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높은 곳에는 하나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가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

- 기도와 시가 있는 평화 예배 -

요한복음 1:5

향린교우들


† 여는 시


하나님 가라사대   - 박이정(희년여신도회)


1

촛불을 들어라

그대여!

어린 뼈마디가 일어나 아우성치는 밤이다


그대는 지금

한 번도 불 밝힌 적 없는 하얀 초

둥~둥~둥~둥~ 북소리 울리는 하늘에 불꽃으로 타올라라


그대는 지금 한 번도 뜨거워보지 않은 하얀 초

징~징~징~징~ 징소리 울리는 이 땅에 새벽 풀잎으로 일어나라


그대는 지금 한 번도 눈물 흘린 적 없는 하얀 초

뜨거운 심장에 박힌 하얀 심지 태워 검은 하늘 날리며

삘~릴~릴~리~ 피리 불며 오색 빛이 되어 흘러가라


그대는 지금

신자유주의 물결에 허리 휜 이 땅의 민초

캄캄한 밤을 향해 심지 꼿꼿이 세우고

몸에 불을 댕겨

생살이 뜨겁게 녹기 시작할 때

그대 눈물, 나눔과 상생의 날 선 칼이 되어

권모술수 욕심 거짓의 장막 찢고

이 땅에 무너진 기초를 다시 세우리니


그대는 이 땅의 이름 없는 민초

촛불잔치 한마당에서

소고 치고 해금 켜고 가야금 뜯으며

맨발로 일어나 춤을 춰라


2

촛불을 높이 밝혀라

그대여!


광풍 몰아치는 들판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그대는 작은 촛불

그대는 광야에서 외치는 세례요한


장대비가 내리꽂혀도 꺼지지 않는

그대는 작은 촛불

그대는 시대를 앞서 읽고 묵묵히 방주를 만드는 노아


비단결 같은 그대 몸에 우툴두툴

눈물의 길을 만들어라

고사리 손 꼭 쥔 어린 예수도 유모차 타고 그 길을 지나가신다


시청 광장에서

그대가 높이 밝혀 든 작은 촛불 

그 빛은 하나님

그 빛은 성육신한 청년 예수


촛불을 밝혀 온 몸 녹여 녹여 기도하라

생살이 뜨겁게 녹기 시작할 때

오롯한 몸 불사르는 그대 정열은

이 시대를 밝히는 하늘의 경전

칠월의 대지에 쏟아지는 태양도

타오르는 그대의 심지만큼 뜨겁지는 않다


사방팔방 거리에서

근사하게 포장된 말로 유혹하는 소리 들려도

위로, 위로만 솟아오르는 불꽃이 되어

자취도 없이 그대 온몸 사라질 때까지

새 하늘과 새 땅 여시는 하나님에 취해

완전 연소되어 너울거려라


새벽하늘 이고 오시는

어린아이들 푸른 이마에 이슬방울 맺히고

풀꽃들의 웃음소리 피어나는 그날 까지



† 작은 자의 기도 1


촛불을 들며..
- 손유나(청소년부)


"안쓰럽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촛불집회에서 저를 보는 시선입니다.

저는 동정이나 칭찬을 위해 촛불을 들지 않습니다.

MB의 못된 짓이 화가 나고 답답해서 촛불을 듭니다.


처음에는 촛불을 들지 않았습니다.

촛불이 타오르기 시작한 5월

그냥, 불쌍한 미친소와

한우를 먹는 것이 애국하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싫어서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경찰의 폭력이 시작된 6월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

우리와 소통하지 못하는

꽉 막힌 MB정부가 싫어서 촛불을 들고 나섰습니다.


촛불을 들었지만

막상 촛불집회장에서는

촛불소녀는 차별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무슨 죄냐 우리가 지켜주자"

귀엽고 순수하고 연약하게 만든 촛불소녀에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보호라는 이름아래 차이는 어느새 차별이 되어있었습니다.

청소녀인 저는 청소년과 차이가 있고

비 청소녀와 차이가 있지만,

이런 차이가 보호와 배제의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함께하고 싶다면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지가 같으면 동등한 주체라 생각합니다.

차이를 걱정해 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단지 이 걱정이 차별로 끝나는 것에 반대할 뿐입니다.


우리를 "어리다"고들 이야기 합니다.

