받는 사람은 반도 되지 않고 연금을 받는다 하더라도 배우자나 자녀 중 한 사람만 받게 되어 있다. 그래서 이들은 평생을 가난과 병에 시달려 오고 있다.
가난의 대물림.
이것이 당사자의 게으름과 나태 혹은 부모의 불성실한 삶으로 인한 것이라면 그들의 책임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라와 민족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다 바쳐 싸우고 그로 인해 가족을 돌보지 못했고 그로 인해 그 자손들이 가난과 고통의 대물림을 하고 있다면 이는 누구의 책임일까?
일차적으로는 국가의 책임이지만, 국가가 이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법의 허점이 생겼다면 여기에 크리스천의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본다.
오늘 우리는 일제 강점기에 항일 무장투쟁 단체인 의열단을 결성해서 무력투쟁을 전개하다 일본 경찰에 잡혀 8년간의 옥고를 치룬 뒤, 다시 독립운동을 했고, 행방 후 1952년 사망할 때까지 교육사업에 종사하신 곽재기선생(독립장 수상)의 손자이시자 아버님 또한 독립운동을 하시다 돌아가신 올해 71세이신 곽기수 할아버지를 모셨다.
아버님은 기마 훈련을 받으시다가 돌아가시어 기록이 없어 인정받지 못하고 할아버지는 해방 후에 돌아가시어 손자에게는 돌아갈 혜택이 없다. 그래서 곽기수 할아버지는 현재 집도 없이 월 25만원의 기초생활비만으로 많은 한을 지닌 채 살아가고 계신다. 이분의 삶을 그린 이야기가 이번 815특집으로 CBS에서 방영한다. 8월 14일(화) 낮 12시 15일(수) 밤 12시 25분 19일(일) 오후 4시 수호천사 프로그램으로 방영예정이다.
향린교회는 통일 평화나눔공동체를 중심으로 이분의 삶을 위로하고 우리들의 작은 정성을 모아 보살피는 일을 하고자 한다. 한 달에 점심 한 두 끼 값이라도 자동이체 신청을 하여 주기를 부탁드린다. (통장번호: 외환은행 630-005391-538 한국기독교장로회 향린교회)
[또 다른 아픔의 문제]
오늘 우리가 이렇게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아픔의 문제를 다루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진정 올바른 사회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운동선수가 발가락 하나가 곪았는데, 이를 무시하고 계속 체력단련을 한다면 언젠가는 썩은 발가락을 잘라내야 할 것이고 그로 인해 우람한 체격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선수생활을 포기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 안에 작은 아픔을 소홀히 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정신대 할머님들의 문제 또한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입니다. 우리의 문제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라고 생각하여 꺼려하고 있습니다. 친일 청산의 문제도 있습니다. 올해 기장 총회에는 경남노회에서 ‘기장교단이 일제하에서의 신사참배행위에 대해 회개하고 고백하자’는 헌의안이 올라와 있습니다. 이미 여러 번 기각된바 있습니다. 지난 5년 전에는 저희 교회의 당회는 신사참배문제와 독재정권하에서의 인권에 침묵했던 일과 베트남전쟁으로 인한 베트남 사람들에 대한 분명한 죄책고백을 하자는 헌의안을 총회에 올린 것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서울노회에서부터 기각이 되었습니다. 저는 자신의 민족의 역사인식을 바로 하지 못한 채 신앙생활을 바로 하고 야훼 하느님과 갈릴래아의 예수님과 예루살렘 마가다락방에 나타나시어 그들을 거리로 내어 몬 성령님을 바로 고백할 수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아직도 광복절은 오지 않았다.]
2주 후면 2차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리고 이번 회담에서 종전선언을 포함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선언이 나올 듯 합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이 겉으로는 환영한다고 하면서 속으로는 이에 제재를 걸고 있습니다. 국제법적인 의미에서 본다면 미국이 제재를 거는 것은 타당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1953년 7월 한국전쟁의 휴전협정에 사인을 한 당사자는 남한과 북조선이 아니라 북조선과 미국이기 때문입니다. 서류상으로는 남한은 휴전협정을 종전선언이나 평화선언으로 바꿀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습니다. 이것이 우리 남한의 현실이고 비극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미군이 남한에 거주하고 있고 우리 국군을 지휘하는 전쟁통수권을 갖고 있어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이라고 부르는 이 남한이 정말 독립국가인가 하는 질문을 던질 수가 있습니다. 세계 12위의 경제대국 8,9위의 군사 대국이라고 말하지만, 판문점에 가면 여전히 UN군의 깃발이 나부끼고 있으며 미군의 통제 하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는 815를 광복절이라고 부르지만, 이날은 남북분단이 시작된 날이기도 합니다. 일본군이 물러간 대신 북쪽에는 소련군이 남쪽에는 미군이 해방군의 이름으로 들어와 분할점령이 시작된 날입니다. 그리고 이후 이 두 진영은 이 강대국을 대변하여 친탁 반탁의 싸움을 벌였고 급기야는 이 두 나라를 대신하여 3년간의 처절한 민족상잔의 대리전쟁을 치렀습니다. 그때부터 우리는 철천지원수가 되었습니다. 우리 강토를 점령한 외국군과 원수가 된 것이 아니라 형제끼리 자매끼리 부모와 자식끼리 백년해로를 다짐했던 남편과 아내끼리 서로 원수가 되었다는 말입니다. 원수가 되어서 원수가 된 것이 아니라 권력자들이 원수라고 자꾸만 우기니까 어쩔 수 없이 원수가 된 것입니다. 원수가 아니라 같은 뱃속에서 나온 형제라고, 어렸을 때 같이 손곱놀이 하던 자매라고, 백년해로를 약속했던 아내와 남편이라고, 내 뱃속에서 나온 내 자식이라고 말하면 간첩이라고 윽박지르고 때로는 올가미를 씌워 잡아 가두기에 할 수 없이 처음에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거짓으로 말했습니다.