원래 "어리다"의 어원은 "어리석다" 입니다.

정말 어린것은 우리가 아니라,

MB와 같이 자신의 이익만을 바라는 사람들

그리고 우리를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 작은 자의 기도 2


부끄러운 고백   - 김자영(청년신도회)


거리에 설 수 없었습니다.

분명, 

두 발은 큰 함성 두둥실 뜬 아스팔트를 디뎠는데

두 팔은 뜨거운 촛불 밭 그 숨결을 같이 호흡하는데 

주님, 저는 그곳에 서 있지 않았습니다.


기도할 수 없었습니다.

분명, 

두 입은 매서운 광풍 속 한줄기 정의를 간구하고  

두 눈은 코끝부터 찡해오는 물기를 느끼는데

주님, 저는 그 기도를 당신께 드리지 않았습니다.


세상에 지를 수 있는 목소리를 허락하셨을 때에

내어주고 맞잡을 힘이 있는 손을 주셨을 때에

주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쓰소서 주절이던 

고마움과 감격은 오래가지 않아

어느새 주님, 저는

그 입으로 내 안위를 변론하고

그 손으로 내 일용할 양식을 움켜쥡니다.


낮은 이들의 아픔과 공동체의 무거운 짐은

사실, 내가 갇힌 성문 먼 밖에 던져두고

내 상처가 더 날카롭다, 스스로를 위무하며

내 가난이 더 지독하다, 옆자리를 외면하며

화려한 말은 영혼이 아니라 머리에서 표백되어 나올 때,

감히 주님, 저는

홀로이 누리는 평화를 간구합니다.


그리하여 주님, 저는

이제 더 이상 달아나기 힘든 막다른 길에서 서서

갈갈이 찢기고 벗기운 마음으로

어찌할 바 모르는 눈물이 일렁이는 간구를 

참으로 부끄러운 고백을

비로소 당신께 드립니다.  


광장에서 큰 숨 내쉴 때 제 위선과 욕심도 내어뱉기를

시체 같은 기도가 생기를 얻어 빈자의 아픔으로 향하기를   

안으로 굽은 제 손이 공동의 삶, 그 가장 밑바닥을 받치기를. 


움켜쥘 때보다 더 고통스럽게 나를 비우는 길을 당신께서 허락하실 때에,

주님, 이와 같은 부끄러운 고백을 더 이상,

당신께 드리지 않게 되기를.



† 작은 자의 기도 3


오고야 말 걸!   - 김윤기(장년여신도회)


시청 앞 잔디가 발길에 깔려 비명지르고

청계천 물길이 제 자리 돌며 운다.

우리들의 서울 광장은

방패에 찍히고 곤봉에 피 흘려 평화를 팔았다.

서슬 퍼런 권력에 벌거벗은 몸 내어주고

무서워라, 무서워라

임금님 귀 당나귀 귀


찢어진 산하도

갈라진 우리도

북녘도 남녘도 어미 없는 고아가 되었다.


소가 제 살을 먹고

사람도 미쳐버린 미친 세상,

어찌하나, 어찌하나.


달동네 어린 가장 찾아가

팔아버린 영혼 찾아오면 용서할까

상처 입힌 너 새살 돋게 하면

용서할까, 용서할까


촛불 밝혀 님 기다리는 하얀 마음에

한여름 불볕에 소나기처럼

풀잎에 내려앉는 이슬비처럼

둥둥둥 북 소리로

어서 오소서 어서 오소서


새 세상 보고야 말걸

눈 뜨고 귀 열려 보고야 말걸

밤이 깊었으니 새벽은 오고야 말걸

끝내 새날은 오고야 말걸



공동의 기도  - 송태영(희년청년회)


무릎 꿇게 하소서

촛불 앞에 무릎 꿇게 하소서

무릎 꿇고 눈 감게 하소서

무릎 굻고 눈 감고 손 모으게 하소서

무릎 꿇고 눈 감고 손 모으고 머리가 땅에 닿게 하소서

무릎 꿇고 눈 감고 손 모으고 머리를 땅에 닿게 하고 기도하게 하소서


손을 올리게 하소서

두 손 올려 초를 들게 하소서

손을 올려 초를 들고 불을 부르게 하소서

손을 올려 초를 들고 불을 불러 촛불을 켜게 하소서

빛으로 어둠을 태우게 하소서

우리를 먼저 태우게 하소서


눈을 뜨게 하소서

눈을 떠 어둠을 바라보게 하소서

눈을 떠 빛을 바라보게 하소서

비겁을 태우게 하소서

외면을 태우게 하소서

우리를 먼저 태우게 하소서


주의 이름 부르게 하소서

주의 이름 부르게 하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렸습니다. 아멘!