조금만 지나다 보면 진실을 말할 수 있는 때가 곧 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는데, 1년 5년 10년 20년 30년 40년 50년 넘게 반복하다보니 이제는 정말 원수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마음으로만 원수가 아니라 상대방의 말은 콩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믿지 못할 만큼 불신의 나라가 되고 말았습니다. 38선을 경계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군대와 화기가 집중되어 화약고가 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남쪽은 자유주의의 탈을 쓴 시장자본주의가 지배하고 북쪽은 공산주의의 탈을 쓴 전제사회주의가 지배하여 극과 극을 달리고 있습니다.
본래는 요동 땅이 우리의 경계였지만, 백두산으로부터 한라산까지는 천년이상 하나의 언어와 통일된 문화와 습관으로 살아온 민족생명입니다. 이것이 철책으로 묶여 있어 허리에서 서로의 피가 통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머리와 다리가 따로 노는 불구가 되었습니다. 아무리 심각한 장애자도 자기 다리로 자기 머리를 차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건 서로 치고 박습니다. 그리고는 그게 정상이라고 보는 뒤집혀진 세상입니다. 머리 쪽에 있는 지체들은 저 허리 아래는 우리와는 다르니 잘라내라고 말하고 허리 아래쪽의 지체들은 저건 우리와는 다르니 허리 위로는 잘라내라고 말합니다. 난 허리 아래만 있는 인간도 보지 못했고 허리 위에만 있는 인간도 보지 못했습니다. 나는 왜 이런 요구가 자기를 죽이는 자살행위인지를 알지 못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다른 나라 사람들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민족 그게 Korean입니다.
[이제는 철조망을 거두어야 할 때]
이는 우리 힘이 약해서기도 하고 한반도가 처해 있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모두 평화를 원합니다. 그런데 평화는 아직도 요원합니다. 그것은 입으로만 외치기 때문입니다. 저는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우선 나부터 적대적 감정과 적대적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남한을 향해 이제는 철조망을 거두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오늘 하늘뜻펴기 제목을 ‘이제는 철조망을 거두어야 할 때’라고 했지만, 실상 이 제목은 2차 정상회담이 발표되기 이전에 써놓은 제목이었습니다.
저도 철책선 근무로 군 이등병을 시작했습니다만, 그 때만 해도 똑같은 철책선이 북쪽에도 있는 줄 알았습니다. 똑같은 철조망이 저쪽에도 2중 3중으로 쳐져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제대 후 미국에 가서야 철조망은 남쪽에만 있지 북쪽에는 없다고 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간첩 넘어오는 것을 막는다고 철책선 사이로 대인지뢰를 깔아 놓았지만, 지난 60년 넘게 간첩이 지뢰를 밟았다는 얘기는 없습니다. 오히려 지뢰는 남쪽 민간인이 자주 밟아서 불구자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강원도 화천의 민통선 안의 어느 마을은 정부가 조성해준 마을인데 이 마을사람의 반이 지뢰로 부상을 입어 불구자로 살아간다고 합니다. 이시우작가가 재판에서 하는 얘기인데, 자신은 바로 이런 사실을 국민들이 알고 조심하고 다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뢰조사를 위해 민통선과 미군기지를 방문하여 사진을 찍었다고 말하자 검사도 꿀 먹은 벙어리가 되더군요.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무엇을 위한 철책선이고 누구를 위한 지뢰인가? 간첩 운운 합니다만, 요새는 컴퓨터를 통해서 상대방의 알고 싶은 정보를 거의 다 알아낼 수 있습니다. 여러분 미국에서 어느 집을 고치기 위한 견적서를 내는데, 그 집을 직접 가지 않고 인공위성을 통한 컴퓨터 화면으로 수리 견적서를 내고 있다고 하는 뉴스를 얼마 전에 보았을 것입니다. 세상이 많이 변했습니다. 인공위성은 북한 내의 사람 한명 움직이는 것까지도 모두 관찰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땅속에서 벌어지는 일도 열 감도를 통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습니다. 북한도 러시아나 중국의 도움을 받아 남쪽의 군사적 상황을 거의 파악하고 있다고 보면 틀림없습니다. 이제는 서로가 굳이 간첩을 보낼 필요가 없는 세상입니다. 그리고 만약 내가 북에서 남파된 간첩이라면 무얼 할 수 있겠습니까? 북한에 굶어 죽어가는 사람이 많다고 하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얘기인데, 북한의 체제가 좋다고 설득하겠습니까? 매일같이 수천 명이 금강산이나 개성공단이나 평양을 계속 방문하고 있고 10년 전 제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도 중국이나 일본에서 수백 명의 관광객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우리나 미국사람들은 적대국가로 되어 있어 평양을 마음대로 못 들어가지 다른 나라사람들은 원한다면 갈 수 있습니다.
이제는 북쪽도 남쪽의 경제협력을 간절히 바라는 단계에 와있습니다. 강화도를 가거나 동해 해안선을 가면 철조망을 바라보면서 내가 갇혀 살고 있다는 느낌을 지워버릴 수가 없습니다. 그 좋은 해변을 눈앞에 두고서도 걸어갈 수가 없습니다. 예쁜 조약돌이 보여도 주울 수가 없습니다. 얼마나 불행한 일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북쪽에는 없는 철조망 이제는 남한이 월등 모든 것에서 우세하니 그만 걷어내자는 것입니다. 아마 철조망을 거둬내면 북쪽에서는 북침을 준비하는 것으로 오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철조망을 세워 놓고 우리 화해하자. 하나 되자. 뭔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유엔이 인정하는 공식적인 나라인 북조선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는 반시대적인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철조망을 거둬내는 일이 두 나라 정상이 만나는 일보다 앞서서 진행되어야 할 일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요즘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UCC 동영상에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감리교회 김00목사가 설교 중에 남북정상회담이 되지 않도록 금식기도하자고 하는 엉뚱한 얘기를 보면서 너무나 황당했습니다. 언젠가도 쓰나미 해일로 죽은 사람들은 예수 믿지 않아서 죽었다고 황당한 얘기를 하더니 또 그러네요. 이분에게 정상회담과 통일은 곧 공산화를 의미하더군요. 지금 남한의 경제력 군사력은 북한에 비하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게 큽니다. 무얼 도대체 두려워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하느님을 믿는 목사가 말입니다. 난 이분이 하느님 믿는다는 것은 거짓말로 들립니다. 설사 북한이 우리보다 힘이 세다고 하여도 나는 하느님을 믿기에 그들을 용서하고 하나 되기 위해 철조망을 허물어야 합니다. 이렇게 외쳐야 참 목사가 아닙니까? 난 도무지 그분이 하느님을 믿는다는 말이 무엇을 믿는다는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아마도 이 동영상 때문에 앞으로 교회에 나올 수도 있는 젊은 사람 수천, 수만 명의 청년들로 하여금 교회에 등을 돌리도록 하였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실제 제게 그런 얘기를 한 교회 밖의 한 청년도 있었구요.
[평화를 향한 우리의 다짐]
평화통일이라는 말은 첫째 통일은 평화적 방법이어야 하고 평화적 방법이라는 말은 한쪽의 일방적인 힘이나 무력을 사용한 방법이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둘째 통일은 평화를 위한 길이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것은 통일 이후 이 한반도는 동아시아 그리고 세계를 향한 평화의 상징이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남북의 통일이 정작 현실화되려면 남북의 군사력을 점차 줄여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남과 북의 힘을 그대로 합치는 통일은 중국이나 일본이 원치 않습니다. 아마 미국도 원치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미군의 철수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의 군사력도 줄여야 하는 판에 외국군 존속이라는 것은 논리상으로도 말이 안 됩니다. 과거 남한의 힘이 약할 때는 미군주둔은 평화유지에 도움이 되었지만, 이제는 북한의 전력을 훨씬 뛰어넘어 세계 주요 무기수출국으로 등장하는 남한에 세계 제1의 미군이 주둔하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와의 전쟁을 유발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는 목사로서 주요 무기수출국으로 발돋음하려는 현재의 남한의 미래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근세 백년동안 우리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우리 땅이 강대국들이 싸우는 전쟁터가 되었던 생생한 기억이 있습니다. 청일전쟁 노일전쟁 미소대리전쟁인 한국전쟁. 앞으로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에게도 우리를 방어할 수 있는 군사적 힘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웃 나라에 위협이 되는 군사적 힘은 갖지 말아야 합니다. 일본에게 평화헌법을 지키라고 말하려면 우리 또한 평화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오늘 평화통일주일을 맞아 예배를 드리면서 단지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자고 하는 단순한 신앙만으로는 안 된다고 본다. 이제는 진정한 평화통일을 위한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평화운동이 따라야 한다고 봅니다. 이미 향린교회는 1993년 창립 40주년을 맞아 통일헌법을 공포한바 있습니다. 분단의식 극복을 위해 민통선 평화기행이 자주 진행되어야 하고, 북한 바로 알기, 미군의 현재 역할 분석, 등등이 진행되어야 한다.