† 촛불이야기

                     

하늘 높은 곳에는 하나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가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     - 이학영(희년남신도회)


그대 기억하시나요? 지난 겨울을. 추운 바람 속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환호하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마치 메시아라도 되듯 그가 오면 모든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잘살게 될 것이라고 했지요. 오른 아파트 값은 더 오르게 될 것이고 여기저기 사둔 땅도 더 값이 오를 것이라고. 그의 이름만으로도 주가지수가 올라가고 그가 오는 것만으로도 투자자들이 몰려들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지요.


그렇게 되면 부한 자가 더욱 부해지는 것은 물론이요, 가난한 자도 더 이상 가난하지 않으며 슬퍼하는 자도 더 이상 슬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마치 이천년 전 갈릴리 해변가 낮은 언덕에서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의 것이요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위로함을 받을 것이라"던 그 메시아처럼 이천년대 오늘 서울의 거리에 새로운 메시아가 오기라도 할 것처럼 술렁거렸지요.


새로운 메시아가 온다. 새로운 메시아가 온다. 그가 오면 이제 우리는 더욱 부자가 될 것이다. 아파트 한 채 가진 자는 두 채를 가질 것이요 자동차 한 대 가진 자는 두 대를 가질 것이다. 묻지 말고 그를 환호하자. 묻지 말고 그를 우리의 지도자로 모시자.


그때 소수의 무리들이 있어 거리에서 외치고 있었다. 경계하라, 경계하라. 거짓 선지자를 경계하고 거짓 메시아를 경계하라고 외치는 무리가 있었다. 못된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보느니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라며 (열두번씩?)이나 위장전입을 하고 근무하지도 않은 자식들에게 월급을 지불했다며 회사돈을 빼돌리고, 만들지도 않았다는 유령회사의 대표이사 명함을 돌리고 대학생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강의를 했던 이를, 열네번씩이나 범법을 했던 이를 어떻게 한 나라의 지도자로 세울 수 있느냐고,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을 경계하라, 경계하라 외치던 무리들이 있었다.


그러나 광풍은 온 나라 온 거리를 휩쓸어 도둑놈이 되었건 사기꾼이 되었건 돈만 많이 벌게 해주면 된다. 돈만 벌게 해주면 된다. 정의가 밥 먹여주느냐.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느냐. 비웃었다. 그리고 스스로 황금 송아지 상을 만들어 예배하던 가나안 들판의 무리들처럼 온 나라가 맘몬 신을 환호하며 예배하였다. 그 앞에서 정의도 민주주의도 한푼 동전만도 못한 쓰레기 취급을 당하며 길거리에서 짓밟혔다.


그들 앞에서는 지난 시절 수많은 사람들이 지하 고문실에서 물고문과 전기고문을 당하며, 감옥에서 거리에서 싸우다 죽어가며 세운 인권도 정의도 민주주의도 모두 무시하며 짓밟히고 말았다. 노예로 몇백년 부려먹던 바로왕과 맞서 해방의 길로 인도하던 지도자를 하루아침에 잊어버리고 황금신을 따라가던 가나안 들판의 무리들처럼 배고플 때 내려주었던 만나도 잊어버리고 오로지 탐욕에 눈이 멀어 황금의 신만을 떠받들고 환호하였다.


마침내 로마의 황제처럼 그들의 지도자는 환호하는 무리들에 쌓여 권좌에 올랐고 제일 처음 한 일이 이 나라에서 가장 돈 많고 땅 많은 사람들만 골라 높은 자리에 앉히는 일이었다. "강부자 고소영"이면 어떠냐. 돈 많은 게 무슨 죄냐며, 능력 있으면 최고다. 억울하면 돈 많이 벌고 유학갔다오면 되지 뭐. 라는 듯이.


그리고 그들의 메시아는 예루살렘에 들어서자마자 변방 갈릴리의 가난한 어부도, 병든 자들도 모두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가 한 모든 일은 오직 성안의 높은 자들, 힘센 자들만을 위한 일들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몇 천 년 흘러온 아름다운 강을 파서 골재채취를 하고 막힌 산을 뚫어 운하를 만들겠다고 하지를 않나, 부동산 투기 규제와 온갖 규제를 다 풀어버리겠다고 하지를 않나, 국민의 재산인 온갖 공기업들을 팔아서 당대에 다 써버리겠다고 하지를 않나, 잘 운영되는 의료보험 체계를 흔들 수 있는 민간영리병원 허용을 시작하지 않나, 국민 프랜드리가 아니라 대기업 프랜드리만 하질 않나, 메시아는 그토록 열광적으로 기다렸던 메시아는 그들의 메시아가 아니라 대기업의 메시아요 비싼 아파트로 계속 돈버는 사람들을 위한 메시아요 이 나라에서 잘나가는 몇 안되는 사람들의 메시아였던 것이다.


절망뿐인 시절이었습니다. 막상 그러리라 예상했지만 기대가 너무 빨리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너무 세상을 몰랐습니다. 그들은 어려운 사람들이 어떻게 세끼 먹을 것을 걱정하는지, 자식들을 어떻게 학원을 보내며 어떻게 일자리를 얻어야 하는지, 많이 가르치지 못해, 많이 가진 것이 없어 미래를 걱정하며 살아가야 하는 낮은 땅의 사람들을 너무 몰랐습니다. 그들은 대기업이 돈을 많이 벌 수만 있게 해주면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도 외쳤습니다. 휴대폰을 팔고 자동차를 팔아 돈을 벌면 그들은 고용을 늘려서 모든 국민들을 잘 살게 해줄 것이라고 선전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몇몇 대기업들만 잘되게 한다고 온 국민이 다 잘 살 수는 없는 것이라고. 오히려 대기업의 수익은 늘어나는 대신에 대기업들의 고용인구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수많은 중소기업이 죽어가고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비정규직으로 불안하게 살아가고, 아예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가져보지 못한 젊은이들이 수도 없이 늘어나는 이 땅에서 대기업이 잘되면 온 나라가 잘된다는 말이 얼마나 거짓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눈에는 오직 돈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자리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도, 날마나 아파트값이 오르고 땅값이 오를 때마다 집 없는 사람들이 얼마나 절망 속에서 한숨을 쉬고 있는지, 얼마 안되는 남편의 수입으로 아이들 학원을 보내랴 오르는 집세를 내랴 허리띠를 졸라매는 젊은 아내들의 고통을 그들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가는 오르는데, 일자리는 불안한데, 집값, 땅값은 올라가는데, 우리는 언제나 내 집을 가져볼까, 언제나 이사걱정 없이 안정되게 살아볼까, 언제나 해고 걱정 없이 안정된 직장을 다녀보나, 내년에는 나아질까, 그 후년에는 좋아질까, 하루하루 불안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들은 말합니다. 기업을 잘되게 하면 모든 것이 잘된다. 그러면서 막상 그들은 직접 국민들을 어떻게 안심하고 살게 할 것인가 염려하지 않습니다. 당장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 당장 사업이 망한 가정들, 당장 아픈 사람이 생겨 살림살이가 어려워진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떤 염려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도저히 지나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메시아처럼 여겼던 그가, 오늘의 염려, 오늘의 불안을 풀어줄 수 있으리라 여겼던 지도자가 하는 일마다 불안불안하더니 마침내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로마제국의 시저보다 더 힘센 대통령을 만나더니 덜컥 광우병 오염이 염려되는 쇠고기를 무차별로 수입을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돌아온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왜 그런 위험한 일을 했느냐고 불만을 쏟아내자 "값싼 쇠고기 먹게 해주었더니 무슨 소리냐, 그렇게 먹기싫은 사람들은 안사먹으면 될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미국에 자동차와 휴대폰을 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그 말에 참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마침내 일어났습니다. 돈도 좋지만 이건 너무했다. 어떻게 그렇게 쉽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나. 아무리 돈이 좋기로서니 휴대폰과 자동차 좀 팔아먹는데 눈이 팔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무시한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봄날, 아름다운 봄날, 청계천이 시작되는 작은 마당에 촛불들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했습니다. 온 종일 공부하느라 교실에 갇혀있던 예쁜 여학생들이 "나는 광우병이 무서워요. 그런 무서운 병을 가져오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막아주세요. 우리들은 죽기 싫어요." 아이들을 키우는 젊은 아내들이 촛불을 켜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살려주세요. 저는 죽어도 괜찮아요. 훗날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세요." 대학생, 청년들도 촛불을 켜기 시작했습니다. 길 가던 직장인들도 촛불을 들기 시작했습니다.