외부의 기독교인들은 교회가 왜 이런 현실정치에 관여해야 하느냐?고 물을지 모릅니다. 저는 그런 분들에게 이렇게 반문하고 싶습니다. 이조말기에 일본을 포함한 외세가 한반도를 지배하고자 했습니다. 그때 교인들은 성전에 모여 하느님께 기도만 하면 되었는가? 100년 전에는 기도가 부족해서, 의인 10명의 기도가 없어서 우리나라가 일본에 지배를 받았는가? 나라를 빼앗기고 외국에 지배를 당하고 나서 그때 가서 회개하고 울부짖는 기도를 하면 되는가? 그렇다면 예수께서도 갈릴래아에서 새로운 신앙공동체를 만들어 거기서 제자들과 함께 하느님 나라 위해 기도하면 되지 않았을까? 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하느님 나라 복음을 선포하고 마지막에는 로마군이 점령하고 있는 예루살렘 성내까지 올라가서 성전을 깨끗하게 하고 이를 허물라고 하셨는가? 그리고 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는가?
하느님은 향린이 분명한 향린이 되기를 원하십니다. 이 공동체를 처음 시작하신 분들은 교회 하나를 더하기위해 시작하신 것이 아닙니다. 목사 한 개인이 주도가 되어 자신의 설교를 듣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교회를 개척하신 것이 아닙니다. 민족의 아픔에 동참함으로 이를 치유하겠다는 분명한 의지가 있는 3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함께 모여서 시작한 교회입니다.
저는 오늘 이시간이 다시금 향린의 창립정신을 새롭게 다짐하는 거룩한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내 혼자의 힘으로는 아무리 뜻이 커도 부족합니다. 우리가 서로 격려하고 손을 맞잡는 시간이 될 때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커다란 힘이 이루어집니다. 이제 우리는 성찬을 나눕니다. 떡과 잔은 바로 주님의 살이고 주님의 피입니다. 성찬의 예식은 주님께서 서로 원수가 되어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을 위해 피를 흘리심으로 그들을 하나로 묶어주셨듯이 우리 또한 주님을 따라 피를 흘리는 십자가의 삶을 다짐하는 종교적 예식인 것입니다.
이사야 선지자의 외침을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여기에 나의 종이 있다. 그는 나의 영을 받아 뭇 민족에게 바른 인생길을 펴 주리라. 그는 소리치거나 고함을 지르지 않는다. 그는 갈대가 부러졌다하여 잘라버리지 아니하고 심지가 깜박거린다 하여 등불을 꺼버리지 아니하며 성실하게 바른 인생길만 펴리라. 나 야훼가 너를 부른다. 정의를 세우라고 너를 부른다. 내가 너의 손을 잡아 지켜주고 너를 세워 인류와 계약을 맺으니 너는 만국의 빛이 되어라. 소경들의 눈을 열어주고 감옥에 묶여 있는 이들을 풀어주어라. 나는 야훼다. 이것이 내 이름이다.”
성찬의 떡과 잔을 나눌 때에 정의를 세우라는 이 이사야의 외침과 갈릴래아에서 시작하시어 예루살렘까지 나아가신 예수님의 하느님 나라 자유와 평화 운동에 함께 동참하며 나아가는 결단의 축복이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
다함께 침묵으로 기도하겠습니다.
[파견사]
벗들이요!
이런 꿈은 어떻겠소?
155마일 휴전선을
해 뜨는 통해 바다쪽으로 거슬러 오르다가 오르다가
푸른 바다가 굽어보이는 산정에 다다라
국군의 피로 뒤범벅이 되었던 북녘 땅 한 삽
공산군의 살이 썩은 남녘 땅 한 삽씩 떠서
합장을 지내는 꿈,
그 무덤은 우리 5천만 겨레의 순례지가 되겠지.
그 앞에서 눈물을 글썽이다 보면
사팔뜨기가 된 우리의 눈들이 제대로 돌아
산이 산으로, 내가 내로, 하늘이 하늘로,
나무가 나무로, 새가 새로, 짐승이 짐승으로,
사람이 사람으로 제대로 보이는
어처구니없는 꿈 말이외다.
-문익환, <꿈을 비는 마음>에서
이사야 42:1-9 에페소 2:14-17
오늘 평화통일주일을 맞은 하늘뜻펴기는 크게 두 부분이 되겠습니다. 하나는 815 이전의 우리 역사에서의 아픔을 돌아보는 것으로 독립운동가 후손의 한분인 곽기수 할아버지의 삶의 이야기로 CBS 방송국에서 815특집으로 만든 동영상을 보고 오늘 예배에 참여하셨는데, 앞으로 모셔서 얘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어 평화통일을 향한 하늘뜻펴기를 진행하겠습니다.