하나 둘 모인 촛불이 어느 날부터 광장을 환하게 비추기 시작했습니다. 돈만을 알고 살아오던 사람들이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이 돈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촛불은 시작되었습니다. 돈만 알던 사람들, 자기 발등만 보고 살던 사람들이 하나 둘 깨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돈만으로 안되는 것, 돈보다도 소중한 것이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평생 자신들의 거대한 재산을 모으느라 양심도 공동체의 의무도, 사람 하나하나의 자존심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고 살아온 사람들은, 오로지 그들의 이익만을 위해 스스로 가진 자들의 대변지를 자처한 몇몇 신문들은 일제히 촛불들을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 광우병에 걸리는 일은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벼락을 맞는 일보다 더 가능성이 없는 일이다. 있지도 않은 광우병을 빌미로 나라를 뒤엎으려 한다. 배후에 좌익들이 조종하고 있다."


그러면서 생명을 지키겠다고 켜들고 나온 촛불들을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는 곤봉과 방패로 무장한 경찰들은 물대포를 앞세워 자신들의 국민들을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싸우려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들의 의사표시를 하기위해 거리에 나선 촛불들은 물대포를 쏘면 물대포를 맞고 전경들이 밀려오면 물러섰습니다. 그러면서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 주 두 주도 아니고 봄에서 여름이 지나가도록 매일 밤 촛불을 들고 외쳤습니다.


우리는 싸우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공화국의 주인으로서 머슴들에게 주인의 목소리를 전달하려 나온 것이다. 그러면서 춤추고 노래하며 여름밤을 보냈습니다. 광화문을 매우고 태평로를 메웠습니다. 거리거리에 꽃처럼 피어나는 촛불의 바다, 생명의 소중함을 외치는 촛불의 행렬. 그건 새로운 시대를 만드는 새로운 외침이었습니다. 사람 하나하나가 자기 가족의 생명, 자기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의 생명을 희생하고 헌신하는 행진이었습니다.


촛불의 행렬은 작은 실개천을 이루더니 시간이 흐를수록 강물처럼 도도하게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완고했던 마음들, 민주주의도 인권도 돈보다 못하다고 여겼던 사람들의 마음에 자성의 거울을 비추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겨울 자신들이 스스로 저질렀던 일을 되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돈만 벌게 해주면 어떤 신이든 괜찮다. 그것이 바알신이건 맘몬신이건 상관없다. 하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깨우침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천하를 얻은들 네가 네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생명의 말씀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수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광우병의 염려에서 이제는 국민으로서 당연한 대우와 권리를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노래를 부르며 이제는 국민으로서 당연한 요구, 주인으로서 당연한 대우를 받겠다는 요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를 넘어 민주주의를 위한 행진으로 촛불이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높은 성 안에서 사는 사람들은, 그들의 대변자인 지도자들은 곤봉과 방패와 군화발을 시켜서 촛불들을 내쫓고 두들겨패고 짓밟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두려웠던 것입니다. 저 거대한 촛불의 흐름들이 강이 되고 폭포가 되어 그들만의 성채를 무너뜨릴까봐 무서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제 그들은 촛불을 촛불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권력을 무너뜨리려고 하는 불순한 폭도로 몰아붙이기 시작했습니다. 철저히 폭력으로 두려움을 심어주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촛불들이 무서워서 사그러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물대포를 맞았습니다. 젊은 아내들이 끌던 유모차에 소화기가 뿌려졌습니다. 여학생이 군화발에 짓밟혔습니다. 자식을 만나러 나온 어머니가 곤봉에 맞았습니다. 방패에 발등이 찍혔습니다. 어떤 이는 손가락이 잘리기도 했습니다. 더러 그런 일들을 보다가 견딜 수 없는 이들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해야 한다며 과격하게 대응하자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많은 사람들은 비폭력, 비폭력을 외치며 평화적인 촛불시위를 지켜갔습니다.