[목회자 마당에 실린 글]
고통 받는 독립유공자 후손들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생활실태를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중졸 이하의 학력이고 직업도 60%가 무직이며 최저생활을 하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유족회에 의하면 독립 유공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아무 혜택을 받지 못하기에 실제로 혜택을 받는 사람은 반도 되지 않고 연금을 받는다 하더라도 배우자나 자녀 중 한 사람만 받게 되어 있다. 그래서 이들은 평생을 가난과 병에 시달려 오고 있다.
가난의 대물림.
이것이 당사자의 게으름과 나태 혹은 부모의 불성실한 삶으로 인한 것이라면 그들의 책임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라와 민족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다 바쳐 싸우고 그로 인해 가족을 돌보지 못했고 그로 인해 그 자손들이 가난과 고통의 대물림을 하고 있다면 이는 누구의 책임일까?
일차적으로는 국가의 책임이지만, 국가가 이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법의 허점이 생겼다면 여기에 크리스천의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본다.
오늘 우리는 일제 강점기에 항일 무장투쟁 단체인 의열단을 결성해서 무력투쟁을 전개하다 일본 경찰에 잡혀 8년간의 옥고를 치룬 뒤, 다시 독립운동을 했고, 행방 후 1952년 사망할 때까지 교육사업에 종사하신 곽재기선생(독립장 수상)의 손자이시자 아버님 또한 독립운동을 하시다 돌아가신 올해 71세이신 곽기수 할아버지를 모셨다.
아버님은 기마 훈련을 받으시다가 돌아가시어 기록이 없어 인정받지 못하고 할아버지는 해방 후에 돌아가시어 손자에게는 돌아갈 혜택이 없다. 그래서 곽기수 할아버지는 현재 집도 없이 월 25만원의 기초생활비만으로 많은 한을 지닌 채 살아가고 계신다. 이분의 삶을 그린 이야기가 이번 815특집으로 CBS에서 방영한다. 8월 14일(화) 낮 12시 15일(수) 밤 12시 25분 19일(일) 오후 4시 수호천사 프로그램으로 방영예정이다.
향린교회는 통일 평화나눔공동체를 중심으로 이분의 삶을 위로하고 우리들의 작은 정성을 모아 보살피는 일을 하고자 한다. 한 달에 점심 한 두 끼 값이라도 자동이체 신청을 하여 주기를 부탁드린다. (통장번호: 외환은행 630-005391-538 한국기독교장로회 향린교회)
[또 다른 아픔의 문제]
오늘 우리가 이렇게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아픔의 문제를 다루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진정 올바른 사회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운동선수가 발가락 하나가 곪았는데, 이를 무시하고 계속 체력단련을 한다면 언젠가는 썩은 발가락을 잘라내야 할 것이고 그로 인해 우람한 체격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선수생활을 포기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 안에 작은 아픔을 소홀히 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정신대 할머님들의 문제 또한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입니다. 우리의 문제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라고 생각하여 꺼려하고 있습니다. 친일 청산의 문제도 있습니다. 올해 기장 총회에는 경남노회에서 ‘기장교단이 일제하에서의 신사참배행위에 대해 회개하고 고백하자’는 헌의안이 올라와 있습니다. 이미 여러 번 기각된바 있습니다. 지난 5년 전에는 저희 교회의 당회는 신사참배문제와 독재정권하에서의 인권에 침묵했던 일과 베트남전쟁으로 인한 베트남 사람들에 대한 분명한 죄책고백을 하자는 헌의안을 총회에 올린 것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서울노회에서부터 기각이 되었습니다. 저는 자신의 민족의 역사인식을 바로 하지 못한 채 신앙생활을 바로 하고 야훼 하느님과 갈릴래아의 예수님과 예루살렘 마가다락방에 나타나시어 그들을 거리로 내어 몬 성령님을 바로 고백할 수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아직도 광복절은 오지 않았다.]
2주 후면 2차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리고 이번 회담에서 종전선언을 포함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선언이 나올 듯 합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이 겉으로는 환영한다고 하면서 속으로는 이에 제재를 걸고 있습니다. 국제법적인 의미에서 본다면 미국이 제재를 거는 것은 타당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1953년 7월 한국전쟁의 휴전협정에 사인을 한 당사자는 남한과 북조선이 아니라 북조선과 미국이기 때문입니다. 서류상으로는 남한은 휴전협정을 종전선언이나 평화선언으로 바꿀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습니다. 이것이 우리 남한의 현실이고 비극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미군이 남한에 거주하고 있고 우리 국군을 지휘하는 전쟁통수권을 갖고 있어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이라고 부르는 이 남한이 정말 독립국가인가 하는 질문을 던질 수가 있습니다. 세계 12위의 경제대국 8,9위의 군사 대국이라고 말하지만, 판문점에 가면 여전히 UN군의 깃발이 나부끼고 있으며 미군의 통제 하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는 815를 광복절이라고 부르지만, 이날은 남북분단이 시작된 날이기도 합니다. 일본군이 물러간 대신 북쪽에는 소련군이 남쪽에는 미군이 해방군의 이름으로 들어와 분할점령이 시작된 날입니다. 그리고 이후 이 두 진영은 이 강대국을 대변하여 친탁 반탁의 싸움을 벌였고 급기야는 이 두 나라를 대신하여 3년간의 처절한 민족상잔의 대리전쟁을 치렀습니다. 그때부터 우리는 철천지원수가 되었습니다. 우리 강토를 점령한 외국군과 원수가 된 것이 아니라 형제끼리 자매끼리 부모와 자식끼리 백년해로를 다짐했던 남편과 아내끼리 서로 원수가 되었다는 말입니다. 원수가 되어서 원수가 된 것이 아니라 권력자들이 원수라고 자꾸만 우기니까 어쩔 수 없이 원수가 된 것입니다. 원수가 아니라 같은 뱃속에서 나온 형제라고, 어렸을 때 같이 손곱놀이 하던 자매라고, 백년해로를 약속했던 아내와 남편이라고, 내 뱃속에서 나온 내 자식이라고 말하면 간첩이라고 윽박지르고 때로는 올가미를 씌워 잡아 가두기에 할 수 없이 처음에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거짓으로 말했습니다.
조금만 지나다 보면 진실을 말할 수 있는 때가 곧 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는데, 1년 5년 10년 20년 30년 40년 50년 넘게 반복하다보니 이제는 정말 원수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마음으로만 원수가 아니라 상대방의 말은 콩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믿지 못할 만큼 불신의 나라가 되고 말았습니다. 38선을 경계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군대와 화기가 집중되어 화약고가 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남쪽은 자유주의의 탈을 쓴 시장자본주의가 지배하고 북쪽은 공산주의의 탈을 쓴 전제사회주의가 지배하여 극과 극을 달리고 있습니다.
본래는 요동 땅이 우리의 경계였지만, 백두산으로부터 한라산까지는 천년이상 하나의 언어와 통일된 문화와 습관으로 살아온 민족생명입니다. 이것이 철책으로 묶여 있어 허리에서 서로의 피가 통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머리와 다리가 따로 노는 불구가 되었습니다. 아무리 심각한 장애자도 자기 다리로 자기 머리를 차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건 서로 치고 박습니다. 그리고는 그게 정상이라고 보는 뒤집혀진 세상입니다. 머리 쪽에 있는 지체들은 저 허리 아래는 우리와는 다르니 잘라내라고 말하고 허리 아래쪽의 지체들은 저건 우리와는 다르니 허리 위로는 잘라내라고 말합니다. 난 허리 아래만 있는 인간도 보지 못했고 허리 위에만 있는 인간도 보지 못했습니다. 나는 왜 이런 요구가 자기를 죽이는 자살행위인지를 알지 못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다른 나라 사람들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민족 그게 Korean입니다.
[이제는 철조망을 거두어야 할 때]
이는 우리 힘이 약해서기도 하고 한반도가 처해 있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모두 평화를 원합니다. 그런데 평화는 아직도 요원합니다. 그것은 입으로만 외치기 때문입니다. 저는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우선 나부터 적대적 감정과 적대적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남한을 향해 이제는 철조망을 거두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오늘 하늘뜻펴기 제목을 ‘이제는 철조망을 거두어야 할 때’라고 했지만, 실상 이 제목은 2차 정상회담이 발표되기 이전에 써놓은 제목이었습니다.