촛불 든 시민들을 폭도로 몰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해서 국가권력이 가진 무력을 사용하여 촛불들을 짓밟아버리고자 하는, 힘 가진 사람들은 어떻게든 폭력을 사용하여 촛불을 잠재우려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유혹에 빠지지 않고 어떤 이들은 경찰에 곤봉을 맞으면서도, 어떤 이들은 방패에 찍히면서도, 어떤 이들은 아스팔트 길 위에 누워 짓밟히면서도 끝까지 비폭력을 지켰습니다. 그것만이 촛불의 생명이요 평화를 실현하는 최선의 방법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오른 뺨을 치면 왼뺨까지도 돌려 대주어라고 하신 이천년전 우리에게 오셨던 위대한 분의 평화사상을 그들은 거리에서 직접 몸으로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이 땅에 평화를 주러 오셨다가 이천년 전에 십자가에 달림으로서, 몸소 실천으로 평화를 어떻게 이루는지 보여주신 그분의 뒤를 따라, 오늘 광화문에서 태평로에서 거리란 모든 거리에서, 촛불들이 당신의 평화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약한 자들을 돌보시고, 작은 꽃 송이 하나 함부로 짓밟지 않으셨던 당신, 당신이 가르쳐주신 창조물의 소중함을 따라 배우며, 생명 하나하나가 온전하게 지켜지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오늘 이 나라 모든 거리거리에서 당신의 뜻을 실천하고자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그들이 당신의 이름으로 촛불을 들었던, 아니면 단순히 자신과 자기 가족들을 위해 촛불을 들었건 생명의 소중함, 평화의 소중함을 지키기 위해 촛불을 들었다면,


주여, 그들을 축복하소서. 밤마다 하루의 피곤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지도 않고 촛불을 드는 그들을 보호하소서. 그들이 비록 어떤 마음에서 촛불을 들었건 그들이 비폭력을 외치며 생명이 소중한 세상을 꿈꾸며, 우리의 아이들이 안전하게 먹을 것을 먹고 안전하게 살아갈 세상을 외치며, 그들이 민주주의를 외치고 주권자인 국민으로서 권리를 외치며, 오늘은 시청 앞에서, 내일은 공영방송을 지키자며 KBS앞에서, 밤잠을 자지 않고 촛불을 켜들고 서있는 그들의 선한 맘을 지켜주소서.


이제야 우리는 지난날 우리들의 분별없었음을 깨닫고 있습니다. 그러한 그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잘못된 선택을 후회하며 새로운 희망을 만들겠다고 촛불을 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한 순수한 마음들이 행여 폭력에 짓밟혀 슬퍼하는 일이 없게 하소서. 좌절하여 쓰러지는 일이 없게 하소서. 그들이 자기 개인의 편함, 자기 개인의 욕망을 억누르고 함께 살아가야할 우리들의 공동체를 위해 밤거리를 해메일 때 당신이 그들 곁에 있어서 위로받게 하소서.


"평화를 이루기 위해 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듯이 그들이 당신의 자녀가 되게 하여 주소서. 그들이 당신 안에서 평화를 이루고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촛불로 든든히 서있게 하소서. 평화의 제자들로 거듭나게 하여 주소서.


지난 날 맘몬신만을 섬기며 정신 못차리고 살아온 우리의 죄를 용서하여 주소서. 오늘 저들로부터 곤봉과 방패에 맞아 당하는 우리의 고통이, 우리 스스로 잘못 판단하고 물욕에만 눈이 어두워 살아온 그 업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 고통과 수난을 통해 우리가 돈의 사람에서 영의 사람, 생명과 평화의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여주소서.


이렇게 하여 당신은 가나안 땅에서 당신의 백성을 연단하셨듯이 오늘 우리도 새로운 백성으로 연단하게 하소서. 당신이 이루고자 하는 하늘에서 영광이 이 땅에서 평화로 이루어짐을 믿나이다. 당신의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당신의 나라가 오늘 이 땅에 우리에게 임하게 하소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당신과 촛불을 들어 새로운 시대의 희망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모든 그 영혼들에게 함께 하실 지어다. 아멘.