저도 철책선 근무로 군 이등병을 시작했습니다만, 그 때만 해도 똑같은 철책선이 북쪽에도 있는 줄 알았습니다. 똑같은 철조망이 저쪽에도 2중 3중으로 쳐져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제대 후 미국에 가서야 철조망은 남쪽에만 있지 북쪽에는 없다고 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간첩 넘어오는 것을 막는다고 철책선 사이로 대인지뢰를 깔아 놓았지만, 지난 60년 넘게 간첩이 지뢰를 밟았다는 얘기는 없습니다. 오히려 지뢰는 남쪽 민간인이 자주 밟아서 불구자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강원도 화천의 민통선 안의 어느 마을은 정부가 조성해준 마을인데 이 마을사람의 반이 지뢰로 부상을 입어 불구자로 살아간다고 합니다. 이시우작가가 재판에서 하는 얘기인데, 자신은 바로 이런 사실을 국민들이 알고 조심하고 다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뢰조사를 위해 민통선과 미군기지를 방문하여 사진을 찍었다고 말하자 검사도 꿀 먹은 벙어리가 되더군요.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무엇을 위한 철책선이고 누구를 위한 지뢰인가? 간첩 운운 합니다만, 요새는 컴퓨터를 통해서 상대방의 알고 싶은 정보를 거의 다 알아낼 수 있습니다. 여러분 미국에서 어느 집을 고치기 위한 견적서를 내는데, 그 집을 직접 가지 않고 인공위성을 통한 컴퓨터 화면으로 수리 견적서를 내고 있다고 하는 뉴스를 얼마 전에 보았을 것입니다. 세상이 많이 변했습니다. 인공위성은 북한 내의 사람 한명 움직이는 것까지도 모두 관찰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땅속에서 벌어지는 일도 열 감도를 통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습니다. 북한도 러시아나 중국의 도움을 받아 남쪽의 군사적 상황을 거의 파악하고 있다고 보면 틀림없습니다. 이제는 서로가 굳이 간첩을 보낼 필요가 없는 세상입니다. 그리고 만약 내가 북에서 남파된 간첩이라면 무얼 할 수 있겠습니까? 북한에 굶어 죽어가는 사람이 많다고 하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얘기인데, 북한의 체제가 좋다고 설득하겠습니까? 매일같이 수천 명이 금강산이나 개성공단이나 평양을 계속 방문하고 있고 10년 전 제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도 중국이나 일본에서 수백 명의 관광객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우리나 미국사람들은 적대국가로 되어 있어 평양을 마음대로 못 들어가지 다른 나라사람들은 원한다면 갈 수 있습니다.
이제는 북쪽도 남쪽의 경제협력을 간절히 바라는 단계에 와있습니다. 강화도를 가거나 동해 해안선을 가면 철조망을 바라보면서 내가 갇혀 살고 있다는 느낌을 지워버릴 수가 없습니다. 그 좋은 해변을 눈앞에 두고서도 걸어갈 수가 없습니다. 예쁜 조약돌이 보여도 주울 수가 없습니다. 얼마나 불행한 일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북쪽에는 없는 철조망 이제는 남한이 월등 모든 것에서 우세하니 그만 걷어내자는 것입니다. 아마 철조망을 거둬내면 북쪽에서는 북침을 준비하는 것으로 오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철조망을 세워 놓고 우리 화해하자. 하나 되자. 뭔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유엔이 인정하는 공식적인 나라인 북조선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는 반시대적인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철조망을 거둬내는 일이 두 나라 정상이 만나는 일보다 앞서서 진행되어야 할 일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요즘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UCC 동영상에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감리교회 김00목사가 설교 중에 남북정상회담이 되지 않도록 금식기도하자고 하는 엉뚱한 얘기를 보면서 너무나 황당했습니다. 언젠가도 쓰나미 해일로 죽은 사람들은 예수 믿지 않아서 죽었다고 황당한 얘기를 하더니 또 그러네요. 이분에게 정상회담과 통일은 곧 공산화를 의미하더군요. 지금 남한의 경제력 군사력은 북한에 비하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게 큽니다. 무얼 도대체 두려워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하느님을 믿는 목사가 말입니다. 난 이분이 하느님 믿는다는 것은 거짓말로 들립니다. 설사 북한이 우리보다 힘이 세다고 하여도 나는 하느님을 믿기에 그들을 용서하고 하나 되기 위해 철조망을 허물어야 합니다. 이렇게 외쳐야 참 목사가 아닙니까? 난 도무지 그분이 하느님을 믿는다는 말이 무엇을 믿는다는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아마도 이 동영상 때문에 앞으로 교회에 나올 수도 있는 젊은 사람 수천, 수만 명의 청년들로 하여금 교회에 등을 돌리도록 하였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실제 제게 그런 얘기를 한 교회 밖의 한 청년도 있었구요.
[평화를 향한 우리의 다짐]
평화통일이라는 말은 첫째 통일은 평화적 방법이어야 하고 평화적 방법이라는 말은 한쪽의 일방적인 힘이나 무력을 사용한 방법이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둘째 통일은 평화를 위한 길이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것은 통일 이후 이 한반도는 동아시아 그리고 세계를 향한 평화의 상징이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남북의 통일이 정작 현실화되려면 남북의 군사력을 점차 줄여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남과 북의 힘을 그대로 합치는 통일은 중국이나 일본이 원치 않습니다. 아마 미국도 원치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미군의 철수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의 군사력도 줄여야 하는 판에 외국군 존속이라는 것은 논리상으로도 말이 안 됩니다. 과거 남한의 힘이 약할 때는 미군주둔은 평화유지에 도움이 되었지만, 이제는 북한의 전력을 훨씬 뛰어넘어 세계 주요 무기수출국으로 등장하는 남한에 세계 제1의 미군이 주둔하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와의 전쟁을 유발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는 목사로서 주요 무기수출국으로 발돋음하려는 현재의 남한의 미래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근세 백년동안 우리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우리 땅이 강대국들이 싸우는 전쟁터가 되었던 생생한 기억이 있습니다. 청일전쟁 노일전쟁 미소대리전쟁인 한국전쟁. 앞으로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에게도 우리를 방어할 수 있는 군사적 힘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웃 나라에 위협이 되는 군사적 힘은 갖지 말아야 합니다. 일본에게 평화헌법을 지키라고 말하려면 우리 또한 평화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오늘 평화통일주일을 맞아 예배를 드리면서 단지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자고 하는 단순한 신앙만으로는 안 된다고 본다. 이제는 진정한 평화통일을 위한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평화운동이 따라야 한다고 봅니다. 이미 향린교회는 1993년 창립 40주년을 맞아 통일헌법을 공포한바 있습니다. 분단의식 극복을 위해 민통선 평화기행이 자주 진행되어야 하고, 북한 바로 알기, 미군의 현재 역할 분석, 등등이 진행되어야 한다.
외부의 기독교인들은 교회가 왜 이런 현실정치에 관여해야 하느냐?고 물을지 모릅니다. 저는 그런 분들에게 이렇게 반문하고 싶습니다. 이조말기에 일본을 포함한 외세가 한반도를 지배하고자 했습니다. 그때 교인들은 성전에 모여 하느님께 기도만 하면 되었는가? 100년 전에는 기도가 부족해서, 의인 10명의 기도가 없어서 우리나라가 일본에 지배를 받았는가? 나라를 빼앗기고 외국에 지배를 당하고 나서 그때 가서 회개하고 울부짖는 기도를 하면 되는가? 그렇다면 예수께서도 갈릴래아에서 새로운 신앙공동체를 만들어 거기서 제자들과 함께 하느님 나라 위해 기도하면 되지 않았을까? 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하느님 나라 복음을 선포하고 마지막에는 로마군이 점령하고 있는 예루살렘 성내까지 올라가서 성전을 깨끗하게 하고 이를 허물라고 하셨는가? 그리고 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는가?
하느님은 향린이 분명한 향린이 되기를 원하십니다. 이 공동체를 처음 시작하신 분들은 교회 하나를 더하기위해 시작하신 것이 아닙니다. 목사 한 개인이 주도가 되어 자신의 설교를 듣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교회를 개척하신 것이 아닙니다. 민족의 아픔에 동참함으로 이를 치유하겠다는 분명한 의지가 있는 3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함께 모여서 시작한 교회입니다.
저는 오늘 이시간이 다시금 향린의 창립정신을 새롭게 다짐하는 거룩한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내 혼자의 힘으로는 아무리 뜻이 커도 부족합니다. 우리가 서로 격려하고 손을 맞잡는 시간이 될 때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커다란 힘이 이루어집니다. 이제 우리는 성찬을 나눕니다. 떡과 잔은 바로 주님의 살이고 주님의 피입니다. 성찬의 예식은 주님께서 서로 원수가 되어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을 위해 피를 흘리심으로 그들을 하나로 묶어주셨듯이 우리 또한 주님을 따라 피를 흘리는 십자가의 삶을 다짐하는 종교적 예식인 것입니다.
이사야 선지자의 외침을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여기에 나의 종이 있다. 그는 나의 영을 받아 뭇 민족에게 바른 인생길을 펴 주리라. 그는 소리치거나 고함을 지르지 않는다. 그는 갈대가 부러졌다하여 잘라버리지 아니하고 심지가 깜박거린다 하여 등불을 꺼버리지 아니하며 성실하게 바른 인생길만 펴리라. 나 야훼가 너를 부른다. 정의를 세우라고 너를 부른다. 내가 너의 손을 잡아 지켜주고 너를 세워 인류와 계약을 맺으니 너는 만국의 빛이 되어라. 소경들의 눈을 열어주고 감옥에 묶여 있는 이들을 풀어주어라. 나는 야훼다. 이것이 내 이름이다.”
성찬의 떡과 잔을 나눌 때에 정의를 세우라는 이 이사야의 외침과 갈릴래아에서 시작하시어 예루살렘까지 나아가신 예수님의 하느님 나라 자유와 평화 운동에 함께 동참하며 나아가는 결단의 축복이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
다함께 침묵으로 기도하겠습니다.
[파견사]
벗들이요!
이런 꿈은 어떻겠소?
155마일 휴전선을
해 뜨는 통해 바다쪽으로 거슬러 오르다가 오르다가
푸른 바다가 굽어보이는 산정에 다다라
국군의 피로 뒤범벅이 되었던 북녘 땅 한 삽
공산군의 살이 썩은 남녘 땅 한 삽씩 떠서
합장을 지내는 꿈,
그 무덤은 우리 5천만 겨레의 순례지가 되겠지.
그 앞에서 눈물을 글썽이다 보면
사팔뜨기가 된 우리의 눈들이 제대로 돌아
산이 산으로, 내가 내로, 하늘이 하늘로,
나무가 나무로, 새가 새로, 짐승이 짐승으로,
사람이 사람으로 제대로 보이는
어처구니없는 꿈 말이외다.
-문익환, <꿈을 비는 마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