† 평화예배 감사기도   - 안정연(희년여신도회)

  

길섶에 풀잎하나 돌 틈에 들꽃 한 송이

모진 비바람에 꺾일세라, 사나운 발길에 뭉개질세라

애면글면 타는 사랑 아파하시는 어머니 하느님!


아닌 것은 아니다, 떨쳐 나서거라.

가다가 막히면 어기영차 모래성도 마주 쌓고

두둥둥 북소리 앞세워 길을 뚫고 달려라.

장대비 거칠것 없다, 평화와 희망 춤추고 노래하라.

광화문 한복판 쩌렁쩌렁 자유하시는 아버지 하느님!


치떨리는 분노와 아득한 절망의 옷자락 벗어던지고

이 아침, 어버이 하느님 앞에

우리 가진 것 나누고 품은 것 펼쳐 고단한 우리 삶 함께 바치며

자유와 희망을 노래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스스로 죽어야 살아나는 생명의 촛불을 다시 지피고

평화의 푸른 나무 세우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촛불 하나에 믿음을

촛불 하나에 소망을

또 촛불 하나에 사랑을 밝혀 주님께 드리오니

주님 이제 그만 외로이 홀로지신 그 십자가 내려놓으시고

우리 함께 지고 갈 평화의 나무십자가로 살아오소서.

잎새마다 다짐한 이 아침의 기도들은

새날을 마중하는 청년예수의 깃발로 휘날리게 하소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부터 나온다"

오뉴월 초여름 밤거리를 쓸고 다니는 노래들과

백팔번씩 엎드려 자복하던 무릎 아픈 참회들과

내 탓이오 내 탓이오, 가슴 치던 고백들이

온갖 거짓과 속임수, 가로막힌 경계와 차이를 무너트려 타오르고

약속의 새날을 밝힐 불씨들로 자라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사랑과 평화로 하나 되게 하시는 하느님!

풀잎은 풀잎사이 들꽃들과 뒤척이며 속삭이고

크고 작은 나무들도 서로서로 손 내밀어 동무하고

동서로 남북으로 수런수런 오고가는 바람소리

그저 제 모양대로 흐르고 구르는 저 물소리 또 새소리

골목골목 아고라 ,엄마와 아이들 웃음소리도

광화문 종로 서대문 저 건너 여의도까지

여전히 그칠 줄 모르는 민주와 자주의 함성소리.

이 모든 살아있는 생명의 소리들 한자락 되어

주님의 평화를 민족의 평화를 노래하게 하소서.

우리 삶으로 우리 온몸으로 평화를 노래하게 하소서.


캄캄한 어둠을 불사르고 진리의 빛으로 승리하시는

우리 주 예수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감사하며 기도드립니다. 아멘.



† 파송의 시


너희는 빛 이었다   - 오낙영(청년남신도회)            


너희는 빛 이었다

애초에 너희는 빛 이었다


신의 땅을 벗어나

달콤한 말과 아찔한 유혹,

신기루 같은 성채를 향해, 너희

떠났어도

여전히 너희는 빛이었다.


오호라, 거기

스스로 빛을 감추고 어둠에 몸을 숨겨,

어둠에 잠겨

숨죽이고 살아야했더냐


그 분 주신 말씀이 불 밝히는 기름이

되지 못하였더냐

그 분 주신 사랑이 밋밋하여 유혹이

되지 못하였더냐

그 분 주신 터전이 초라해 소돔성을

이룰 수 없었더냐


그리하여 너희가 재개발에 표를 팔고

뉴타운에 영혼을 팔고

대운하에 생명을 팔아

황금 송아지를 얻으려 하였고나


너희가 너희 안의 빛을 숨기고

아합의 품에 안겨

닿을 수 없는 애절함으로 황금을 좇을 때

작은 소녀들, 촛불을 꽃으로 피워 냈으니

세상에서 가장 작은 기도를 올렸으니

꽃봉오리에서 말씀이 나와 빛이 되었더니라


이제 알겠느냐, 세상을 이기는 것은

크고 거대한 어둠이 아니라, 실낱같은

빛이라는 것을

어둠을 거부하는 작은 기도라는 것을


너희는 빛 이었다

처음부터 너희는 빛 이었다

어둠 속에 감추고 있었더라도, 너희는

빛 이었다


이제,

이제 일어나 빛을 비추어라

빛을 비추어라!